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만든 건설-금융 'PF공유 플랫폼', 개점휴업 왜?

김미리내 2024. 6. 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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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기관 단 4곳 등록
절차 복잡, 사업 공개 꺼려 시행자 외면
'PF 옥석가리기' 영향…HUG 보증 요구도 나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지원을 위해 건설업계와 금융사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PF공유 플랫폼'을 마련했다. 하지만 2개월여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관련기사 : [단독]건설사-금융사 간 'PF 매칭 플랫폼' 생긴다(2월15일)

이용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건설사와 금융사 등 이용자 간 실질적인 요구와 방향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PF 사업장 옥석가리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이용자 간 요구사항 격차를 줄이고 HUG의 보증 지원 등의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름만 '플랫폼', 등록 금융사 단 4곳 

HUG PF공유 플랫폼 구조/그래픽=비즈워치

HUG의 'PF공유 플랫폼'은 고금리 장기화와 건설경기 악화로 PF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 시행사들과 대출 금융기관을 연계해 주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미분양 우려가 큰 지방 사업장의 경우 HUG로부터 보증을 받고도 대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금융사 연계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있었다. 

이에 HUG는 건설사(시행자)와 금융기관 사이 부족한 접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게시판형 플랫폼'을 만들었다. 지난 3월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개설한지 두 달여가 지나는 지금까지 이용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PF 대출 상담을 위해 등록한 금융기관은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 DB금융투자, 한화손해보험 총 4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서울에 있는 영업점으로, 지방은 NH농협은행 부산국제금융센터점 한 곳이 유일하다. 지방 사업장 대출이 어려워 지방 금융사들과의 연계를 원했던 건설사들의 당초 기대와는 맞지 않는 셈이다. 

건설사들이 기대한 만큼 정보가 대칭을 이루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건설사들은 당초 플랫폼을 통해 금융기관의 금리 수준이나 만기, 대출 규모 등을 비교하고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같은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기관은 연락처만 올라와 있을 뿐이다. 금융사들이 사업 내용을 보고 관심 있는 경우 사업장에 연락해 대출 금리 등을 협의하는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사업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점도 플랫폼 이용이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다. 오히려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아주 높지 않아도 수익이 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금융사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면서 "공개된 플랫폼에 사업 내용을 올릴 정도면 대출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문제가 있는 사업장으로 보일 수 있어 오히려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절차도 까다롭고 사업내용 공개 시 '딜(계약) 스크래치' 우려가 있는 만큼 오히려 발품을 팔아도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들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vs 금융사 대출 요구 상황에 온도차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반대로 PF 사업내용 공개가 단편적이라 일부 내용만 보고 건설사가 요구하는 금리 수준이 적정한지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전화 등 다른 방법으로 다시 장시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굳이 HUG 홈페이지를 찾아 사업 내용을 확인해 전화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게 불필요한 느낌이 있다"면서 "시행사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도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도 있다"고 말했다.

HUG 'PF공유 플랫폼' 시행자 게시판 화면 캡쳐/자료=HUG 홈페이지

시행사들이 올린 사업장도 서울 도봉과 금천, 강원 춘천, 전북 군산 등 총 4건이다. 그마저도 지난달 접수된 건은 단 1건이다. 시행자 등록 시 대출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HUG 특별상담창구를 통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지만 컨설팅이 이뤄진 건도 전무한 상태다. 

HUG 관계자는 "건설사(시행사)들이 요구하는 내용과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부분이 차이가 있다"라며 "건설업계는 토지매입단계나 브릿지론 단계에서의 대출을 요구하는 반면, 금융기관은 HUG 보증이 부여된 본PF 단계의 대출을 원해 요구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PF 연착륙 방안 발표로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 대출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PF 사업장 옥석가리기에 나선만큼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에 대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HUG PF 보증 등 유인책 마련 필요 

HUG는 아직 플랫폼이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양쪽의 의견을 수렴해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UG의 보증 등이 담보될 경우 금융권의 참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 HUG 보증이 되어 있고 본PF로 전환한 단계의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보고 있다"면서 "만약 플랫폼에 올라오는 물건들 대부분 HUG 보증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참여하려는 금융사들도 많아지고 플랫폼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HUG가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체인 만큼 추가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HUG는 플랫폼은 보증과는 별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시행사들이 대출을 원하는 브릿지론이나 이전 단계는 토지확보도 100%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면서 "보증은 토지확보, 사업계획 승인 등의 조건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의 보증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활성화를 위해 이해관계자 간 요구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아직 플랫폼이 초기 단계로 이해관계자들(시행사, 대출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활성화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동향 등도 모니터링해 플랫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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