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도 이車 사려고 줄섰다”…3분 완판, 한국女가 벤츠보다 사랑했다 [최기성의 허브車]
한정판, 주저하는 순간 ‘품절’
벤츠·BMW와 ‘삼국지 시즌2’
난세에 영웅이 새로 태어나는 게 아니다. 영웅은 있었지만 TPO(시간·장소·상황)에 어긋나 몰랐을 뿐이다.
삼국지 연의의 제갈량(제갈공명)처럼 난세의 영웅은 전국이 아니라 동네에서만 이름을 좀 알렸을 뿐이다.
다들 잘 나갈 때는 잘난(척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옥석을 가리기 어렵다. 어려운 시기가 오면 세상이 드디어 비범한 가치를 알아주기 시작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다들 잘 팔릴 때는 어떤 차가 좋은지 모른다. 알더라도 그 차이가 미미해 보인다.
남들이 좋다는 제품을 따라 사는 양떼·편승효과가 발생해 기존 프리미엄 차들 위주로 대박난다.
어려운 시기가 오면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칼을 갈던 경쟁차종의 비범한 가치가 더 돋보이기 보이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새로운 벤츠·BMW와 함께 수입차 프리미엄 시장에서 새로운 ‘삼국지 시대’를 열 태세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4월 볼보는 4217대를 판매했다. 2만2718대를 판매한 BMW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벤츠는 1만7403대, 테슬라는 7922대로 그 뒤를 이었다.
전기차만 아니라 전 차종에 걸쳐 진검승부를 펼치는 수입차 브랜드만 따져보면 볼보는 3위다. 시장 점유율도 5%를 넘어섰다.
지난 4월에는 볼보의 성장세가 더 두드러졌다. 이 기간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2만1560대로 전월의 2만5263대보다 14.7% 감소했다.
볼보 등록대수는 전월의 1081대 대비 11.9% 증가한 1210대로 집계됐다. 4월 기준으로 벤츠, BMW, 테슬라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4월에 1000대 이상 판매한 브랜드는 벤츠, BMW, 테슬라, 볼보뿐이다.
벤츠·BMW·아우디가 수입차 삼국지 시대를 열었지만 이제는 테슬라와 볼보가 가세했다.
볼보 차량 대부분은 현재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몰려있다. 요즘은 볼보가 샤넬보다 더 낫다. 샤넬 오픈런은 끝났지만 볼보 오픈런은 계속되고 있어서다. 상황이 역전돼 이제는 샤넬이 명품계 볼보를 추구해야 할 정도다.
볼보는 BMW·벤츠·테슬라와 달리 특별한 신차가 없는데도 오픈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은 볼보 XC60이다.
볼보 XC60은 지난해 수입 프리미엄 SUV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현재도 계약하고 6개월 이상 대기해야 받을 수 있다. 올 1~4월 판매대수는 1675대다.
‘월드클래스 축구스타’ 손흥민이 지난 2020년 홍보모델로 활약했던 볼보 S90도 국내에서 월드클래스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수입 프리미엄 세단과 경쟁하는 볼보 S90은 볼보 XC60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판매대수는 693대를 기록했다.
볼보 XC40은 글로벌 출시 이듬해인 2018년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2020년부터 4년 연속으로 유럽 프리미엄 콤팩트 SUV 판매 1위 대기록을 수립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8년 출시된 이후 콤팩트 SUV 트렌드를 이끄는 수입차로 인정받고 있다. 그룹 마마무의 화사도 첫차로 구입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현재 출고 대기기간은 6개월 이상이다.
볼보 XC40은 수입 콤팩트 SUV 판매 1위 차종이기도 하다. 올 1~4월 판매대수는 594대로 집계됐다. 경쟁차종인 BMW X1은 510대, 벤츠 GLA는 245대, 아우디 Q3는 102대로 집계됐다.
볼보 XC40은 오픈런도 주도하고 있다. 볼보 XC40 한정판은 판매 개시 5분 안에 모두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번이 아니라 벌써 두 번이다.
지난해 세이지 그린 에디션은 3분만에 국내 배정물량 25대가 모두 완판됐다. 올해 4월에는 다크 에디션이 4분만에 44대 모두 판매됐다.
볼보는 한국 여성들이 사랑하는 수입차 브랜드이기도 하다. 볼보는 미니(MINI), 벤츠와 함께 여성 구매자 비중이 높은 브랜드다.
KAIDA를 통해 올 1~4월 볼보 구매자를 성별로 분류해보면 남성은 2021명, 여성은 1337명으로 조사됐다.
볼보 XC60은 한국 여성이 선호하는 수입차 톱10에 항상 포함된다. 볼보 XC40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구입한다. 올 1~4월 볼보 XC40 B4 구매자 중 남성은 204명, 여성은 302명이었다.
볼보는 패밀리카 구매자들이 선호한다. 국내에서도 유명인들의 생명을 잇달아 구하면서 ‘가족 지킴이’로 명성을 쌓았다.
성능보다는 가족 안전과 편의성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여성들이 볼보 차량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티세이프티(긴급 제동 시스템), 3점식 안전벨트, 부스터 쿠션(자녀 키 높이에 따라 시트를 조절하는 장치) 등은 볼보가 세계 최초로 차에 채택한 안전 시스템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테스트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잇달아 획득했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국산차 브랜드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성을 인정받기 위해 볼보를 타깃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또 수입차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안전을 바탕으로 디자인, 품질, 애프터서비스 등을 개선했다.
볼보코리아는 2015년에는 업계 최장 5년10만km 워런티·메인터넌스, 2016년에는 볼보 개인 전담 서비스(VPS)를 선보였다.
2020년에는 평생 부품 보증제도, 2021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고전압 배터리 보증 무상 확대 등을 도입했다.
한국 소비자를 위해 티맵 모빌리티와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도 내놨다.
이는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볼보코리아는 리서치회사 컨슈머 인사이트가 진행한 자동차 기획조사 중 제품 만족도(TGR) 부문에서 4년 연속 유럽 브랜드 1위를 달성했다.
또 2021~2022년 연속으로 수입차 잔존가치 1위도 기록했다. 잔존가치가 높으면 중고차로 팔 때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볼보 S90의 원조인 볼보 900시리즈도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개척자였다.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다음해인 1988년 진출한 뒤 1991~1992년에는 4기통 엔진을 얹은 볼보 940의 인기에 힘입어 볼보는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볼보의 대명사이면서 성장 기반이었던 ‘안전’은 사람을 살리는 ‘약’이었지만 판매에는 ‘독’이 되기도 했다.
벤츠, BMW, 아우디 등이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볼보는 ‘안전’이라는 굴레에 묶여 차별화된 디자인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투박한 디자인으로 ‘나이 먹은 사람이나 타는 차’라는 평가까지 받게 되면서 나이보다 젊은 감각을 추구하고 수입차 주요 고객이 된 40~50대 ‘젊은 오빠’들에게 외면받았다.
볼보는 이에 2010년대 들어 안전을 바탕으로 세련되게 진화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합리적 가격을 갖춘 프리미엄 브랜드로 환골탈태했다.
독일 프리미엄 차종만 고집하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파고들더니 비독일계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비독일계 프리미엄 대표 주자가 된 볼보는 이제는 ‘삼국지 시즌 2’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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