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막내가 딸이랑 동갑" 50대도 푹 빠진 '여자 풋살'[르포]
"언니, 패스 패스."
지난 1일 오전 9시쯤 서울 영등포구 안양천 한 풋살장. 노란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초록색 잔디 위를 빠르게 누볐다.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팀원을 향해 손을 들자 쏜살 같은 1대 1 패스가 파고 들었다.
반대편에 있던 팀원은 공을 받고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대 쪽으로 달려갔다. 공이 들어가자 팀원들은 서로에게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언니 최고" "패스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 풋살 동호회 '팀.ALE(팀.알레)'다. 나이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모두 동네 주민으로 풋살을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뭉쳤다.
여성 풋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대한축구협회(KFA)에 지난달 추가 등록된 국내 여성 풋살 팀만 50팀이다. 7년 전 한 달에 19팀이 등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었다. 풋살용품을 비롯해 풋살구장, 풋살클래스 등은 모두 매진 행렬을 보인다. 최근 스포츠 인기가 골프에서 테니스, 풋살 등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팀.알레는 4시간 이어진 훈련 중 2시간은 트레이닝, 나머지 2시간은 자체 경기를 뛰었다. 남자 풋살 동호회 감독 지휘 하에 패스, 드리블은 물론 'V컷', '리프팅', '패스 앤 무브' 등 기술을 익혔다.
풋살러들은 훈련 외에도 개인 연습에 진심이다. 1년 넘게 풋살을 했다는 이예지씨(30) 역시 구에서 진행하는 축구 교실에 겨우 들어갔다. 그는 "6개월에 4만원을 내고 저렴한 가격에 배울 수 있다"며 "선착순 20명인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오픈 시간에 맞춰 겨우 신청했다"고 말했다.
인기가 많다 보니 풋살 동호회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팀.알레 감독인 서용은씨는 "지난해 창단했을 때만 해도 8명이었는데 지금은 20명 정도 된다"며 "매달 5명씩 문의가 오고 있고 동호회에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구장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안양천 풋살 구장의 경우 온라인으로 시설 예약을 받는데 10초면 모두 마감된다. 풋살 전용 앱에 나온 실내구장 역시 주말에는 새벽 시간대를 제외하고 모두 매진 행렬이다.
풋살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자체에서도 앞다퉈 구장을 확충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노해체육공원은 기존 축구장을 풋살장 등으로 교체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축구장 하나를 풋살장 2개, 족구장 1개, 농구장 3개로 만들 예정"이라며 "이르면 이달 말 공사를 끝내고 공원을 재개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레포츠공원에도 올해 12월 19mX31m 규모 풋살장이 새로 생긴다.
풋살러들은 팀스포츠를 통해 활력을 찾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올해 52살 허진영씨는 "팀 막내가 제 딸이랑 동갑이라 처음엔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며 "지금은 누구보다 좋은 친구다. 풋살을 할 때는 계속 웃고 떠들다가 집에 간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안재선씨는 풋살을 통해 성장하는 자신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안씨는 "축구가 남자 스포츠란 인식 때문에 초등학교 때도 항상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만 봤다"며 "요즘 일주일에 3번 개인 연습을 하는데 체력이 좋아지는 걸 스스로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23살 대학생인 백모씨는 새로운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백씨는 "제가 막내인데 동네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 좋다"며 "풋살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여성들이 큰 부담 없이 팀스포츠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이 풋살"이라며 "혼자서 헬스를 다니는 것 보다 사람들과 함께 부딪히며 공을 차는 게 즐겁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풋살은 연습하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며 "10~15분 동안 바짝 뛰는 운동이라 체력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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