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민주당은 어떻게 변할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다. 5월16일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에 실망한 당원들의 탈당 행렬이다. 당초 1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던 탈당 신청 규모는 어느새 2만명을 넘어섰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 이틀 뒤 대전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과 함께’ 콘퍼런스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탈당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당비를 끊으시라”며 탈당 만류에 나섰음에도 당원들의 실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탈당 행렬을 “초유의 사태”라고 말했다. 탈당을 신청하는 당원들이 ‘일부 강성 당원’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 우리 당이 당원들을 가장 실망시킨 사건을 꼽으라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일이었다. 그때 탈당 규모가 6000명 정도에 그쳤다. 현재는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탈당을 신청했다.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대략 10%라고 가정하면, 20만명이 탈당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에서도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은 250만명이다.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곧 시작될 제22대 국회 모습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당원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 추미애 당선자를 꺾고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가 된 우원식 의원도 마찬가지다. 우원식 의원의 국회의장 행보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한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우원식 의원도 자신에 대한 ‘비토(거부)’가 있는 것을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비토’를 떨치기 위해서라도 우원식 의원이 당원들의 바람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재명 대표 역시 5월2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우원식 의원 국회의장 후보 선출은)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다고 증명을 해야 한다. 그것은 당 지도부, 당선자, 국회의장이 되실 우원식 의원 몫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제22대 국회 첫 과제가 될 ‘원 구성 협상’에서부터 민주당은 강경 기조를 강화했다. 국회의원들을 각 상임위원회에 배치하는 원 구성은 국회가 일을 시작하기 위해 필수 단계이지만, 특정 상임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지 여야가 대립하며 지연되기 일쑤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한 달 넘게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인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둔 현재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팽팽하게 의견 대립을 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5월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6월 중으로는 (원 구성을) 끝내야 하지 않겠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간 협상 타결을 무한정 기다리진 않고 ‘속도전’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민의힘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라’는 당원들의 요구를 일정 수준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다.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이 발언이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지만, 이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경우 국회의장 직권상정까지도 결단하겠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우원식 의원의 계획보다 더 속도를 낼 것이란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6월 말이 아닌 6월7일까지 원 구성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장 선거는 국회 첫 회의로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해야 하는데, 제22대 국회의 경우 그 기한이 6월7일이다. 역대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국회법을 어겨왔다. 민주당은 이번엔 여야 합의를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다며,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될 경우 ‘법대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6월7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긴 어렵다. 하지만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6월7일 안에 하기를 강력히 원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민주당의 또 다른 노력인 ‘당원권 강화’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이 갈린다.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단 등은 당원권 강화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현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예전 시민단체를 후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당을 후원하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다. 의원들도 공천 과정에서 당심의 무서움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기에 쉽사리 당원권 강화에 반대하진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원권 강화’ 두고 갈리는 의견
구체적인 당원권 강화 방안을 제시한 의원들도 있다. 친이재명계(친명계)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5월18일 자신의 SNS에 “‘권리당원 의견 10분의 1 이상 반영’을 원칙으로 하는 10% 룰을 제안한다. 국회의장 후보, 원내대표 등부터 도입하자”라고 말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 등은 국회의원들에게 선출 권한이 있는데, 이 권한의 일부를 당원들에게 개방하자는 주장이다. 또 다른 친명계 인사인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당원 의사 20% 반영’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원권 강화 방침에 비판도 적지 않다. 예컨대 당원들은 협치보다 대결을 선호할 수 있다.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이나 우선순위에서 중도층의 견해 내지 ‘민심’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여당과의 합의 내지 조율을 책임지는 원내대표나 국회의장으로서는 아무래도 타협의 지점을 찾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판단이 자칫 당원들의 요구나 기대와 충돌할지도 모른다. 의견이 다른 당내 인사를 ‘수박’으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더 강해질 거라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 민주당 수도권 재선의원은 당원권 강화 방침을 보고 “당원들 이야기대로만 흘러갈 거면 선거는 왜 하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수도권 재선의원은 “당원권을 강화하자는 데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에 따를 부작용을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일이 터졌다고 즉각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라고 신중론을 제시했다.
당원권 강화를 주장하는 민주당 관계자들 역시 이런 우려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다만 전체 당원이 500만명에 이르는 만큼 당원의 뜻을 ‘일부의 의견’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더욱이 제대로 된 토의 과정 마련 등 ‘직접 민주주의’ 강화가 ‘중우정치’로 흐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당원권 강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당원들을 만족시키는 결론이 가능할 것이라 주장한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0만명이 넘는 당원이 한 당에 소속되어 의견 내는 것을 집단지성이라 보지 않으면 누구를 집단지성이라 하고, 누구를 중도층이라 표현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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