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네시에 LG 3사 전진기지…북미시장 연착륙 [워싱턴 리포트]
LG화학 양극재 공장 착공…완공 땐 시너지 효과
LG전자 세탁기 공장, 64% 자동화로 109억 절감
[스피링힐·클락스빌(테네시주)=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미국 남부 테네시주는 컨트리 음악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주도인 내슈빌은 미국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청소년기를 보내며 음악적 토대를 마련한 곳이다. 도심에서 컴벌랜드강으로 이어지는 '브로드웨이'는 여전히 매일 밤 컨트리송이 가득하다.
이런 도심과 달리 내슈빌 교외 지역은 주요 공장지대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몇년사이 구글 데이터센터와 아마존 물류센터가 자리잡았고, 한국 기업 중에선 특히 LG가 공격적인 투자로 미국 진출의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2019년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배터리 공장은 올해 가동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양극재 공장 착공에 들어가며 대열에 합류했다.
LG는 "테네시 생산기지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공정을 자동화하고 첨단 제조 기술을 접목하는 지능형 공장을 구축해 북미 시장 수요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 관세, 배송시간 등을 줄여 미국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얼티엄셀즈 배터리 2공장, 최단기간 수율 90% 달성
올해 3월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는데, 약 한달 만에 수율 안정화에 성공했다. 수율은 전제 생산품에서 불량품을 제외한 비율로, 생산성과 수익으로 직결된다. 2018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폴란드 공장의 경우 수율을 목표치로 끌어올리는데 1년 이상이 소진됐다고 한다.
김영득 얼티엄셀즈 테네시 법인장은 "30년 이상 쌓아온 풍부한 양산 경험과 기술리더십을 바탕으로 역대 최단 기간 수율 90% 이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생산 현장은 방진모와 마스크, 방진복, 방진화, 고글에 소통을 위한 헤드폰까지 착용한 후 견학이 가능했다. 빽빽이 들어선 장비들은 전극이 입혀진 포일을 누렀다가 자르고 또 합쳤다. 20여개의 모노셀이 합쳐져 하나의 배터리가 됐고, 이는 다시 알루미늄 파우치로 들어갔다. 여기에 전해질이 더해지면 실제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된다고 한다.
현지 직원들의 작업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시뮬레이션 교육도 눈에 띄었다. 실제 기계와 똑같은 모습을 모니터에 띄워두고 교육하는 방식이다.
얼티엄셀즈 2공장은 충전 후 500㎞까지 주행이 가능한 이른바 '3세대 배터리'를 생산하며, 단계적으로 생산을 늘려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60만대분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주로 스프링힐 GM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캐딜락 리릭'에 탑재된다.
리릭은 6만달러 안팎의 고급형 전기차이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술은 LG엔솔, 현지는 GM 협업…LG화학 양극재 시너지도 기대
김 법인장은 "GM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환경, 안전 등 법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 도움을 받고 있다. 실제 배터리 공정과 설비 등 기술적 부분이나 인력 훈련 이런 부분은 우리가 강점이 있기에 조합해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공장"이라고 강조했다.
GM측 최고책임자인 크리스 데소텔스 공장장(Plant Director)도 "LG에너지솔루션은 오랜 양산 경험, 차별화된 기술리더십을 갖추고 있으며 이 같은 역량은 양사의 파트너십을 더욱 깊이있게 만든다"며 "최근 하이앤드급 차량 리릭의 성공적 출시는 양사의 오랜 파트너십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슈빌 서쪽 클락스빌에 준공 중인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양극재 공장과의 협업도 기대된다. 현재는 기초공사 단계지만, 2026년부터 양산이 가능해 얼티엄셀즈와 공급망이 구축된다.
LG화학은 1단계로 170만㎡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입, 연간 6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60만대의 배터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양이다.
이미 LG화학은 GM과 25조원 규모(혹은 50만톤 이상)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토요타와도 2조9000억원 규모의 북미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클락스빌 공장은 우선 GM에 대한 공급에 주력하지만, 장기적으로 북미지역 고객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구 도는 한 생산라인 가동" LG전자, 자동화 총력
공장은 축구장 175개가 들어설 수 있다는 대형 부지에 LG로고를 품고 서있다. 한적한 공장 외부와 달리 공장 내부는 LG전자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등대 공장'으로 선정했을 정도다.
LG전자 테네시공장의 핵심 키워드는 '자동화'다. 공장의 한 사무실 벽에는 '지구가 도는 한 생산라인은 가동돼야 한다(While Earth Spins, Line Must Run)'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공장에 들어서면 분주히 움직이는 '무인운반차(AGV)'들이 곳곳에서 활약 중이다. 176개의 AGV는 LG전자 생산기술원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물량을 알아서 운반한다. 보다 진화된 자율주행물류로봇(AMR)도 9대가 활동 중이다. AGV는 배터리가 떨어지면 충전소를 찾아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데, 이러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교환을 전담하는 로봇도 도입 예정이다.
물류 뿐만 아니라 조립 라인도 상당 부분은 자동화 돼 있어 공장 견학 초기에는 사람 자체를 구경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현재 공장 자동화율은 64% 수준이다. 손창우 LG전자 테네시 법인장은 "LG전자 다른 생산지와 비교해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며 "올해 연말 68% 정도를 거쳐, 내년 초 7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동화를 통해 100여명의 인건비를 절감한 것으로 사측은 보고있다. 미국의 경우 인건비가 특히 높은 만큼 연간으로 따지면 800만달러(약 109억원)를 절감한 효과라고 한다.
美관세 리스크 해소…"통상이슈 생기면 미국내 설비 증설"
현재는 관련 조치가 종료됐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향후에도 가전 영역에 불확실성이 제기된다. 다만 현지에 추가 공장을 세우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판단이다.
손 법인장은 "공장동 3개를 추가로 지을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통상이슈가 만약 생기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품질을 통한 공정한 경쟁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 법인장은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 우리 세탁기나 건조기가 모두 1등"이라며 "기능이나 성능이 뛰어나고 디자인도 상당히 좋다(고 평가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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