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퇴하세요”…폭염에도 일하는 美 90세 퇴역군인 사연은

전직 지역방송 앵커가 이 모습 포착해 사연 알려
그가 은퇴할 수 있도록 모금 시작…모금액 총 3억원 넘어

미국의 한 마트에서 카트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딜런 매코믹(90)의 모습. ‘고펀드미’(GoFundMe) 캡처

공휴일 폭염 속에서도 일하는 90세 미국 퇴역 군인의 사연이 알려지자, 그가 은퇴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 기부금 수억원이 모였다.

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외곽 소도시 메타리의 한 마트에서 카트 정리 일을 하는 퇴역 공군 딜런 매코믹(90)의 사연을 소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직 지역방송 뉴스 앵커인 캐런 스웬슨 론키요는 지난달 27일 매코믹을 처음 마주쳤다. 매코믹은 열심히 마트 주차장에서 흩어진 카트를 모아 밀어서 정리하고 있었다. 이날은 공휴일인 ‘메모리얼데이’(현충일)이면서 체감온도가 39℃에 달하는 폭염이 닥친 날이기도 했다.

론키요는 힘겹게 카트를 미는 매코믹에게 공휴일에도 일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매코믹은 “먹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 모습을 영상으로 남긴 론키요는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매코믹의 사연을 올리고 그의 은퇴를 돕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론키요는 “매코믹은 한달 생활비로 2500달러(약 345만원)가 필요하지만, 사회보장연금으로 받는 돈은 1100달러(152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매코믹은 나머지 금액을 벌기 위해 마트에서 일을 한다. 때로는 한꺼번에 20대가 넘는 카트를 밀며 미로와 같이 주차된 자동차들 사이를 지나간다”고 적었다.

해당 글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나흘 만에 5400여명의 누리꾼이 모금에 참여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3일 기준 24만4000달러(약 3억3630만원)를 넘어섰다.

이에 론키요는 “매코믹이 은퇴할지 아니면 일을 계속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렸다”며 “더 이상 먹고 살기 위해 무더위 속에서 쇼핑카트를 밀지 않아도 된다. (계속 일을 한다면) 출근할 때도 걸을 필요 없이 자동차를 탈 수 있다”고 했다.

매코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론키요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며 “이 미친 세상에는 그와 같은 좋은 사람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