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배터리 전진기지 된 美 테네시...‘얼티엄셀즈’ 공장 가 보니
미국 내 韓 배터리 존재감 높이는 전진기지
1시간 거리에 LG화학 양극재 공장도 착공
지난달 30일 미국 테네시 내슈빌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스피링힐 시(市). 허허벌판 위에 지어진 고속도로 옆으로 거대한 하얀색 공장 건물과 파란색 글씨로 쓰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은 올해 3월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공장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이 50%씩 투자한 합작사다. 연간 5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곳은 얼티엄셀즈의 미국 내 2번째 생산 공장으로, 연간 최대 5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순수 전기차 60만대에 해당하는 규모다.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이 미디어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면화솜·담배 재배가 주업이었던 테네시가 미국 내 ‘전기차 기지’가 되고 있다. GM·폴크스바겐·닛산 등 전통 완성차 기업들은 물론, 전기차 거물인 테슬라도 이 곳을 북미 전기차 주요 생산 거점으로 삼고있다.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조달하는데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를 인상하는 만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얼티엄셀즈를 통해서 미국에서의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LG의 ‘배터리 전진기지’된 테네시
이날 얼티엄셀즈 공장에 들어서자, 폭이 50m에 달하는 널찍한 통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유사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공장을 설계해야한다는 현비법을 따라 만든 ‘GM식’ 공장으로, 한국에선 보기 힘든 구조다.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외국인인 만큼, 방진복 세트에는 긴 수염을 가릴 수 있는 ‘수염 가리개’가 기본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방진복과 고글을 갖춰쓰고 배터리셀 조립라인에 들어서자,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금속 시트를 자르고 나르는 기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생기는 소음이 귀를 때렸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을 정도로 자동화가 되어 있는 생산라인에선 기계들이 음극재와 양극재가 도포된 얇은 금속판을 정확한 크기로 자르고, 이를 층층이 쌓아 알루미늄 ‘파우치’안에 담고 전해액을 주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터리셀은 한 번 완충하면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시중 최고성능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이 된다. 이 공장의 수율(품질 기준을 충족한 제품 비율)은 가동 한 달만에 90%를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8년 완공한 폴란드 공장에서 이 같은 수율을 맞추는데 1년이 걸렸지만, 그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단 기간에 9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차 스펙에 따라 다르지만, 순수 전기차 기준 이 같은 배터리 셀이 많게는 500개도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이들 제품은 인근 스프링힐에 있는 GM의 공장으로 이송되고, 그 곳에서 생산되는 캐딜락 리릭에 탑재된다. 또 GM의 미시간주·멕시코 공장으로도 빠르게 운송돼 주행거리 400~500km 수준의 최신 전기차들에 탑재되기도 한다.
LG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양극재도 미국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날 31일 스프링힐에서 약 140km 떨어져있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는 얼티엄셀즈에 양극재를 제공할 LG화학의 테네시 양극재 공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축구장 240개(52만 평)크기의 부지에 지어질 양극재 공장은 연 6만t의 제품을 생산해, 차로 1시간 거리인 얼티엄셀즈를 포함해 근처 테슬라 등 고객사로도 제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얼티엄셀즈는 현재 LG화학의 청주 양극재 공장·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업체로부터 양극재를 공급 받고 있지만, LG화학의 테네시 공장이 2026년부터 양극재 양산이 시작되면 운송비와 관세 등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공장으로 비용 효율화
다만 테네시에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만큼, 생산라인 인력 쟁탈전도 치열해고 있는 분위기다. 1700명을 고용중인 얼티엄셀즈가 들어선 스프링힐의 인구는 18만명 수준에 불과해, 경기도 구리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장이 늘어나며 이직이 쉬워진 가운데, 공장 직원들의 근속 연수는 2년~3년 수준으로 짧다.
이에 따라 인력 수급난과 현지의 높은 임금을 고려해 공장 자동화를 고도화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31일 방문한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LG전자 가전 공장에는 무거운 세탁기·건조기 부품을 운반하는 자동 운반로봇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공장은 40m 가량의 라인에서 기존에 약 30명이 필요했던 세탁기 제조 작업을 로봇팔 등으로 자동화 시켜 최소한의 인원만 고용하고 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관계자는 “처음 공장을 설립할 때 대비 자동화를 통해 100명의 인원을 절감하게 됐다”며 “1인당 연 8만 달러의 비용이 절감된다 봤을 때 800만 달러의 절약효과인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이 공장에 기존 무인운반차(AGV)보다 물품 운송 시간이 20% 개선된 9대의 ‘자율주행 물류로봇(ARM)’을 도입했다. 또 이 같은 물류 로봇을 직접 찾아가 배터리를 교체해줘, 로봇이 따로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으로 왔다 갈 필요가 없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64% 수준인 자동화 수준을 내년에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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