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입은 선방위가 했다”
파행, 파행, 파행. 2023년 12월부터 2024년 5월10일까지 활동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의 145일은 구성도, 운영도, 결과도 파행의 연속이었다. 선방위원 9명 구성을 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야권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선방위를 꾸렸다. 방송사 제작진을 불러다 진행자·패널 교체를 노골적으로 강요하는가 하면 이태원 참사,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같이 선거방송으로 보기 어려운 이슈까지 끌어다 심의를 강행했다. <한겨레21>이 145일 동안 ‘입틀막 심의 폭주’가 휩쓸고 간 진앙에 섰던 프로그램의 제작진·진행자·패널 등을 두루 만나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4개월간 8번 출석 “불면증 시달린다”
“올해가 이렇게 고생스러운 해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2024년 5월2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박정욱 문화방송(MBC) 라디오 시사콘텐츠제작파트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4개월간 선방위에 8번 출석해 ‘의견진술’을 했다. “대부분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가장 황당했던 게 1월29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이탄희 의원이 나와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무죄판결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는데, 이게 선거방송인가요? 선거방송도 아닐뿐더러,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한 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었거든요. 왜 이게 여당에 불리하다는 건가요? 논리가 성립이 안 됩니다. 규정(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어서 물었더니, ‘모든 사회적 쟁점은 다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김문환 선방위원)는 신박한 논리를 말씀하시더라고요.” 박 파트장이 말했다.
당시 회의록(제12차·3월28일)을 보면, 박 파트장이 “이탄희 의원 지적은 윤석열 중앙지검장의 기소가 정당했다는 것인데, 대체 이 방송이 어떤 정당에 유리하고 불리하다는 건지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자 선방위원들은 “그건 박 파트장 혼자만의 생각이다”(손형기 선방위원), “그런 사회적 이슈는 정권 심판론에 영향을 끼치는 직·간접적인 사항에 해당된다”(최철호 선방위원)고 했다. 박 파트장은 “의견진술을 듣는 자리라기보다 위원들이 ‘네가 틀렸어’ ‘일방적으로 얻어맞아라’라며 진술자를 공격하는 자리”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야당 추천으로 2021년 7월부터 방심위에서 방송 심의를 하고 있는 김유진 위원은 이에 대해 “의견진술은 위원들이 제작진을 윽박지르는 자리가 아니라, 제재 전에 제작진에게 자기방어권을 주는 자리”라며 “그런데 최근 방심위·선방위 모두 취지와 반대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 ‘뭘 왜 안 하느냐’는 등 명백한 편집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지적들도 많다”고 말했다.
엉터리 주장들도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제13차 심의(4월4일)에서 임정열 선방위원은 “언론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 충돌했을 땐 언론의 자유를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문환 선방위원은 “MBC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언론노조 산하이며 민주노총은 민주당과 특수관계”라고 주장하며 “언론노조 산하 많은 구성원들이 방송 뉴스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그러한 구조라면 본인들이 특정 정당(민주당)과 연계되지 않았다는 거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 파트장은 잠시 망설이다 이렇게 말했다. “언론에는 처음 얘기하는 건데, 지난 넉 달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선방위원들이 저에게 했던 말들이 생각나고, 회사 이익을 지키려면 그분들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니까 못했던 이야기들이 점점 또렷하게 생각나고…, 굉장한 고통이었어요. 저뿐 아니라 제작 피디(PD)들이 관련자 징계에 대한 불안감이 엄청납니다. 회사 다른 동료들조차 당사자들 고통은 잘 모를 겁니다.”
심의 적정성 판단 없이 모두 심의
이번 선방위는 무리수가 남발됐다. 이 무리수는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민원에서 시작했다. 2024년 3월20일까지 접수된 선방위 민원 304건 가운데 정당 민원 146건은 모두 국민의힘, 단체 민원 32건은 모두 ‘친정부 성향 ’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공언련 )에서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겨레> 4월19일치 참조 ) 하지만 방송사는 선방위와 방심위의 결정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선방위·방심위 법정제재 결정은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때 감점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선거판세 분석에서 여당에 불리한 전망이 나오면 패널이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몰아갑니다. 어떤 쟁점이든 친정부 쪽이 절반은 나와야 한다는 논리예요. 그러면서 (저희에 대한) 징계는 대부분 관련자 징계예요. 제작진을 타깃으로 여당에 불리한 방송을 하지 말라는 징계죠. 제작 개입이고 편성권 침해입니다. 저는 이게 명백한, 선방위에 의한 선거개입이라고 봅니다.” 박 파트장이 말했다.
