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깬 흑인소년 프랭클린이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기까지

이세원 2024. 6.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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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캐릭터로 유명한 연재만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1922∼2000)는 1968년 4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된 후 해리엇 글릭먼이라는 여성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글릭먼은 인종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미국 사회를 바꾸려면 아이들의 무의식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피너츠'에 등장하는 아이들 사이에 흑인 캐릭터를 넣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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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친애하는 슐츠 씨'…차별과 배제 극복한 역사적 인물 조명
찰리 브라운 그림과 함께 있는 찰스 슐츠 [United States Library of Congres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스누피' 캐릭터로 유명한 연재만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1922∼2000)는 1968년 4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된 후 해리엇 글릭먼이라는 여성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글릭먼은 인종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미국 사회를 바꾸려면 아이들의 무의식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피너츠'에 등장하는 아이들 사이에 흑인 캐릭터를 넣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슐츠는 글릭먼에게 보낸 답장에서 "흑인 이웃들을 내려다보는 태도로 보일 것 같아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나는 해결책을 모르겠다"고 난색을 보인다.

이로써 제안이 거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글릭먼은 "해결책을 모르겠다"는 말의 미묘한 뉘앙스에 주목한다. 글릭먼은 슐츠가 우려하는 부분에 관해 흑인 친구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다시 편지를 보낸다.

흑인 친구들과 대화한 글릭먼은 피너츠에 흑인 캐릭터를 넣는 것을 내려다보는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흑인이 없을 것이며, 설혹 있더라도 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이라며 슐츠를 독려하는 편지를 쓴다.

글릭먼의 끈질긴 노력에 생각이 바뀐 슐츠는 "제가 그린 에피소드를 보면 기쁠 것"이라고 답장했고 1968년 7월 마지막 주에 프랭클린 암스트롱이라는 흑인 소년이 데뷔한다. 슐츠는 프랭클린을 등장시킨 첫 화에서 "내가 저기서 수영하고 있었는데"라는 대사를 넣어 흑인은 수영을 못 한다는 오래된 편견에 도전한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인 찰리가 모래성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다가 프랭클린의 도움을 받아 크고 훌륭한 성을 만든다는 내용을 담는 등 흑인을 사회의 해악쯤으로 보는 당시의 시각을 바꾸려고 시도한다.

캐서린 버지니아 스위처 (서울=연합뉴스) 배경에 걸린 사진은 196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달리는 스위처(261번 러너)와 그가 뛰는 것을 중단시키려고 하는 조직위원장(검은 양복)의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간 '친애하는 슐츠 씨'(어크로스)는 이처럼 부당한 차별이나 배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96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한 여성 첫 주자로 기록된 캐서린 버지니아 스위처도 차별을 깨뜨린 인물 중 한명이다.

당시 보스턴 마라톤 규정집에는 젠더(성별) 관련 내용이 없었지만, 여성이 참가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상식인 시대였다. 스위처는 자신의 이름을 K.V.스위처라고 약어로 표기해 등록하고서 대회에 참가한다. 여성 참가 금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완주하면 주최 측도 기록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스위처가 6㎞ 구간을 달리고 있을 때 사람들이 여성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이 소식을 들은 조직위원장이 번호표를 내놓고 나가라고 소리치며 스위처의 옷을 움켜잡는다. 하지만 옆에서 달리던 남자 친구 밀러가 조직위원장을 밀쳐냈고 스위처는 남자친구와 코치의 호위를 받으며 완주한다. 2017년 70세가 된 스위처는 다시 한번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며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50년 전의 업적을 기념한다.

책 표지 이미지 [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저자는 차별과 배제 중 다수가 무지와 오인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일깨우며 이를 깨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인류의 오래된 습관을 깨고,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를 바라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박상현 지음. 384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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