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세력 분열 자초한 尹정부 위기는 당연지사”
● 적을 지나치게 많이 만든 尹, 자업자득
● 尹탄핵·개헌 논의 동시 진행될 듯
● 좌파 담론 차용한 우파의 정체성 부재가 핵심
● 백화제방의 춘추전국시대 개막
전적으로 윤 대통령 본인 때문
4·10 총선 패배 여파로 출범 3년차를 맞이하는 윤석열 정부는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잔여 임기 3년을 어떻게 전망하나요."윤석열 정부는 급조 정권입니다. 정치연합의 이념 스펙트럼도 넓습니다. 근본적으로 융합은커녕 연합할 수 있는 성격의 집단이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개인을 중심으로 단선(單線)으로 연결된 조직이죠.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국정 운영은 난맥상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죠. 지지층 좌우 양극단의 요구를 국정에 어떻게 반영합니까."
유재일 대표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난맥상의 근본 원인은 지지기반 관리 실패에 있으며 지지층 중 '담론 주도 세력'과 '지지 세력' 분리 문제도 있다고 했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 혹은 국민의힘에 있나요.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본인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적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정부 출범 때부터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정적으로만 간주했고요. 안철수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나경원 의원, 김기현 전 대표 등과 척을 졌죠. 한때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도 등졌고요. 현 집권 세력에 대통령 우호 세력이 누가 남았습니까? 대통령 본인 초기 지지 그룹 중 약한 고리를 강화했어야 했는데 반대로 한 거죠. 패착의 원인은 시쳇말로 '입만 살아 있는' 담론만 생산해 내는 좌파 그룹을 중용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정신 못 차리면 '식물 대통령' 신세 되는 것이고요."
유재일 대표는 현 대통령과 주요 정치인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존중을 못 받는 형편이에요. 왜? 누구도 존중한 적이 없으니까. 영화 '달콤한 인생' 대사를 인용하자면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인 거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대통령 임기 3년 남은 것 맞냐'며 임기 단축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어요.
"의도된 발언은 아니고 즉흥성 발언이라고 봐요.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엄청나게 불안한 정국이 이어질 것입니다. 극심한 여소야대에 대통령 지지율도 20%대죠. 남은 3년 임기 동안 누가 흔들어도 위태할 만큼 권력 기반이 취약해진 것이죠. 의과대학 입학 증원 사태 해결 못 하고 주요 병원 부도나기 시작하면 지지율 10%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탄핵도 공론화할 것이고요. '모든 일이 다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죠.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역할이고요. 현재처럼 하면 전망은 어둡고요." 유재일 대표는 대통령 권력의 취약성은 개헌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좀 더 설명해 준다면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가 개막한 것입니다. 대통령 중임(重任)제, 내각책임제 등 각양각색의 정치적 논의가 이뤄질 것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주(周)나라가 정통성을 잃자 '춘추오패(春秋五霸)' '전국칠웅(戰國七雄)'이라 불리던 제후들이 패권을 다퉜잖아요. 오늘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해 줄 마음도 존중해 줄 이유도 없는 상황인 거죠. 잔여 임기 동안 '개헌'과 '탄핵' 논의가 병진(竝進)할 것이라 봅니다.
보수 담론으로 스윙보터 설득했어야
제22대 총선 결과를 두고서 여당 내에서 견해가 엇갈립니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영남권모 국회의원은 지난 제21대 총선보다 의석수도 늘어나고 지지율도 올라갔다는 취지로 분석했다가 비판받기도 했습니다."4년 전 선거보다 나은 결과를 얻은 건 사실이죠. 예를 들어 반에서 50등 하다 45등 하면 상대적으로 잘한 건 맞아요. 반대로 제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문제는 언제부터 한국 대표 보수정당 총선 목표치가 이리 낮아졌나요?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 의석 확보였습니다. 앞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이를 달성했고요. 한마디로 눈높이를 지나치게 낮춘 거죠. 주 경쟁 대상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사실을 망각했고요. 당내 투쟁 과정에서 입지 확보를 위해서는 '지난 총선보다 잘했다'고 이야기할 순 있어도 총선 총평을 그런 식으로 해선 곤란하죠."
영남당 신세가 된 국민의힘은 '집토끼'라 할 수 있는 영남·보수층 유권자에 구애하자면 '산토끼'에 비유할 수 있는 수도권·중도층 유권자를 놓치는 딜레마에 빠진 듯합니다.
