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속 카페인, 개미도 ‘각성’하게 한다

김지숙 기자 2024. 6. 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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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침입 외래종 아르헨티나개미에 실험
저·중농도 카페인 섭취 뒤 학습능력 향상
카페인이 함유된 설탕물을 마신 개미는 그렇지 않은 개미보다 먹이를 더 빨리 찾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선인장 수액을 입으로 전달하는 아르헨티나개미들. 위키피디아코먼스

현대인의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음료’가 된 커피. 커피 속 카페인은 우리 몸의 중추신경을 자극해 각성효과를 일으키고 두통, 근육 피로, 편두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한다. 동물은 어떨까. 최근 카페인이 함유된 설탕물을 마신 개미는 그렇지 않은 개미보다 먹이를 더 빨리 찾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헨리크 갈란테 박사 등 독일 레겐스부르크 공립대 연구진은 “카페인이 개미의 학습능력을 향상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설탕에 다양한 용량의 카페인을 섞어 실험했더니, 저농도와 중간 농도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는 먹이 탐색 시간이 평균 30%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5월2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렸다.

아르헨티나개미가 카페인 섭취 실험을 하고 있다. 헨리크 갈란테 제공

연구진은 카페인에 대한 개미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A4용지 크기의 실험 상자를 만들었다. 그런 뒤 개미가 찾을 수 있도록 설탕물을 떨어뜨려 놓았는데, 실험마다 설탕물의 농도를 달리했다.

실험은 네 가지 조건으로 진행됐다. 카페인이 함유되지 않은 설탕물, 저농도(25ppm) 카페인이 함유된 설탕물, 중간 농도(250ppm) 카페인이 포함된 설탕물 그리고 고농도(2000ppm) 카페인이 섞인 설탕물을 실험 상자에 떨어뜨려 놓았다. 25ppm의 카페인은 자연의 식물에서 발견되는 양이고, 250ppm은 우리가 마시는 에너지 음료, 2000ppm은 반수치사량(실험 대상의 50% 이상이 죽음에 이른 양)이라고 한다. 실험에는 총 142마리의 아르헨티나개미가 투입됐는데, 개미가 같은 위치에 있는 먹이를 찾아 4차례에 걸쳐 이동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카페인이 없는 설탕물을 먹는 개미를 대조군으로 두고, 용량을 달리한 카페인 설탕물을 먹은 개미들이 얼마나 빨리 먹이에 도달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저농도와 중간 농도의 카페인을 맛본 개미는 처음 먹이를 찾을 때보다 2~4번째 시도에서 더 쉽게 먹이에 도달했다. 대조군의 개미가 처음 먹이에 도달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00초였는데, 이후 세 번의 시도 역시 평균 252초가 걸려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는 먹이를 방문할 때마다 탐색 시간이 짧아졌다. 저농도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는 방문 때마다 27.8%, 중간 농도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 역시 방문 때마다 탐색시간이 43.5% 줄어들어 더 빨리 먹이를 찾을 수 있었다. 첫 시도에서 먹이를 찾는 데 300초가 걸린 개미가 최종 실험에서는 113초(저농도) 혹은 54초(중간 농도)까지 탐색시간을 줄인 것이다. 카페인이 없는 설탕물을 먹은 개미와 고농도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에서는 이런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다.

갈란테 박사는 “우리가 관찰한 것은 개미들이 더 빨리 이동한 것이 아니라 먹이의 위치를 기억하고 다음 시도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라며 “카페인이 개미가 먹이의 위치를 학습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과학저널 셀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개미의 움직임과 이동 경로를 자동추적 시스템을 통해 분석했는데, 이동 속도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저농도와 중간 농도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들은 먹이를 찾을 때 더 짧은 경로를 택했다. 다만, 연구진은 학습능력이 카페인 섭취량에 비례해 향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고용량을 섭취한 개미에게서는 이러한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마개미 둥지 모습. 로라 앤 푸아소니 제공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아르헨티나개미 방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아르헨티나개미는 과거 남아메리카 파라나 강에만 서식했으나, 인간의 이동을 따라 유럽, 미국, 하와이, 오스트레일리아 등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 현재는 악명 높은 외래 침입종으로 불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아르헨티나개미가 토종 개미를 몰아내고 생태계를 교란한다며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포함했다.

연구진은 “개미는 먹이를 찾을 때 페로몬을 남김으로써 동료에게 위치를 알린다. 독과 함께 카페인이 포함된 미끼를 발견한 개미는 먹이의 위치를 더 빨리 전달함으로써 미끼가 독이란 것을 깨닫기 전에 무리 내에 이를 퍼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iScience, DOI: 10.1016/j.isci.2024.109935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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