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Z세대의 좌절… ‘인턴십 기회’ 조차 하늘의 별따기[Global Economy]

김남석 기자 2024. 6.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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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Economy
올해 들어 노동시장 급랭
기업들 경력 위주로 뽑아
‘취업 사다리’ 무너지는중
IT전공 年10만명 넘는데
기술분야 채용공고 30% ↓
빅테크 바라보던 졸업생
눈높이 낮춰 발품 팔기도
게티이미지뱅크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사직’(great resignation) 시대를 거친 뒤 꺾일 줄 모르던 미국 노동시장이 올해 들어 빠르게 식으면서 대학 졸업생 등 Z세대(1995년 이후 출생)가 무너지는 경력 사다리에 신음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력자 위주 채용에 나서면서 대졸자 채용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미국 청년층은 첫 직장은 물론 인턴십까지 눈높이를 낮추고 지원서를 들고 발품을 팔고 나서는 전통적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5월 졸업시즌에도 미 전역 대학 졸업생들은 당초 기대보다 크게 악화한 취업 현실을 마주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미 전국 대학·고용주협회 조사결과 회원사들은 올해 봄 대졸자 채용을 5.8% 줄일 것이라고 답해 2018년 이후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현재 18~24세 청년층의 3분의 1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임금이나 급여를 통한 소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력 수요가 많아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정보기술(IT) 분야 등 고연봉 직종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관련 구직자들 역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학생채용플랫폼 핸드셰이크에는 기술기업의 정규직 채용공고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했고, 구인웹사이트 인디드에 올라온 소프트웨어 개발직 채용공고 역시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30%가량 줄었다.

반면 신규 졸업생 숫자는 급증했다. 미국에서 컴퓨터·IT를 전공하는 학생 수는 2018년 44만4299명에서 지난해 62만7866명으로 5년 만에 41.3% 급증했다. 해당 전공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졸업생 역시 2021년 기준 10만 명을 넘었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140% 증가한 수치다.

5월 워싱턴DC에 있는 미국가톨릭대를 졸업한 벤 리셋은 WSJ에 “내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운이 좋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거다’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하면 취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국 각지 기업의 신규사원 모집에 지원했지만 몇 군데만 응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늘면서 대형 기술기업들이 관련 직무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신입 채용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갖춘 경력직을 찾는 상황이다.

취업 경쟁이 심화하자 졸업생들은 생애 첫 일자리 구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컴퓨터학과의 경력개발책임자 스테파니 존슨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20~40개 일자리에 지원하고 가을에 최종 (입사)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는 평균적으로 150개 이상 일자리에 지원하고 많은 학생이 (가을·겨울을 지나) 봄에도 여전히 채용 제안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대학들 역시 채용 관련 행사를 확대해 취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버지니아대는 올해 기술 분야 채용박람회 ‘테크나이트 테이크오버’ 행사를 확대해 의료·에너지·금융서비스 분야 고용주들이 기술직무를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취업은 물론 인턴십 기회마저 적어지면서 재학생들도 눈높이를 대폭 낮추고 기회를 잡으려 애를 쓰는 분위기다. 코넬대 컴퓨터학과에서 3학년을 마친 알렉스 장은 애플·페이스북·아마존·테슬라·우버·에어비앤비 등에 인턴십을 지원했지만 모두 불합격하자 디지털광고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인턴십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대학에서 정보과학을 전공 중인 자린 라흐만도 대형 기술기업 지원 의사를 접고 올여름 부동산투자관리업체에서 인턴을 할 예정이다.

인턴십 자리는 줄어든 반면 졸업예정자들이 넘쳐나면서 인턴십 지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콜로라도대 3학년생인 피어스 애브너는 지난해 수백 곳의 인턴십에 지원했지만 대부분 응답을 받지 못하자 올해는 덴버 주변 기술기업 20여 곳에 지원서를 직접 전달하고 엔지니어링 동아리 동문에게도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올여름 동아리 네트워킹을 통해 찾은 고용처 중 한 곳인 항공우주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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