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힘들었다, 그 눈빛이" '학폭 무죄' 마음고생 털고 1373일 만에 승, 데뷔 9년 만에 첫 SV

신원철 기자 2024. 6. 4. 1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LG 김대현은 지난 2021년 고교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재판에서 김대현의 알리바이가 입증됐다.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LG 김대현은 지난달 23일 자신을 옭아맸던 '학폭 가해자' 꼬리표를 떼어냈다. 학교폭력 관련 재판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마음의 짐을 털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대현은 그동안 시간을 쪼개 재판을 받았다. 원정경기 기간도 예외는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김대현은 오랜만에 다시 팀에서 중책을 맡았다. LG는 최근 주축 불펜투수들의 이탈로 투수 엔트리 숫자는 14명이지만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의 비중이 많아 가용 인원은 적은 풍요 속 빈곤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 김대현의 중요성이 커졌다. 덕분에 1일 두산전에서는 연장 10회와 11회 2이닝을 홀로 책임지면서 구원승을 올렸다. 지난 2020년 8월 28일 잠실 kt전 이후 1373일 만에 올린 1승이었다. 2일 두산전에서는 4-1로 앞선 8회 2사 1, 2루에서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까지 기록했다.

2일 경기 후 만난 김대현은 4아웃 세이브가 원래 예정된 일이었느냐는 질문에 밝은 얼굴로 "야구가 계획대로 되나요"라고 답했다. 수술과 학폭 누명, 군입대로 1군에서 잊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마치 5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시감이 들게 했다.

▲ LG 김대현 ⓒ LG 트윈스

김대현이 세이브를 올린 2일 두산전은 LG의 불펜 사정이 빠듯한 날이었다. 박명근은 오른쪽 어깨 근육이 뭉쳐서, 셋업맨 김진성과 마무리 유영찬은 3연투를 막기 위해 휴식조에 들었다. 전날 2이닝을 던진 김대현이 다시 멀티 이닝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김대현은 "오늘(2일) 경기 전부터 투수가 많이 빠졌다. 3명이 못 나오는 날이라 남은 누구라도 세이브 상황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유영이 형도 있었고 (최)동환이 형도 있고, 나나 (정)지헌이도 있었다"며 "나 역시 마무리 상황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래도 내가 100% 마무리로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남아있는 투수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라고 얘기했다.

8회 2사 1, 2루에 양석환을 상대로 중견수 뜬공을 잡았다. 좌익수 쪽으로 살짝 자리를 옮겼던 중견수 박해민이 반대쪽으로 날아온 타구를 아슬아슬하게 잡아냈다. 김대현은 등판 상황을 "(양)석환이 형 타석에 올라갔다. 마음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우리 야수들 수비 잘하지 않나. 내가 잘하면 잡을 것이고 내가 부족하면 맞는다 생각하고 과감하게 승부했다"고 돌아봤다.

LG 타선이 9회초 5점을 몰아치면서 김대현은 가벼운 마음으로 9회말까지 던질 수 있었다. 데뷔 첫 세이브가 이렇게 찾아왔다. 그런데 김대현은 아직은 필승조가 아닌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면서 "세이브라는 기록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 위치가 위치니까. 홀드, 승리, 세이브 이런 기록은 생각 안 하고 일단 올라가게 되면 잘 던지고 봐야 한다. 이번에도 내 공 던지고 잘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올라가서 세이브에 대한 느낌이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 LG 김대현은 1일 두산전에서 137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 LG 트윈스

전역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0에 그친 뒤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김대현은 경헌호 코치를 필두로 김경태, 김광삼 코치 등 여러 코치들의 도움 덕분에 구속을 되찾고 또 유지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김대현은 "작년에는 구속이 들쑥날쑥 했다. 구속이 잘 나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다음 경기는 갑자기 안 나오고. 작년에 1군 갔다가 퓨처스 팀으로 내려갔을 때 경헌호 코치님과 폼을 많이 바꿨다. 코치님이 나는 과감하게, 와일드하게 나가는 선수인데 팔 스윙이 너무 커서 영점이 안 잡힌다고 하셨다. 또 힘이 떨어지면 구속도 안 나오고. 그래서 팔 스윙을 간결하게, 올려놓고 때리는 쪽으로 준비를 잘 했다"고 설명했다.

마음고생을 털어낸 점도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김대현은 재판을 받은 최근보다 가해자로 몰려 있던 입대 기간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역한 뒤보다 사실 군대 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조사받고 법원 다녀오면 거기 있는 사람들의 눈빛이…하나하나 다 아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내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군대 있을 때가 더 힘들었다. 이름만 쳐봐도 나오지 않나. 학교폭력. 내가 '아니에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김대현은 "감독님도 코치님도 많이 도와주시고, 기회를 주시니까 이제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마운드 올라가서 더 씩씩하게 던지고 내 공 뿌리면 된다. 결과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각오를 다졌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