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데이터가 될 수 있나요?” 플랫폼 시대의 인간 소외...연극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6. 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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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인간성을 말살한다고 카를 마르크스(1818~1883)가 지적한 뒤 꾸준히 자본주의에 대한 보완이 이뤄졌지만 플랫폼 기업과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며 현대인은 새로운 방식의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플랫폼 시대에 데이터로 전락한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연극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연출 김재엽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공연되고 있다.

문제 제기를 하는 애니에게 연방수사국의 AI 멀더가 하는 말은 플랫폼 시대에 데이터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 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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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
플랫폼과 AI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인간 소외
플랫폼 노동자 비인간적 생활
대중의 데이터 탈취 문제 그려
연극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의 한 장면. 드림플레이 테제21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인간성을 말살한다고 카를 마르크스(1818~1883)가 지적한 뒤 꾸준히 자본주의에 대한 보완이 이뤄졌지만 플랫폼 기업과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며 현대인은 새로운 방식의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플랫폼 시대에 데이터로 전락한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연극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연출 김재엽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공연되고 있다.

연극은 프로그래머를 꿈꿨던 배달 라이더 늘찬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친구 민준을 생각하며 그는 1770년 유럽에서 만들어진 자동 체스 로봇 ‘메커니컬 터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기계는 오스트리아 왕궁에서 시연됐고 나폴레옹과도 겨뤘지만 19세기에 화재로 소실되며 속임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체스판 안쪽 숨겨진 공간에 몰래 사람이 웅크리고 앉아서 체스 말을 움직였던 것이다.

“그 체스 로봇에 숨어서 기계를 작동시키던 사람은 뭔 죄냐?...불에 타서 사라졌다고 했지?....아마 그 사람이 태워버린 거 아닐까? 나 같으면 그 체스 로봇을 태워버리고 싶었을 거 같아.”

연극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의 한 장면. 드림플레이 테제21
연극은 배달 플랫폼 기업 아우토반이 구축한 시스템에서 비인간적 처우를 받는 라이더들의 모습을 그린다. 아우토반은 라이더들의 노동으로 유지되지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사고가 나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이 플랫폼과 협업하는 개인사업자이고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늘찬과 라이더 조합의 지도자 리키가 라이더 사망 사고에 대해 항의하지만 플랫폼은 응답을 하지 않고 경찰 등 공권력의 뒤에 숨는다.

연극이 묘사하는 또 다른 그림자는 대중의 내밀한 개인 정보가 무단으로 수집되고 이용되는 현상이다. 미국에서 얼굴 인식 AI를 연구하던 애니는 자신이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어린 시절 사진이 연방수사국의 보안 감시 프로젝트의 데이터로 이용되는 것을 발견한다. 문제 제기를 하는 애니에게 연방수사국의 AI 멀더가 하는 말은 플랫폼 시대에 데이터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 거리를 던진다. “인간에게서 추출되어 그들의 삶을 드러내더라도...데이터는 인간 자체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데이터의 수집은 인류의 진보를 위한 공공선을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더 많은 데이터만 한 데이터’는 없죠.”

연극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의 한 장면. 드림플레이 테제21
연극에서 가장 비극적인 부분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되는 인간들의 얼굴의 겹쳐지는 부분이다. 인간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AI 캔디는 소시지 기계에 갇혀 죽은 민준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과유사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낸다. “민준이의 얼굴 인식 알고리즘과 유사한 얼굴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네바다주...에서 리튬을 캐는 사람들의 얼굴입니다...케냐 나이로비 지사에 고용돼 챗GPT를 위한 데이터 라벨러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입니다...로스앤젤레스에서 우버로 운전하고, 포스트 메이츠로 배달하는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합리적인 체제지만 필연적으로 인간 소외를 야기한다. 이를 지적하며 발호한 공산주의가 지구의 절반을 빈곤과 독재로 몰아넣기도 했다. 노동권 신장 등 자본주의에 대한 보완이 이뤄졌지만 현대인은 새로운 형태의 소외에 노출되고 있다. 플랫폼과 AI의 시대에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모습을 고민해보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는 사회 참여적 연극을 선보여온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자본’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올해 제45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이며 6월 9일까지 서울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의 한 장면. 드림플레이 테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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