유재일 대표는 "완전히 잘못된 가정이다"라고 강조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난 총선에서 이른바 중도확장 전략을 썼습니다. 좌파 담론을 차용하고요. 중요한 점은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자신의 신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념을 빌려올 수는 없죠. 보수정당은 보수 담론으로 '스윙보터(swing voter·부동층)'를 설득했어야 합니다. 남의 신념·담론을 빌려 왔으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집토끼에 비유할 수 있는 고정 지지층 이탈입니다. 당연한 귀결이죠."
보수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요.
"핵심은 '보편성 전쟁'입니다. 근대 정치는 '누가 더 보편적인가'를 두고 선거라는 수단을 동원해서 전쟁을 벌이는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 보수 담론은 '보편적이지 않아.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야'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득표를 위해서는 다른 진영 담론을 빌려와야 하는 형편이고요."
유재일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영남권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득표율이 상승한 원인은 보수 지지층의 위기감 발로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가 기정사실이 되던 와중에 '미우나 고우나 내 새끼인데 이렇게 지면 안 되지' 하는 심정으로 투표한 것이죠. 흔쾌히 투표한 것은 아니고요."
보수 진영의 선거 패배 원인은 무엇이라 진단하나요.
"보수 진영이 자신의 담론을 보편화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반대로 좌파 담론에 경도됐기 때문입니다. 경도된 수준을 넘었죠." 유재일 대표는 이를 '좌경맹동주의(左傾盲動主義)'라고 정의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좌파에 경도됐다고요?
"좌파가 신념에 따라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맹동주의라고 하잖아요. 더 코미디 같은 상황은 좌파에서 차용한 정책을 맹렬히 추진한다는 것이에요. 윤 대통령과 정부는 좌파도 하지 않을 행태를 보인 것이죠. 우파 정당 대통령이 좌경맹동주의 행태를 보인다? 이래서 지지층이 확장되겠어요?"
그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대를 핵심으로 한 현 정부의 의료 정책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의료 정책을 두고서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행태는 시스템 관리자로서 보수 세력이 보여야 할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윤석열 정부는 시대정신 오독하고 있다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대 문제를 둘러싼 의사 집단과 갈등을 꼽기도 합니다."이번 정부는 보수우파 세력은 무조건 지지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중도좌파로 확장하는 선거 전략을 폈습니다.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세력이 담론을 주도하고요. 최대 지지층을 보유한 우파에서 정책 담론 주도를 하지 못하고 좌파에서 이를 주도하니 사달이 난 거죠. 현 정부 보건의료 정책이 어딜 봐서 우파 정책입니까? 이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들한테 질 수 없다'며 아집을 부리고 있고요. 윤석열 정부는 시대정신을 오독(誤讀)하고 있어요. 자신들이 어떠한 포지션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요."
고(故)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도 김영삼 정부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재임 시 사법시험 폐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다가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은 노무현 정부 시기 이뤄졌고요.
"정책 맥락에서 유사점은 있으나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기는 보수가 정치적 우위를 점했습니다. 당시는 사회 전반이 보수로 경도돼 있었죠. 그 속에서 진보도 포용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文民)정부를 표방했고요. 포용은 승자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오만'을 포용으로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신의'가 중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이런 식의 정책을 펼칠지 예측한 지지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조건 지지한다? 그건 좌파 진영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일종의 팬덤을 보유한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지막 사례라고 생각합니다만.
"제 말이 그거예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좌파 정책을 사용하면 '중도 확장'이 가능합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좌클릭을 하면 정체성을 의심받습니다. 모 인터넷 언론이 유출한 김건희 여사 녹취록에서도 '우린 원래 좌파다'라는 내용이 있잖아요. '우린 원래 민주당 성향이고 국민의힘 싫어한다'는 발언이 세상에 공개됐으니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죠."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특검, 영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이 당면한 최대 리스크라 봅니다.
"두 사건은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은 현 정부에서 발생한 것이고, 대통령실·국방부가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습니다. 당연히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것이고 수사도 진행됐었죠. 당시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소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리 하지 않고서 이제 와서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야당의 정치적 공세라고 판단합니다. 김건희 여사 비호감도가 나날이 높아져서 국민은 일종의 '마녀사냥'을 원하고요. 이 속에서 대통령이 야권의 정치 공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프레임 전쟁에서 이미 졌고요. 좌파는 이질적인 것을 섞어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능하잖아요."
어려운 처지의 대통령과 정부에 조언한다면요.
"‘이렇게 정치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물론 듣지 않겠지만요. 윤석열 대통령은 훗날 자신의 재임기가 '화양연화(花樣年華)'였다고 회상할 수 있도록 열심히 제대로 통치해 주길 바랍니다. 그러지 않으면 본인 인생에도 국가에도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치하지 마시라'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최창근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국내뉴스 에디터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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