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심의 소송비 공개 거부… 방통위 "수임료는 영업비밀"

박성동 기자 2024. 6. 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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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두 달 만에 비공개 처분
의원실엔 일주일 만에 자료 제출
"공공기관 사건 맡으면 수임료 공개 감수해야"

무분별한 방송심의 제재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이 역대 가장 많이 제기된 가운데 소송비용을 공개하라는 청구를 방송통신위원회가 거부했다. 이미 같은 내용의 자료를 국회의원실에는 제출했으면서 일반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수임료는 변호사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인데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방통위는 2021년부터 최근 3년 동안 방송사로부터 제기된 행정소송으로 지출한 소송비용 정보를 공개하라는 기자협회보의 청구에 지난달 27일 비공개 결정했다. 4월4일 청구를 접수해 검토한 지 두 달 만이다. 앞서 3월에는 소송비용이 “민감자료”라며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비공개 처분 일주일 전인 지난달 21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소송비용을 공개했다. 제출을 요구한 지 닷새 만이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심의제재에 대한 행정소송에 1억4000만원 가량을 사용했다. 최근 10년 동안 방통위가 쓴 가장 많은 소송비용이다. 같은 당의 고민정 의원도 이 내용을 제출받았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국회의원에게는 제출할 수 있는데 국민에게는 공개 못 할 이유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어차피 의정활동 과정에서 공개하려 받는 것인데 아주 예외적으로 비공개를 전제로 제출한 자료가 아니라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의원실에서 자료가 나와 보도까지 됐는데도 방통위가 비공개할 실익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한 근거는 ‘영업상 비밀’이다. 정보공개법상 ‘영업상 비밀’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생산기술이나 경영 노하우 등 말 그대로 비밀이 아니더라도 알려지지 않는 편이 사업자에게 유리하다면 영업상 비밀로 본다.

쟁점은 ‘정당한 이익’이다. 아무리 영업상 비밀로 인정되더라도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어야 비공개할 수 있다. 2017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공개 우려 때문에 공공기관이 의뢰하는 사건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고 “수임료가 많거나 적은 데 대한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며 소송비용은 비공개할 이익이 정당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월22일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법무법인은 사건을 수임할 때 자기가 하는 활동이 국가재정의 지출대상이 됨과 동시에 공적인 관심사항에 속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국가기관은 소송비용의 실질적인 지출자인 국민이 이해하기 충분한 정당성과 투명성을 갖출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 변호사는 “수임 계약 상대방의 지위가 사립대학 등과 달리 공공기관일 때는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은 수임료 공개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아무리 영업상 비밀이더라도 비공개가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지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판례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2022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소송비용이 얼마인지 정보공개를 청구한 데 대한 소송이다. 법무부는 소송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2심을 진행 중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MBC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11건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이 가운데 8건에 집행정지가 결정됐다. KBS와 YTN, JTBC도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과징금 결정 등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방통위가 내야 할 소송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선방위가 내린 제재 30건이 아직 방통위에서 방송사들로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방위의 제재 결정은 방통위가 넘겨받아 확정한다. MBC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통지가 나오는 대로 적극적으로 소송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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