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VX 대규모 증자…최대주주 임종윤 불참에도 지배력은 유지

최성준 2024. 6.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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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법인이 신주인수권 사들여 유증 참여 계획
지분율 희석 방어 동시에 신주인수권 매각대금 확보

한미그룹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바이오헬스케어기업 DXVX(디엑스앤브이엑스)가 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상속세 문제에 직면해 있는 임 사장은 본인이 증자에 불참하는 대신 신주인수권을 특수관계법인에 넘겨 대신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배력 유지와 함께 자금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DXVX는 1900만주의 신주를 찍어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존발행주식수의 63%에 해당하는 대규모 신주 발행이다. 

예정발행가격은 1주당 2650원으로 총 503억5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회사는 채무상환자금 230억원, 운영자금 273억5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자라고 설명했다.

DXVX는 특히 지난 2022년 10월 발행한 17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CB의 주식전환가격은 5010원인데 현 주가는 반토막 수준이어서 CB 보유자가 회사에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오는 10월 풋옵션을 행사한다면 연 15%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조건이 있어 원리금 포함 약 230억원의 풋옵션 대응 자금이 필요하다.

이처럼 회사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선 당연히 최대주주의 참여 여부가 중요하다. 최대주주가 불참한다면 일반 주주에게만 손을 벌려 재정난을 해결하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DXVX 지분율 19.57%를 가진 최대주주 임종윤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365만6927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정받는다. 유상증자에 100% 참여하려면 약 97억원(예정발행가 기준)의 자금이 필요하다.

상속세 재원 마련 문제에 직면해있는 임 사장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자신의 신주 배정분의 100%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증서를 특수관계법인에 매각하고, 특수관계법인이 대신 청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사장은 이런 방법으로 DXVX에 대한 지배력 축소를 방어하는 동시에 신주인수권증서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주인수권은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 일정 기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신주인수권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사들이면 기존 주주가 아니어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주인수권 거래 적정가격은 거래당일 주가에서 유상증자 발행가격(1차발행가)을 뺀 금액이다. 아직 1차 발행가격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증자 할인율(25%)을 감안하면 임 사장이 대략 20억 안팎의 신주인수권 매각 대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임 사장이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전량 실권한다면 지분율이 7.43%포인트 줄어든 11.82%로 내려간다. 그러나 특수관계법인이 신주인수권증서를 사들여 증자에 참여키로 하면서 기존과 변함없이 지분율 방어가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임 사장의 신주인수권을 넘겨받아 증자에 대신 참여할 특수관계법인으로 코리그룹을 점치고 있다.

DXVX는 이미 앞서 코리그룹의 자금을 통해 채무상환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DXVX는 지난 3월 제5회 CB 풋옵션 행사에 따라 220억원을 상환했다. 이때 상환자금 확보를 위해 코리그룹 계열사인 오브맘(ofmom)으로부터 254억원을 대출받았다.

최근 임 사장이 경영권을 확보한 한미사이언스의 참여도 가능하지만, 한미사이언스가 신주인수권을 매수자금을 임 사장에게 건네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한미사이언스가 DXVX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면 두 회사가 상호출자 관계에 놓인다. 앞서 임 사장이 2021년 DXVX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현금출자가 아닌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현물로 출자해 DXVX 주식을 취득했다. 따라서 DXVX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 간 상호출자가 원칙적으로 제한되진 않았으나 굳이 복잡한 지분구조로 체계를 만들 이유가 크지 않다.

현재까지 임종윤 사장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사들여 증자에 대신 참여하는 특수관계법인의 정체에 대해 DXVX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에 의해 청약 이전에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DXVX가 이런 내용을 담아 공시한 증권신고서는 아직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고 있어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이 심사를 통해 특수관계법인을 정확하게 공시하라고 정정 요청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당 공시에 대해 전반적으로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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