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약점 없애기'…망명 신청 자격 제한해 이민 정책 강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약점’으로 꼽히는 이민 정책 노선을 바꿨다. 국경 문제가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미국 남부 국경에 빗장을 거는 강경책을 택한 것이다.
○행정명령 서명 임박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주민들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경우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해 신속한 추방을 가능하게 하는 행정 명령에 4일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불법 입국자 숫자가 일주일 단위로 하루 평균 2500명이 넘을 경우, 이들의 망명 신청을 차단하고 입국을 자동으로 거부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불법 이주민 숫자가 하루 평균 1500명으로 줄어들면 국경은 다시 개방된다. 현재 남부 국경의 불법 이주민 숫자가 일평균 2500명을 넘기고 있기 때문에 행정 명령이 발동되면 국경은 즉각 폐쇄될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NN에 따르면 이 행정 명령은 이민법 202(f) 조항에 근거했다.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에 외국인 이민자 또는 비 이민자 등의 입국을 중단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한 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조항을 사용해 이민을 통제했고 당시 민주당은 이를 비판했다.
○트럼프 솔루션 따라가는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이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불법 이민은 대선의 핵심 이슈이자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량 추방 계획, 군대 동원 등 더욱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민자들이 “우리나라(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혐오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4월에 실시된 갤럽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27%가 ‘이민’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꼽았고 이러한 기조는 3개월 연속 이어졌다. 지난 24년간 여론조사에서 한 주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경우는 없었다. 같은 달 시행된 AP통신의 여론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 이민 및 국경 안전이 악화했다는 응답은 56%를 기록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37%만 그렇다고 답했다.
외신은 이 행정명령이 바이든의 이민정책이 우경화됐음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WSJ은 “이민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자신이 반대했던 트럼프 시대의 이민 솔루션을 수용하려는 의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FT 역시 “가자 전쟁에 대한 바이든의 대처에 불만을 가진 일부 좌파 민주당 유권자들을 더욱 소외시킬 위험이 있음에도 이 같은 행정 명령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행정 명령이 발효되더라도 시행까지는 어려울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연방 정부에는 망명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는 인력이나 이들을 구금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인도적 구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이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화당 인사들은 바이든의 행정 명령에도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스티븐 밀러 트럼프 캠프 선임 고문은 소셜미디어 X(엑스)에서 “바이든의 행정명령 계획은 그의 ‘느슨한’ 이민 정책을 강화할 뿐”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 역시 X에서 “바이든은 이제 자신이 만든 혼란을 해결하고 싶다고 미국인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젤로 페르난데스 에르난데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일련의 정책 옵션을 계속 모색하고 있으며 우리는 깨진 이민 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월에 임기를 시작하는 멕시코 새 행정부에도 불법 이민 해결은 큰 과제다. WSJ은 “바이든의 행정 명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송환되는 이민자의 유입에 대비해야 하는 멕시코 당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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