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듀오에게서 1990년대 중앙대 쌍포가 보인다
최근 NBA에서는 원투펀치를 갖춘 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시즌 파이널에서는 니콜라 요키치-자말 머레이를 앞세운 덴버 너게츠가 우승을 차지했다. 올시즌에는 루카 돈치치(25‧201cm), 카이리 어빙(32‧187.2cm)의 댈러스 매버릭스와 제이슨 테이텀(26‧203cm), 제일런 브라운(28‧196.2cm)의 보스턴 셀틱스가 파이널에서 우승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어찌보면 이같은 원투펀치의 득세는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강팀의 조건에서 듬직한 에이스의 존재는 필수적이며 뒤를 받쳐주는 강력한 2옵션까지 있다면 성적이 안나오는게 이상하다. 테이텀-브라운같은 경우 타팀의 원투펀치와는 살짝 색깔이 다르다. 파이널에서 맞붙을 댈러스는 물론 이전 마이클 조던-스카티 피펜, 존 스탁턴-칼 말론, 샤킬 오닐-코비 브라이언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름값 높은 원투펀치는 선수 개인도 뛰어나지만 서로간 시너지효과 역시 강력했다.
테이텀과 브라운이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보스턴의 올시즌 전체승률 1위, 동부 컨퍼런스 우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경쟁팀들에 비해 덜 부각됐다고보는게 맞을 듯 싶다. 플레이의 화려함, 캐릭터의 개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좀 밋밋한 느낌도 있다.
위에 언급한 예에서도 그렇듯 상당수 원투펀치는 서로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 요키치-머레이, 올시즌 돈치치-어빙이 대표적이다. 테이텀과 브라운은 살짝 결이 다르다. 둘다 공수겸장 스윙맨 스타일이다. 장단점을 맞춰 콤비 플레이를 펼치기보다는 공수에서 각자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며 에너지 레벨을 불태우는 경우가 많다.
어찌보면 잘 짜여진 조직력의 팀 보스턴에서는 이같은 쌍포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특정선수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코트에 나서는 선수 전원이 함께 공격하고 수비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는지라 둘 역시 그 속에서 강력한 톱니바퀴의 한축씩을 맡아 안정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다른 원투펀치에 비해 비중이 적다뿐이지 팀내 오펜스 1, 2옵션은 단연 테이텀과 브라운이다. 좀 더 기복이 적고 개인기록이 나은 테이텀이 에이스로 불리고 있지만 두 선수의 기량차는 크지않다. 때문에 둘중 그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자연스레 경기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팀 보스턴 입장에서는 꾸준히 안정적인 경기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브라운의 컨디션이 좋았고 실질적으로 1옵션으로 활약했다. 이를 인정받아 컨퍼런스 파이널 MVP까지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러한 보스턴 듀오를 보고 있노라면 1990년대 초중반 농구대잔치 시절 중앙대를 이끌었던 김영만(52‧193cm), 양경민(52‧193cm)쌍포가 떠오른다.
나이와 신장 거기에 센터에서 스몰포워드로 전향, 공수겸장 등 많은 부분에서 흡사했던 그들은 연세대, 고려대가 막강한 위용을 과시하던 시절, 다크호스 중앙대를 대표하던 간판 포워드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중앙대 마스코트가 청룡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둘을 ‘쌍룡’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팀내에서 둘이 차지하던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팀내 에이스는 김영만이었다. 프로 초창기 시절 공수 완전체 3번으로 불렸던 그는 중앙대 시절부터 완성형 스몰포워드로 불렸다. 일단 그는 공격 루트가 매우 다양했다. 기본적으로 슈팅이 되고 속공 센스가 워낙 좋은지라 어느 위치에서도 득점이 가능했고 포스트업, 페이스업에 모두 능해 그가 공을 잡으면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펼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미드레인지에서 던지던 턴어라운드 슛은 유도탄 같다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로 수비수 입장에서 공포 그 자체였다. 김영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영만의 공격을 막는 것은 어렵지만, 김영만의 수비를 견디는 것은 괴롭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디펜스 능력은 엄청났다. 아무리 흐름이 좋았던 공격수라도 그와 매치업되면 그야말로 락다운 당하고 말았다.
양경민은 안정적인 3점슛에 더해 수비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던지라 현재까지도 3&D 플레이어의 교과서로 불린다. 수비 능력을 갖춘 슈터 이른바 ‘3&D’자원은 흔할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귀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슈터들은 하나같이 수비에서의 약점을 지적받는다. 중고교 시절부터 주득점원 역할을 하며 공격에서만 익숙한 이유가 크다.
그런 점에서 김영만과 함께 중앙대 쌍룡으로 불렸던 양경민은 어느 시대에 가져다 놓아도 환영받을만한 유형의 선수다. 슛이 터지지 않는 날도 수비로 공헌할 수 있었으며 패싱센스도 좋아 다양한 조합과 공존이 가능했다. 프로에 진출해서는 한창 폼이 좋았던 김영만과 쇼다운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두고두고 회자 될 실속파 스윙맨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런저런 사고로 인해 이미지를 완전히 망쳐버리고 말았다.
김영만, 양경민이 한창 활약하던 시절에는 연세대, 고려대의 기세가 거셌다. 같은 대학팀들은 물론 실업팀들도 대부분 상대가 되지못했다. 실업최강 기아자동차와 함께 3강이었다고 보는게 맞다. 그런 상황속에서 중앙대는 그나마 연고대에 맞설 수 있는 대학팀으로 불렸고, 실제로 한번씩 경기를 잡아내기도했다. 그런날은 여지없이 쌍포가 터졌다. 때문에 둘은 지금까지도 비슷한 조합을 찾기힘든 최고의 공수겸장 쌍포로 불리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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