선방위의 관련자 징계 이후 진행자가 갑자기 교체되는 일도 벌어졌다.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제작진은 3월28일 진행자 박지훈 변호사에게 하차를 통보했다. 앞서 3월14일 선방위는 이 라디오 프로그램이 1월22일 방송에서 정동영 전 의원을 출연시켜 편파 방송을 했다며 관련자 징계를 했다. 더욱이 보수적인 정치색이 뚜렷한 배승희 변호사가 후임 진행자를 맡았다. 배 변호사는 국민의힘 출신으로 유튜브 ‘사이다 정치해설 따따부따’를 운영하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이어왔다.
“방송에서 문제됐던 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었어요. 그런데 내용을 보면 ‘왜 통일부 장관인데 통일 관련된 걸 덜 물어보냐’고 하고 ‘예비후보자인데 왜 부르냐’고 하고, 결과적으로 왜 정동영을 불렀느냐는 겁니다. 장관·국회의원을 한 분인데 당연히 부를 수 있죠. 그런 식이면 누구를 부르든지 시비를 걸 수 있는 거잖아요.” 5월17일 상암동 YTN 사옥 앞에서 만난 박지훈 변호사가 말했다.
이 문제를 다룬 회의록(제10차·3월14일)을 보면 당시 YTN 라디오 뉴스제작팀장은 “그 주 방송엔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 김무성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을 불러 비슷한 질문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손형기 선방위원은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당 방송에서 정동영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는 지금 사실 이 정권의 최대 피해자입니다’라고 했는데, 8가지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분한테 이게 타당한 말씀인지”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호칭도 문제 삼았다. 최철호 선방위원은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있는데 (정 전 장관이) ‘윤석열 검사’라고 하는데, (제작진은) 왜 이걸 방치하나”라고 따졌다.
“선방위가 공영방송을 법정제재해서 특정 진행자를 교체시키고 방송 내용을 바꾸려는 목적으로 계속 징계를 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딱 몇 개 타깃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통령에게) 충성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는 인식을 계속 받았어요. 출연자 구성이 편파다, 야당 쪽이 많다고 하는데,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같은 분들은 나오면 민주당 비판을 주로 하는데 어느 쪽으로 봐야 합니까. 회의록을 보면 장성철·허은아 같은 분들은 여권이 아니라고 합니다. 징계를 위한 징계죠.” 박지훈 변호사가 말했다.
‘공언련’이 지목하고 선방위가 제재하고
김준일 평론가도 선방위 제재의 단골손님이다. 그는 선방위 18차례 공개 회의록에서 9차례나 등장하고 거론된 횟수는 150여 회에 달한다. 5월23일 오후 상암동 문화방송(MBC) 앞에서 만난 김 평론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김 평론가의 유튜브 발언에 대해 두 차례 고발했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제가 타깃이 된 거 같다. 공언련이라는 친정부 쪽 언론단체를 공개 비판한 일이 있는데, 그게 문제였던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설명했듯 이번 선방위 단체 민원을 장악한 공언련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선방위에는 공언련 출신 위원이 2명(권재홍·최철호)이나 되고, 4월1일 취임한 김백 YTN 사장도 공언련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최철호 선방위원은 2023년 12월23일 열린 제2차 회의록에서 “김준일씨는 아주 편파적이고 민주당 위주의 방송을 한다고 평가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분들(공언련)은 제가 출연하는 방송마다 찾아서 모니터링하시는 거 같아요. 심지어 <평화방송>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방위 법정제재(1월30일 〈김혜영의 뉴스공감〉)를 받았어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제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는데 진행자가 바로잡지 않았다는 이유였어요. 그 얘기는 저 말고도 많이 얘기됐던 겁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사실관계가 틀린 게 없다’고 의견서를 썼지만 선방위는 묵살했어요.” 