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빅뱅 시대, FMS가 뜬다
2028년 시장 규모 57.5조 예상
현대캐피탈 FMS 적용 차량 3만대 육박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공상과학(SF) 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가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브레이크나 운전대 등을 제어하는 기술은 이미 일반화됐으며, 목적지까지 아무런 조작없이 갈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을 경험할 날도 머지 않았다.
친환경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이 모빌리티 산업의 신대륙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모빌리티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대단위 차량 관제 시스템(Fleet Management System, 이하 FMS)’ 분야도 눈길을 끈다. FMS는 차량 내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차량 위치와 상태, 연료(충전) 상태, 운전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 이를 관리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과거 국내 법인 차량(Fleet) 시장은 단순한 가격 경쟁과 담당자들의 인적 네트워크에 좌지우지 됐었다. 최저가 입찰이 가장 강력한 무기였으며, 고객사들은 차량 외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여기에 계약 정보 확인이나 각종 증명서 발급 등 기본적인 운영 업무도 영업사원들이 수기로 진행해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FMS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은 영업사원들의 오퍼레이션 업무를 자동화, 간소화하는 작업에 돌입했고, 고객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FMS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FMS는 2000년대 초반에 정립된 개념이지만, 최근 디지털 기술의 급성장과 함께 물류, 운송, 차량 공유 서비스에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도입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리서치앤마켓츠(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 관제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3년부터 연평균 10.5%씩 성장해 2028년에는 431억달러(약 57조5000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FMS 서비스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뒤늦게 시작됐지만, 차량 운행 효율을 극대화해 불필요한 유지,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통업과 서비스업,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국내 상위 자동차금융사로 FMS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최근 들어 FMS를 도입한 법인 고객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했을 때 현대캐피탈의 FMS를 활용하는 기업이 서비스업에서 약 50배, 유통업에서 약 35배, 제조업에서 약 10배 가량 늘었을 정도다. 산업별로 비중을 살펴보면, 제조업 고객사가 3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서비스업 고객사가 12%, 유통업 고객사가 11%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제조업에서 시작된 FMS에 대한 인기가 서비스업과 유통업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FMS의 다양한 특장점을 많은 기업들이 체감한 데 따른 결과란 설명이다.
이렇게 FMS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모빌리티 업체들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는 카셰어링 차량 관제 경험을 기반으로 FMS 솔루션을 개발해 화물·물류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용 통신 단말기와 관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알티모빌리티’에 투자해 카카오내비를 결합한 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전환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에 맞춰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모빌리티 스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에서는 국내 1위 차량 관제 시스템 업체인 ‘유비퍼스트대원’을 인수하는 등 FMS 사업을 성장시켜 그룹의 SDV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속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은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FMS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현대캐피탈의 FMS 법인고객 수는 약 2300여 사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법인 차량만 2만7000대에 이른다. 이는 4년 전 대비 무려 4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FMS를 중심으로 법인 차량 시장에서 펼쳐지는 경쟁의 룰을 새롭게 정립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캐피탈은 단순한 최저가 입찰 경쟁 대신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TCO)’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고객사에 차량만 공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FMS를 활용해 차량의 유지·보수부터 각 고객사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를 제공하면 고객사는 업무 개선과 비용절감을 비롯해 더욱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PBV(Purpose-Built Vehicle)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PBV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는 친환경 다목적 차량을 말한다.
이번 CES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PBV의 일반적인 개념을 ‘Platform Beyond Vehicle(PBV,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로 재정의했다. PBV를 전통적인 이동수단에 대한 개념을 넘어 고객의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설계와 최첨단 기술을 접목시켜 고객 중심의 토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진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물론 디지털 제어와 자율주행, 충전 등 PBV 차량에 접목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대형 물류 회사 또는 모빌리티 기업의 PBV 차량 활용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FMS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유통, 화물, 승객, 의료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설계가 가능한 PBV 차량을 하드웨어(Hardware)라 한다면, 해당 목적에 맞게 여러 대의 차량을 관제하고 이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oftware)가 FMS이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PBV를 실현시키기 위한 FMS를 고도화 하는데 힘쓰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기업인 A사는 직원들이 법인 차량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현대캐피탈은 A사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단말 정보에 새로 개발한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 운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A사의 법인 차량에 일반적인 운행정보를 얻을 수 있는 OBD(On-Board Diagnostics) 단말기와 함께 현대캐피탈 자체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해, 운전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와 과속 유지 시간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했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추가로 A사를 위해 영상 관제 단말기를 통해 도로에 설치된 표지판과 노면에 표기된 제한속도를 영상 인식해 과속을 판단하고,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 중에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FMS 시스템은 영업 데이터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어 전체적인 영업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유류비, 주차비, 통행료 등도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해 고객사의 영업용 차량 관리 비용을 1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이언스 등을 활용해 FMS를 끊임 없이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현대캐피탈 FMS가 현대자동차그룹의 PBV 전략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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