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테네시에 '美공략' AI 최첨단 전진기지…최단기 수율목표 달성 등 성과
얼티엄셀즈 2공장, 한 달 만에 수율 목표 달성…LG전자 공장, 최고 수준 자동화율
(스프링힐·클라크스빌<美테네시>=뉴스1) 김현 특파원 = #1. 테네시주(州) 스프링힐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2공장. 100m가량 이어진 한 전기차 배터리 조립 라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애겠다는 기세의 자동화된 장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조립 공정의 막바지 과정인 전해질 주입 단계를 거치는 파우치형 배터리는 모두 전해질 주입 전후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의 소수점 아래 수치까지 일치했다. 배터리의 형태를 완성하는 이 조립 라인엔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인하는 소수의 인력만 배치돼 있었다.
#2. 테네시 클라크스빌에 위치한 LG전자 공장. 축구장 13개 면적의 공장 내부엔 9대의 자율주행 물류로봇(AMR)과 약 170대의 무인운반차(AGV)가 쉴 새 없이 자재와 부품을 운반하고 있었다. 생산라인에 배치된 로봇팔들은 AMR과 AGV가 실어 나른 부품과 자재들을 사용해 하나하나 제품을 조립했다. LG전자가 개발한 시뮬레이션 기술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통합 관제시스템은 모든 제조 과정을 지켜보며 제품 생산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LG가 세계 최대 전기차, 생활가전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테네시주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생산기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네시주엔 지난 2018년 LG전자 테네시 공장을 시작으로, LG에너지솔루션(엔솔)과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제2공장(올해 3월 가동)에 이어 오는 2026년 상반기 LG화학 양극재 공장까지 '3각 벨트' 생산기지가 자리 잡을 예정이다.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테네시주는 조지아·앨라배마 등 8개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어 물류 및 유통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GM·폭스바겐·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생산거점이어서 배터리와 양극재 등의 사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LG가 미국의 여러 주(州) 가운데 테네시를 생산기지 거점으로 점찍은 이유다.
LG는 이 같은 테네시 생산기지를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디지털트윈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해 구축하고 있다.
공정 자동화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공장을 구축함으로써 생산 효율성을 높여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북미시장 수요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얼티엄셀즈 제2공장, 최첨단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적용…최초 언론 공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얼티엄셀즈 제2공장은 자동화·지능화·정보화 등 최첨단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적용돼 있었다.
얼티엄셀즈는 LG엔솔과 GM이 지분 50대 50으로 투자한 합작법인이다.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은 미국 내 오랜 사업 경험을 토대로 환경·안전·법률 등을 담당하고, 최고의 배터리 제조 기술력을 갖춘 LG엔솔이 배터리 공정·설비·직원 교육 등을 맡고 있다.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제2공장은 약 2조7000억원이 투자됐으며, 축구장 35배 크기인 연면적 24만7000㎡ 규모를 갖추고 있다. 제2공장에선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셀을 만든다. 제2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은 캐딜락 리릭과 쉐보레 이쿼녹스 등 GM의 3세대 신규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제2공장은 지난 2021년 4월 설립 계획을 발표한 지 약 3년 만인 올해 3월 본격 가동을 시작해 첫 제품을 고객사에 인도했다. 이는 30년이 넘는 배터리 사업 업력과 한국·폴란드·중국 등에서 쌓아온 풍부한 양산 경험을 토대로 가동 초기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했기에 가능했다.
결함 없이 품질 기준을 충족한 제품의 비율을 의미하는 '수율' 목표도 역대 해외 공장 중 최단기인 양산 한 달 만에 달성했다. LG엔솔은 과거 폴란드 공장의 경우 완공 후 수율을 잡는 데만 2년가량이 걸렸으며, 지난 2022년 11월 가동을 시작한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공장(제1공장)도 수율 목표를 달성하는 데 2공장보다 더 걸렸다고 한다.
김영득 제2공장 법인장은 "30년 이상 쌓아온 풍부한 양산 경험 및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역대 최단기간에 90% 이상의 수율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제2공장이 달성한 성과의 핵심 요인은 최첨단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적용을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LG엔솔측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우선 자동화된 제조공정과 설비로 생산성을 대폭 개선했다. 물류는 물론 검사와 계측까지 각각의 생산 단계마다 최첨단 품질 검사 및 제품 오류 검증 방법 등을 적용해 최고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3D 기반의 가상환경에서 설비 및 공정 설계를 사전에 검증한 뒤 생산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스마트팩토리 기반 업무 표준화는 해외 생산공장들이 가동 초기에 겪는 수율 및 인력 안정화와 관련한 여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공장 내 인력 교육도 자체 개발한 첨단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이뤄졌다. 시뮬레이터는 생산라인에서 하는 일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돼 있다. 실제 취재진이 방문한 당일 교육장에는 16대의 시뮬레이터를 통해 직원들이 교육받고 있었다.
