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는 ‘지역 효자’ 다시 모셔라
[편집자주] 21대 국회가 회기를 마쳤다. ‘정쟁으로 달궈진 최악의 국회’였다는 평가가 있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쟁점법안 등이 치열하게 논의된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선 지자체들은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중점사업 관련 특별법 발의에 힘썼다. 상당수 법안들이 차기 국회로 넘어갔지만 지난 4년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22대 국회에선 그동안 논의됐던 지역발전 법안들이 결실을 맺어야 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지자체 쟁점법안을 통해 21대 국회를 되짚었다.
2023년 2월 2일 정점식 의원이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임기 초부터 적극 추진했던 정책이다. 법안이 발의되자 이민청 유치에 총 10곳의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기도로, 광명·안산·김포·화성·동두천시 등 6곳이 유치에 나섰다. 이외에도 경북, 전남, 충남, 충북이 이민청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이민청 유치 시 최대 경제적 효과와 3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주민 관련 모든 기능을 포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설립할 경우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안산시는 2024년 기준 23.1%라는 압도적인 외국인 비율과 세계적 수준의 외국인 행정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포시는 주변 도시와의 접근성과 외국인 맞춤형 제도 개발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경북도는 이민청 설립 시 연간 3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와 3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외국인 이주정책 관련 조직인 외국인 공동체과를 신설해 ‘이민정책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각종 정책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는 ‘충남 천안·아산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 전략 연구’ 용역을 통해 충남 KTX천안·아산역 일대가 최적지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충남연구원은 지역 균형발전의 적절성, 입지적 요건상 접근성의 우월성, 업무 효율의 최적 인프라, 경제적·교육적 경쟁력, 역사적 포용 문화를 유치 타당성으로 내세웠다.
이처럼 각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나서고 있지만, 이민청 설립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해줄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4·10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 여야 간 쟁점 법안에 관심이 집중된 정국 상황도 5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어렵게 했다.
한편, 지난 4월 1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각 정당에 이민청 설립의 필요성을 담은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중견기업계 제언’을 전달했다. 중견련은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 현실을 직시하고, 지속적으로 확대할 사회적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민청 설립 등의 정책 수단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27년 만에 의대 증원 확대가 확실시되자 의대 유치를 선언했던 지자체의 행보가 빨라졌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도가 의대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5월 23일 전남 동부권 7개 시·군 의회는 순천대학교 정문 앞에서 ‘국립의과대학 순천 유치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은 “동부권은 전남도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현장이 집중돼 있어 2020년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 2022년 여천NCC 폭발 사건 같은 대형 산업재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의료 인프라 구축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2대 총선에서 전남 목포시 선거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선 첫 일정으로 목포대학교를 방문해 의대 유치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김 의원은 전남권 의대 유치를 위해 22대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원회를 희망한다며 의대 유치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경남 창원특례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비수도권 대도시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 경남 지역 소재 의대는 경상국립대가 유일하다.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이 전국 평균 5.9명인 데 반해 경남은 2.3명에 불과하다며 의대 유치 타당성을 주장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1월 말부터 시청 내에 ‘창원 의과대학 유치기획단’을 구성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전국 공론화를 위한 국회토론회도 개최했다.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에서 의대 유치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도 채택하는 등 분위기가 뜨겁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매년 20만 명이 경남에서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현실에서 문제 해결은 창원 의과대학 설립”이라며 “30년 숙원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 의대가 전무한 인천광역시도 지역 숙원 사업인 인천대 의대 유치에 나섰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의 ‘치료 가능 사망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천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자는 51.4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반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곳은 38.56명으로 서울이었다. 지난해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의대가 있어야 한다”며 인천대 공공의대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국회다. 인천대 의대 설립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대 의대 설립 내용을 담은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같은 해 11월 교육위원회에 한 차례 상정된 후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자체들이 의대 유치전에 나서는 한편, 정부는 ‘국방의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법’을 발의했으나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 만료 폐기됐다. 지난 5월 17일 성 의원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22대 국회에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법’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7일, 우주항공청의 개청식이 열렸다.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특별법)에 따른 결과다.
우주항공청특별법은 지난해 4월 정부안으로 발의됐다. 이후 9개월간 우주항공청의 위상, 특례 정주 여건 조성, 우주항공청장의 외국인 및 복수국적자 허용 여부 등 쟁점을 놓고 긴 협의 과정을 거쳐 통과됐다.
우주항공청 유치전에 경남 사천시와 대전광역시가 참여했다. 사천시는 항공기 제조 분야의 80% 생산, 종사자 수 70%, 사업체 수 67%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사천에 기반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사천공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본사 및 공장(창원), 국방기술품질원(진주), 공군교육사령부(진주) 등 우주항공산업 관련 산업체 및 기관들이 모여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피력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사천 우주항공천 설립 공약도 함께 언급했다.
반면, 대전광역시는 충청권에 정부세종청사와 군 기관, 대학 및 연구기관, 그리고 우주산업 관련 기업들이 이미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유치 근거로 내세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선정 평가’ 끝에 사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우주항공청과 관련된 지자체의 비전 발표, 기업 투자, 인력 채용 등 연쇄적인 지역 개발 이슈가 발생했다.
경남도는 우주항공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2033년까지 우주항공산업 생산액 5배 증가(5조 원→25조 원) △선도기업 20개 육성 △산업고용 3배 확대(1만7000명→5만3000명) △혁신스타트업 30개 육성 등 목표를 설정했다.
국가 주도의 대형 우주항공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민간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인력 유입을 고려하면 사천의 전체 인구는 현재 10만 명에서 25만 명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원 293명의 우주항공청 유치에 성공한 결과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현승 기자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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