김준일 평론가가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선방위는 1월31일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준일 평론가가 윤 대통령의 이태원 특별법 거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가는 길이 역사가 되는구나”라고 언급한 걸 놓고도 조롱·희화화라고 판단하며 법정제재인 ‘경고’ 처분을 했다. 이를 심의한 선방위 회의록(제15차·4월18일)을 보면, 유창수 CBS 제작국 제작1부장은 “방송 모니터링을 했지만 이 발언을 조롱이라고 본 시청자 댓글은 없었고, 김준일 평론가 출연이 좌편향 인사를 출연시킨 거라고 보는 것도 적절치 않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SNL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정치 풍자는 당연한 권리’라고도 말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손형기 선방위원은 “그건 아마 제작진만 그렇게 (조롱이 아니라고) 들으신 모양이다. 민원인도 그렇고 제가 들을 때도 이거 참 이 양반이 김준일씨가 대단히 이걸 갖다가 거의 조롱 내지는 희화화하고 있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그간 선방위가 공정성을 가지고 중징계(법정제재) 결정을 잘 내리지 않은 것은 공정성은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론계에서 오신 분들이 그걸 잘 알아서 최대한 신중하게 봤던 건데, 이번에 그런 신중함이 완전히 무너진 거 같다”며 “선거나 정당과 관련된 내용 등 기준을 가지고 심의하는 게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고 제재하고, ‘딱 봐도 그렇다’는 식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오락가락 심의하고 징계한다. 이런 걸 보면 선방위가 정권 심기를 맞추려고, 정권을 보위하려고 이러는 게 아닌가, 차후에 자리를 바라는 것 아니겠냐 의심된다. 위원 중에 언론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했던 분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유진 방심위원도 “공정성 부분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 여지가 있어서 일반방송, 선거방송 모두 판단할 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정부나 권력기관에 대한 의혹 제기에 공정성 잣대를 남발하면 기본적으로 권력 비판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틀린 사실 기반한 ‘억지’ 심의
선방위원들이 심의에서 ‘기계적 균형을 지켜라’라고 반복적으로 주문한 것도 논란이다. 대표적인 게 출연자 중 절반은 반드시 친정부·친여당 인사로 채우라는 주문이다. 이는 제작·편성에 관여하려는 시도여서 부적절할뿐더러, 친정부·친여당이라는 기준 역시 제멋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선방위 심의 제재의 또 다른 단골손님인 김수민·김민하 평론가를 5월21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함께 만났다.
“선방위나 방심위가 하자는 대로 하면 극단 논리 대 극단 논리를 공영방송 스피커로 나오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겁니다. 소위 선방위가 말하는 보수는 집권한 정부를 비판하는 합리적인 보수는 허용되지 않고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고, 그걸 넘어서서 더 극단적인 극우화된 목소리까지 주장하는 보수가 패널로 나와야 공정하다는 논리거든요. 이분들 주장을 보면 진보 패널은 아무나 나와도 된다는 거예요. 실제로 오늘(5월21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아침 진행자가 ‘극우 성향’ 고성국씨로 바뀌었어요. 방심위 논리를 그대로 따르면 이렇게 되는 걸 보여주는 거죠.” 김민하 평론가의 지적이다.
“저나 김민하 평론가가 브리핑하는 걸 놓고 제3자에게 어떤 성향인 것 같냐고 물어보면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할 거예요. 자신 있어요. 한번은 민주당을 너무 강하게 비판하니까, 국민의힘 (당적이 있는) 패널이 제가 얘기하는 내용을 적어 간다고 했던 적도 있어요. 선방위원들 말 중 거슬리는 대목이 있으면 출연자 이력을 가지고 친민주당이라고 갖다 붙이는 거예요. 전반적인 내용을 자세히 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김수민 평론가가 말했다.
이력에 대한 사실관계가 틀린 경우도 있었다. 제5차 심의(2월1일)에서 최철호 선방위원은 “김수민씨, 평론가라 했지만 실제로 이 양반 정의당 출신입니다”라고 했고, 손형기 위원은 “김수민 평론가는 과거에 민주당·진보신당 일을 많이 하신 분”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김수민 평론가는 민주당·정의당에 당적을 둔 적이 없다.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주장도 많았다.