교육 감독관인 데이미언 머호니는 시뮬레이터에 대해 "혁신적"이라고 평가한 뒤 "일주일의 시뮬레이터 훈련 뒤에는 라인에서 참관하고, 선임의 감독하에 서서히 더 많은 업무를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AMR·AGV 등으로 완전 무인물류 체계 구축
같은 달 31일 방문한 LG전자의 테네시 공장은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부품부터 세탁기·건조기·워시타워 등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완결형 통합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클라크스빌에 위치한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한국 기업의 해외 공장 최초로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과 같이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곳을 의미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테네시 공장은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기술과 60년 이상의 제조 노하우가 집약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길이 500m, 폭 100m의 테네시 공장 건물에선 생산·용접·가공·조립· 검사 공정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작업하는 등 높은 수준의 자동화가 눈길을 끌었다. 손창우 생산법인장은 "현재 자동화율이 64%인데, 다른 생산지에 비해 제일 높은 수준"이라며 "자동화율을 연말까지 68%, 내년 초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네시 공장 내엔 약 170대의 AGV가 분주하게 부품을 나르고 있었다. AGV는 공장 바닥에 바둑판처럼 부착돼 있는 QR코드를 읽으면서 움직였다. 기존 사람이 하루에 6000번 이상 직접 했던 부품 운반 작업을 AGV가 처리하면서 테네시 공장은 '완전 무인 물류 체계'가 구축됐다.
최근엔 AI를 적용해 AGV가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곳에선 스스로 빠른 우회로를 찾아 이동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LG전자는 또 지난해 10월 테네시 공장에 차세대 물류 로봇인 AMR을 도입했다. 기존 AGV 대비 물품 운송 시간이 20% 이상 개선된 AMR은 공장 내 5G 전용 통신망을 기반으로 주변 장애물을 스스로 인지해 빠르고 정확하게 자재를 운반한다. 테네시 공장은 현재 9대인 AMR을 연내 15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세탁기와 건조기 등에 쓰이는 금속판 압착·용접 등 제조라인 공정의 대부분은 로봇들이 작업을 수행했다. 로봇이 작업을 진행하는 공정에선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을 제외하곤 작업자가 없었다.
40m가량의 세탁통 제조 라인엔 당초 약 30명이 투입돼 작업을 했지만, 자동화를 통해 효율화를 이뤄냈다.
이 같은 AGV와 AMR 사용으로 공장 인원을 연간 100명가량의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송현욱 생산실장은 인원 1명을 효율화했을 때 1명당 연간 약 8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네시 공장 1층에 위치한 스마트팩토리 컨트롤타워룸에선 생산 관련 모든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22대의 현황판이 설치돼 있고, 스마트팩토리팀 인원들이 상주해 공장 내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빠르게 대응한다.
이와 함께 테네시 공장은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 AI·빅데이터·공장 전 영역(가공라인 및 조립라인, 자재물류, 품질)의 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통합 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30초마다 공장 내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10분 뒤 생산라인을 예측하고 자재를 적시에 공급한다. 또 데이터 딥러닝으로 제품의 불량 가능성이나 생산라인의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금속 프레스 가공,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부품 제조를 내재화한 테네시 공장에는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지능형사출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금형에 온도·압력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최적의 사출 조건을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이를 통해 테네시 공장의 부품 생산성은 기존 대비 약 20% 향상됐고, 불량률은 60% 정도 개선됐다.
◇ LG화학 공장, 최고 품질 양극재 생산 위해 최첨단 시스템 장착 계획
같은 날 방문한 LG화학 테네시공장은 아직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2026년엔 세계 최고 품질의 양극재 생산을 위해 AI·DX 등 최첨단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약 2조원을 투자해 연면적 약 7만6000㎡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지난해 12월 착공했다. LG화학은 2026년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하고 2028년 4월까지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60만대분에 해당하는 연산 6만t의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생산할 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인 청주 양극재 공장에서 양극재 품질 개선을 위한 수많은 데이터와 다양한 예측 모델들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테네시 공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양극재 제조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백 개의 공정 운영 및 환경 조건들의 데이터를 연동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품질 이상이 예측될 시 조기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I·DX 플랫폼을 활용하면 데이터 수집부터 예측 모델까지 자동화가 가능하며, 주기적인 모니터링 및 재학습을 통해 예측 모델의 성능과 정확도 또한 유지될 수 있다는 게 LG화학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LG화학은 양극재 제조에 필수적인 가열 공정에서 최고의 품질을 얻기 위한 최적의 온도를 예측하는 모델 구축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관계자는 "테네시주 전진기지에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 등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여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공장 가동, 에너지 관리 시스템 적용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ESG 경영 실천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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