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 3개 씁니다" 2루수 OPS 1위. 방황 이겨낸 '확신'의 재능…롯데 중심에 우뚝 섰다 [SC피플]

김영록 2024. 6. 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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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고승민. 김영록 기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현실의 벽이 높아만보였다. 방황도 있었다. 하지만 야구만 바라보고 달렸다. 어느덧 타선의 중심에 우뚝 섰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4)은 팀 타선 리빌딩의 핵심이다. 어느덧 팀에서도 클린업트리오로 자리잡았다.

올시즌 타율 3할6리 3홈런 2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8을 기록중이다(이하 2일까지 기준). 10개 구단 주전 2루수 중 '10홈런' 두산 베어스 강승호(OPS 0.838)와 함께 OPS 공동 1위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둔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0.837)을 비롯해 KIA 타이거즈 김선빈(0.800) NC 다이노스 박민우(0.759) 등 쟁쟁한 이름들을 제쳤다.

2022년 후반기에도 타율 4할1푼4리의 불방망이로 스스로의 재능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마운드에 왼손 투수가 올라오면 여지없이 타석을 비우곤 했다. 좌완 상대 타석(24개)이 우완(210타석)의 1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철저하게 플래툰으로 기용됐다.

기록 면에서 약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적응할 시간도 없었다. 타율 2할2푼3리로 추락한 지난해 역시 좌투수를 상대할 때는 배제되기 일쑤였다.

야구계에선 "결국 선수가 이겨내야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승민은 2019년 2차 1라운드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이미 군복무도 마쳤다. 롯데의 미래를 맡겨야할 확신의 재능이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나 피할수만은 없는 노릇.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올시즌엔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기용되고 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고승민을 점찍고 집중 지도에 나섰다. "스윙은 아주 좋은데, 파워포지션이 흔들리는게 문제다. 정통 슬러거는 아니라도 20홈런은 충분히 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 올겨울 여기에 초점을 맞춰 땀을 흘렸다.

플래툰 다음은 수비의 벽에 부딪혔다. 원래 고승민은 2루수였다. 제대 후엔 타격 재능과 강한 어깨를 살리기 위해 우익수로 나갔다. 지난해에는 다시 내야로 돌아와 1루수를 맡았다. 그러다 나승엽이 제대하고, 외야에도 외국인 선수 레이예스가 보강되면서 스프링캠프 때는 다시 2루수 훈련을 받았고, 시즌 초에는 부상으로 외야 한자리가 비면서 다시 코너 외야로 나갔다.

올시즌 2루수로 76타석, 좌익수로 40타석을 소화했다. 이밖에 우익수(9타석) 지명타자(5타석) 1루수(4타석)로도 나섰다.

거듭된 부담에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스윙이 장착된 멀티포지션은 이제 고승민의 최대 강점이 됐다. 수비에서 활용도가 높다보니 출장빈도가 올라갔고, 타격감을 유지하기도 수월해졌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2일 NC 다이노스전에선 NC 류진욱을 상대로 생애 첫 만루홈런을 쏘아올리며 팀 승리도 견인했다. 그는 "바깥쪽 공을 노리고 있었는데, 몸쪽으로 실투가 왔다. 다행히 회전이 잘되서 홈런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제 왼손 투수가 나와도 타선에 내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왼손 투수 공이 더 치기 편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보니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주신 기회에 보답하고 싶다. 타격폼도 김주찬, 임훈 코치님 도움을 받아 계속 가다듬고 있다."

고승민을 위해 팀 전체가 팔을 걷어붙였다. 고승민은 지금 글러브를 3개 쓴다. 좌익수-우익수로 나설 때 쓰는 외야수용, 2루수일 때 쓰는 내야수용, 그리고 1루수용 미트다.

외야 글러브는 고승민 자신의 것. 1루수로 나설 땐 나승엽의 미트를 함께 쓴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그런데 2루수 글러브에는 한동희의 이름과 백넘버가 적혀있다. 고승민은 "마무리캠프 때 김민호 코치님이 (한)동희 형한테 부탁하셔서 하나 받아주셨다. 동희형 글러브가 좋은 거니까 이걸 써야 수비 더 잘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내 (내야)글러브는 사용금지 상태"라며 멋쩍어했다.

"아직 내야수로만 쭉 나가면 좀 부담스럽다. 한번씩 외야를 나가면 마음이 좀 편하더라. 아직 2루수는 잘 못하는 것 같다. 주위에서 커버쳐주는 형들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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