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 이건희 기증작품 제주서 만난다.
‘인왕제색도’'추사 김정희 신라시대 불경 모사첩’ 등 고(故)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기증한 작품전이 제주에서 열린다.
국립제주박물관은 4일부터 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을 개최한다.
2021년 4월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은 이 회장의 수집품 가운데 문화유산 2만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2022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제주 관련 작품을 추가하는 등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 11점과 보물 15점을 포함해 모두 360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소속 국립박물관 순회전 가운데 최다 규모다.
제주 특산 붉가시나무로 짠 반닫이인 ‘제주궤’, 1404년 제주에서 간행한 현존 최고(最古) 도서인 ‘황석공소서(黃石公素書)’, 이형상 목사의 문집 ‘병와집(瓶窩集)’ 등이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사 김정희의 낙관이 찍힌 62면짜리 서첩이다. 이 서첩은 신라 문성왕인 김경응이 855년 경주 창림사에 세운 3층 석탑인 무구정탑 안에서 1824년 출토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과 금동판에 새겨진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國王慶膺造無垢淨塔願記)를 기름종이로 실제와 똑같이 모사한 것이다. 이 모사첩으로 1934년 사진으로 공개된 이후 실물은 90년 만에 처음 소개된다.
하나의 서첩으로 엮인 이 두 가지 모사본에는 각각 ‘김정희인’(金正喜印)이라는 인장(낙관)이 찍혀 있다. 서첩에는 젊은 시절의 김정희가 해서체로 쓴 글도 있다. 무구정탑이 무너질 당시의 정황과 탑 안에서 출토된 다라니경 1권, 탑을 세운 내력을 기록한 동판 1매, 구슬, 거울 조각, 동제 받침 등 공양구 구성품을 기록한 글이다.
금석학으로 한국과 중국의 서예 교류를 고증한 김정희는 창림사 무구정탑 출토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가 구양순체 이전의 고아한 서법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 모사첩은 김정희가 보기 드문 통일신라 사경과 탑원기 진본을 고증한 사례로 그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전시는 제1부 수집가의 환대, 제2부 수집가의 몰입, 제3부 수집가의 성심으로 구성됐다. 제1부는 올레를 들어서서 수집가와 소반에 마주 앉아 차 한잔을 나누는 공간으로 시작한다. ‘책가도(冊架圖)’ 병풍과 기증 공예품으로 구성한 실물 책가와 함께 백자 달항아리도 만나볼 수 있다.
제2부는 수집가가 몰입했던 서화와 도자기 명품으로 채워졌다. ‘달밤 솔숲의 호랑이 가족’ 병풍, 화조화와 산수화, 초상화, 부채 그림도 펼쳐진다. 토기에서부터 보물로 지정된 ‘청자 상감 모란무늬 발우와 접시’, ‘백자 청화 동정추월무늬 병’ 등 도자기 명품도 선보인다. 특히 국보인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가 화룡점정이다.
제3부는 물건에 담긴 깊은 마음에 젖는 경험을 선사한다. 초기철기시대 사람의 두려움을 떨쳐주었던 국보 ‘청동방울’, 초기 불교 조각의 걸작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거란을 물리치려는 마음으로 새기고 찍어낸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初雕本 大般若波羅蜜多經)’, 세상 모든 고통이 사라지기를 기원한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를 만나볼 수 있다.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는 제주에서 최초로 전시되는 고려 불화다.
관람은 무료로 이뤄진다. 국립박물관 전시안내 앱으로 음성해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전시품에 담긴 자세한 설명은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국립제주박물관 박진우 관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수집품 기증 이후 제주 동자석과 문인석 55점이 2022년 11월 우선 국립제주박물관으로 왔다. 기증품을 국립박물관 상설전시에 활용한 첫 사례”라며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제주 관련 문화유산 11점 역시 2년여에 걸친 조사 연구 끝에 제주와의 연관성을 밝혀내 새롭게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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