최철호 선방위원은 ‘국회의원 수 축소’에 대해 비판한 방송 프로그램을 두고 “민주당 위주의, 사실상 선거 개입 방송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발언을 한 김민하 평론가를 두고 “그냥 편향적인 출연자, 민주노동당의 당적을 가졌던 김민하”라고 지칭했다. 민주노동당 당적이 있었다는 사실관계가 ‘민주당 위주의 방송’이라는 평가로 비약한 것이다. 김민하 평론가는 “선방위원들이 집요하게 당적을 얘기하는 건 민주당이든, 민노당이든, 노동당이든, 녹색당이든 다 진보세력이고 똑같다는 얘길 하면서 ‘그래서 이 사람들은 편향적이야’ 그냥 이런 논리로 점프하려고 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선방위 억지 심의 과정이 ‘괴롭힘’
이번 선방위 제재 가운데 가장 황당한 장면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강조하면서 ‘파란색 1’ 화면을 띄운 MBC <뉴스데스크>의 2월27일 예보 방송에 최고수위 관련자 징계가 나온 일이었다. 이 제재 심의가 열렸던 4월4일 제13차 선방위 회의에선 박범수 MBC 뉴스룸국장(당시 취재센터장)이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했다. 박 국장은 당시 선방위 심의를 ‘심의 테러’로 규정하며 선방위원들과 논쟁했다.
권재홍 선방위원이 “선방위는 독립 기관인데 왜 (2월27일 〈뉴스데스크〉에서) 여권 우위라고 코멘트를 합니까”라고 하자 박 국장은 “저희는 선방위 심의 대다수가 무리한 심의라고 보고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백선기 선방위원장까지 나서서 “지금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가요?”라고 물었고, 최철호 선방위원은 “그거는 사적인 자리에서 해야지, 무슨 정치 탄압 심의위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박 국장은 “저희는 심의 테러라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5월16일 오후 MBC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박범수 국장을 만났다. MBC는 이번 선방위의 집중 타깃이었다. 법정제재 30건 중 17건이 MBC에 대한 제재였다.
“궁극적으로 비판 언론 옥죄기이자 불편한 보도를 막으려는 시도입니다. 국립대기환경과학원에서 파란색을 규정하고 미세먼지가 1인 것을 어떻게 선거와 관련해 기획했다고 보는지, 이런 식이면 과연 선거와 관련 없는 보도가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 입장을 극단적으로 반영하려고 하는 관심법이 아니면 이해 안 되는 내용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는 어떻게 될까요? 선방위에 갈 때마다 선방위원들이 특정 정당을 지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박 국장이 이어서 말했다. “손준성 검사 1심 판결을 놓고 선방위원들이 왜 톱뉴스로 배치하느냐고 하는데, 이는 언론사 고유의 편집권 침해입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이임식을 ‘몰래 했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문제 삼습니다. 이 정도의 비판성도 용인되지 않고 ‘중립적으로 하라’고 하는데, 그게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이죠. 기자들이 이런 거 하나하나 받아주기 시작하면 자체 검열 기제가 발동해요. 이건 (선방위의) 괴롭힘이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것들까지 나서서 소명해야 하고 반박 같지 않은 반박을 해야 하고, 논쟁하고, 그 과정 자체가 괴롭힘입니다. 잘못하지 않은 것을 ‘진술’하라고 하면, 그건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선방위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까. 김준일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주요 언론(언론·시민단체 90여 곳으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선방위원들을 고발한 상태라 법정에서 조금은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 같습니다. 위기가 닥친 정권일수록 언론을 더 통제하려는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 때도 그렇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세계언론자유지수가 크게 떨어졌거든요.(2023→2024년, 47→62위) 야당에서 탄핵까지 거론되는 등 여론이 안 좋은데, 앞으로도 본인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언론 탓을 더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언론에 대한 적대적 피해의식도 있는 것 같아요. 역대 권위주의 정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입틀막 정부로 상징되는,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공포 효과를 극대화하는 이런 모습은 결국은 실패할 거라고 봅니다.”
박범수 국장도 이렇게 지적했다. “선방위가 무리수를 두는 건 정권의 능력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정책적·정무적 유능함이 있고, 여야와 협조해서 집권의 비전을 펼쳐나갈 능력이 되고 국민 지지가 많다면 이렇게 신경 쓸 이유가 없죠. 일단 일이라도 막아서 이 순간을 모면해보는 것 같은데, 조잡한 심리죠. SNS로 순식간에 퍼지는 상황인데, 옛날 방식은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김민하 평론가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정권이 언론 노동자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아요. 무조건 정권을 편들어줘야 한다는 식의 언론 장악을 계속한다? 시도는 계속되겠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좌절을 맞을 걸로 봅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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