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못마시는 사람 술꾼 만든 해창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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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기자들이 산에 갔다가 내려온 다음 들른 맛집을 소개합니다. 산>
이 술은 '해창막걸리'다.
술을 잘 못 마시고 관심도 덜 한 내가 해창막걸리를 접하게 된 건 '운명'이라고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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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기자들이 산에 갔다가 내려온 다음 들른 맛집을 소개합니다. 해당 기사는 업체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은 바 없음을 밝힙니다.
나는 '알쓰(알코올 쓰레기,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다. 한 달에 술을 마시는 횟수가 극히 적다. 1회~2회, 이때마다 소주 3잔 정도 마시는데, 이 주량을 넘길 경우 식탁에서 꾸벅꾸벅 존다. 이렇게 졸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곤란해한다. 그러니 지인들은 나에게 술을 잘 권하지도 않는다.
알코올에 매우 취약한 내가 최근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있다. 저녁 식사상 위에 꼭 이 술 한 잔을 따라놓고 마신다. 이 술은 '해창막걸리'다. 어제는 두 잔 마셨다. 마시고 나서 취해 일찍 잠이 들었다. 아내가 무척 싫어했다. 침대에 누운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이제 술 못 마셔, 압수야!"
해창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 '해남주조장'은 전라남도 해남에 있다. 해남을 대표하는 3대 막걸리 주조장 중 하나이며 양조장은 1927년에 지어졌다. 오병인 대표가 4대째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막걸리 하나 마시자고 해남까지 내려가진 않았다. 술을 잘 못 마시고 관심도 덜 한 내가 해창막걸리를 접하게 된 건 '운명'이라고 해도 된다. 이 막걸리는 보통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팔지 않는다. 인터넷 여러 쇼핑몰에서 주문할 수 있는데,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술을 주문할 정도의 술 마니아가 아니니 그야말로 막걸리가 '나에게 온' 것이다. 어느 날 해남에 출장 갔다온 친구가 딱 한 병 선물로 줬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받아 냉장고에서 며칠 묵힌 다음 겨우 입에 댔다.
자, 그 맛이 어땠을까?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넘겼다. 순간 내 몸은 시골 어딘가로 이동했다. 주변은 온통 논밭이었고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나는 농부였다. 햇빛이 노랗게 들판을 덮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앉아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며 앉아 있었다. 내 옆에는 막걸리 한 병과 푸짐한 새참이 놓여있었다. 일과를 거의 끝마친 농부의 마음! 꽉 찬 마음이 주는 흡족함, 걱정이라곤 단 한 개도 없는 만족스러운 순간! 나는 행복했다.
내가 마신 건 해창막걸리 12도다. 알코올 함량이 12%다. 나에겐 좀 '센' 술이다. 그럼에도 이 술에 자꾸 입이 가는 이유는 향 때문이다. 걸쭉한 느낌도 자꾸 잔을 들게 한다. 막걸리에선 '포도 향'이 난다. 포도알을 껍질째 갈아 술 안에 넣은 느낌이다. 나중에 오병인 대표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술에 포도를 넣었나요?" 오 대표가 말했다. "아니오, 순전히 발효되서 그렇습니다." "아, 술에서 포도 향이 나는 건 양조장에 사는 미생물 때문인가요?" "아니오, 저희가 쓰는 찹쌀과 멥쌀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해창주조장에서 쓰는 방법으로 누구나 막걸리를 만든다면 술에서 포도향을 낼 수 있겠군요!"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여러 양조장에서 저희 비법을 흉내 내서 술을 만드는데, 이 향은 나지 않더군요. 저희는 100% 해남에서 얻은 쌀을 재료로 술을 만듭니다. 그게 비법일지도 모르겠네요."
해창막걸리는 비싸다. 내가 마신 12도짜리는 18,000원이다. 여기서 15만 원짜리 막걸리도 나온다. 나는 12도짜리 해창막걸리를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치는 서울 명동 한복판 화장품 매장에서 구했다. (아무래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보인다) 오늘 저녁엔 막걸리를 못 마실 것 같다. 아내가 압수했기 때문이다.
해창주조장
주소 : 전남 해남군 화산면 해창길1
문의 : 061-532-5152
해창주조장 근처에 있는 가볼만 한 등산 코스
달마고도 4코스 & 남파랑길 90코스
남파랑길 90코스는 총거리 15km의 중거리 산행코스에 해당한다. 그중 미황사에서 출발해 몰고리재까지 이어지는 달마고도 4코스는 약 5km 거리로 대부분이 평평한 숲길이다. 이 구간 포인트는 중간에 나오는 거대한 너덜지대와 삼나무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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