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내가 내는 통신비, 제대로 알아야

양진원 기자 2024. 6. 4. 06: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신비가 많이 나온다고… "문제는 단말기야"]②분리공시제 도입해 통신비 대해부
[편집자주] 월 13만원에 육박하는 통신비 부담에 소비자들이 아우성이다.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통신요금까지 많이 내야 하냐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통신 3사는 억울하다. 그동안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감면 혜택도 꾸준히 제공했지만 국민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통신업계는 고가 통신요금의 원인으로 단말기값을 꼽는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복잡한 통신비 내역을 고쳐 소비자가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판매대리점. /사진=뉴스1
한국의 통신비는 단말기값과 요금이 혼합된 독특한 구조다. 휴대폰을 구매할 때 통신사와 제조사 지원금이 합쳐져 소비자가 부담하는 단말기 가격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한눈에 알기 어렵다.
휴대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여론에도 통신비는 통신 3사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통신사들은 저소득층 통신 요금 할인, 선택약정 제도 등을 고려하면 통신비 경감 노력은 상당하다고 항변한다. 일각에선 앞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고하기 위해 통신비의 세부 내역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말기값 천정부지… 세부 내역 알기 어려워


지난 3월22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 3사 및 제조사 간담회. 사진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왼쪽부터), 김홍일 방통위원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최신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은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이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 예약부터 건다. 그만큼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많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갤럭시S24 시리즈와 아이폰 15는 모델 별로 차이는 있으나 최대 170만원 수준이다. 통신업계가 '언제까지 통신요금만 낮춰 가계통신비를 인하할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높은 단말기 가격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지만 통신비 부담 완화는 통신 3사가 책임지고 있다. 정부 역시 통신사들이 더 저렴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독려 중이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은 이미 2000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국가유공자의 통신 요금을 최대 50% 감면하고 있다.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국가유공자에서 2008년 차상위계층, 2017년 기초연금 수급자까지 늘어났다.

약정기간에 따라 통신요금을 최대 25%까지 깎아주는 선택약정도 고가요금제일수록 할인 혜택이 커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6만원 넘는 요금제를 선택하더라도 4만원대에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체감하긴 어렵다. 통신비 내역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요금제가 다양할 뿐 아니라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제 비용이 혼재돼 있다.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플래그십(최고급 사양) 스마트폰 가격을 깎아주는 구조인데 단말기값 역시 통신요금 세부 내역을 확인해야 볼 수 있다.

할인된 단말기 가격도 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 내역은 알 수 없다. 현행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서 단말기 제조사가 통신사에게 지급한 지원금을 별도로 공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탓이다.


분리공시제 도입… 단말기 시장도 움직여야


삼성전자, 애플 관련 사진. /사진=뉴스1 로이터
통신 3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데이터 제공량을 세분화하고 저가 요금제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통신업계서 나온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점을 고려하면 통신 3사의 통신요금 인하 동력은 꺾였다는 시각이 많다.

통신 서비스 비용이 정체된 상황에선 통신비의 한 축인 단말기 가격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지부진한 단말기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통신서비스와 단말 비용을 나눠 고지하고 단말기값 역시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지원금과 통신사의 판매지원금을 별도로 공시하도록 하는 분리공시제가 해결책으로 꼽힌다.

그동안 분리공시제를 담은 '단통법' 개정안들이 국회 통과를 노렸으나 번번이 좌절한 바 있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이 분리공시제를 반기지 않고 있어서다.

분리공시제를 통해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 제조사들이 지원금 대신 단말기 가격을 내리라는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출고가를 낮추진 않더라도 제조사가 판매 장려금을 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경쟁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LG전자가 단말기 생산을 접으면서 삼성전자와 애플만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해외 사업자인 애플은 판매 장려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 하에선 분리공시제가 시행된다 해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시장과 단말기 시장으로 이원화되면 지금보다 통신비가 인하될 수도 있다"며 "다만 삼성과 애플이 차지한 단말기 시장의 경쟁 활성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