분만 산부인과 10년새 34% 급감…지자체 10곳 중 3곳 분만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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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10년 새 30% 넘게 감소했고 전국 시군구 10곳 중 3곳엔 분만실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분만 인프라'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제왕절개 포괄수가제 인상, 의료 소송 부담 경감, 수가 인상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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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10년 새 30% 넘게 감소했고 전국 시군구 10곳 중 3곳엔 분만실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분만 인프라'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제왕절개 포괄수가제 인상, 의료 소송 부담 경감, 수가 인상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전국의 산부인과는 463곳으로 10년 간 34% 감소했다. 또 산부인과는 2013년 409개에서 2023년 195개로 줄었고, 전국 시군구 250곳 중 22곳이 산부인과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부인과는 있어도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는 250곳 중 72곳(28.8%)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산부인과 의사들은 어려운 진료 현실에도 불구하고 산모 및 태아, 여성 건강의 최일선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산부인과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고 살인적인 저수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에 12억원의 배상 판결이 나왔고 산부인과는 소송이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그 책임을 방기한 채 일방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정부는 정말로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고 싶다면 사고 전환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현재 분만에 적용된 포괄수가제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2년 도입된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상관없이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의사들은 "포괄수가제 연구 결과가 장기적으로 분만 병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발표가 매우 안타깝다"면서 "지난 4년간 물가상승률 12.8%와 인건비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비용 대비 효과성 보다 중요한 가치평가 기준으로 최소 10~15%의 제왕절개 포괄수가제 비용 인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대학병원 산과 의사들의 근무환경 악화가 근본적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잘못된 인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전공의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고위험 산모와 야간 당직 등 무리한 업무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분만 수가를 올렸더니 산부인과 교수들이 병원에서 탈출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단순히 건강보험에 의지해 의료개혁이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이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사들은 "정부가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고 싶다면 사고와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 될 것이고, 지역가산제도에서 서울과 광역시가 제외돼 서울, 광역시의 분만실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므로 이 역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주산의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는 공동으로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붕괴한 출산 인프라와 갈 곳 잃은 임산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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