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5세의 저주… “열정적 젊은 인재만 남겨라” 해고 풍파[Global Economy]
텐센트 등 IT기업 구조조정
30대 중반 직원에 퇴직 권고
직원 평균나이 27세 기업도
35세 이상은 ‘고령청년’ 딱지
일반 기업·편의점까지 확산
“지금 1980년대생 해고되면
내일은 1990년대생들 차례”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35세의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기는 사람은 행운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인생은 급속도로 우울해집니다.”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30대 프리랜서 여성 리(李)모 씨는 중국에 널리 알려진 ‘35살의 저주’라는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35세 이상을 ‘고령자’ 취급하며 퇴직을 권고하는 회사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많은데 실제로 ‘제2의 틱톡’이라 불리는 쇼트폼 플랫폼 콰이쇼우(快手)는 최근 30대 중반을 넘어선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텐센트발(發) 해고 바람의 최우선 대상은 35세 이상의 비(非)임원 직원들이었다. 34세인 한 콰이쇼우 직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35세 동료가 해고당하는 것을 보면서 내 자리도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충격과 불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의 IT 기업 경영진은 젊은 직원에 대한 선호를 애써 감추지 않는다. 마틴 라우 텐센트 사장은 지난 2019년 회사 관리자의 10%를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더 열정적인 젊은 인재, 새로운 동료들이 그들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옌훙(李彦宏) 바이두(百度) 창업자 겸 CEO 역시 2019년 공개서한을 통해 “1980년과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직원들을 더 많이 승진시켜 (회사를) 더 젊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중국 IT 기업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상당히 젊은 편이다. 중국의 ‘링크드인’ 격인 구직·채용 전문 소셜미디어 마이마이(맥맥)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틱톡을 소유한 바이트댄스와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의 직원 평균 나이는 27세이며 콰이쇼우의 직원 평균 연령은 28세다.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은 33세로, 중국 노동자의 평균 연령(38.3세)과 비교하면 크게 젊은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중국의 경기침체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한다. 인터넷 회사의 한 관리자는 FT에 “팬데믹 이전에는 기술 부문이 고속 성장했지만 이후 정부의 단속이 시작됐다”며 “이제 우리는 값비싼 관리 계층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콰이쇼우는 2021년 12월 기준 2만8000명이었던 직원 수를 지난해 6월 16% 감원했다.
일반 기업들도 신입 채용 조건으로 35세 이하를 걸고 나서면서 최근 중국 내 30대 근로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최근 웨이보(微博)에는 한 편의점 구인 공고의 자격 요건이 35세 이하인데 좌절한 30대 청년의 글이 올라와 큰 관심을 모았고, 한 시민은 웨이보에 “35세는 지식과 업무 경험, 사회적 경험이 쌓여 일하기 딱 좋은 나이이다. 이 나이에 해고당하는 것은 그 사람의 따귀를 때리는 것과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웨이보 사용자는 텐센트의 해고 방침을 링크한 뒤 “지금 지우링허우(1990년대생)는 바링허우(1980년대생)가 무자비하게 해고되는 것을 보고 있다. 아마도 내일은 링링허우(2000년대생)가 지우링허우의 퇴직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많은 이의 호응을 얻었다.
35세 이상을 뜻하는 ‘고령 청년’이라는 단어는 이제 중국 인터넷상에서 하나의 신조어가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6일 기사에서 ‘고령 청년’, ‘전업 자녀’(집안일을 하고 부모에게 생활비를 받는 청년) 등을 소개하며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어려운 고용 시장을 그나마 가볍게 여기기 위해 유머를 섞어 만든 새로운 단어”라며 “중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서점에는 ‘35세, 마음에서부터 다시 출발하다’ ‘35세 이전에는 규칙을 따르지 말라’ 등 35세를 테마로 한 책들이 가득하며 웨이보 등에는 ‘35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35세가 된 당신, 커리어를 재설정해 보세요’ 등 관련 조언들이 쏟아진다.
그럼 35세에 직장을 떠나는 이들은 어디로 갈까. 선택지가 많진 않다. 다른 직종으로의 전환, 기존에 해온 일을 바탕으로 한 창업, 아예 새로운 분야에서의 창업 내지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리 씨는 “교사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친구들을 제외하면 처음 입사한 직장에서 40대까지 계속 일하고 있는 친구는 손에 꼽는다. 고향으로 돌아간 이도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 더 안정된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이곳은 예외인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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