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클럽메드 카니

곽서희 기자 2024. 6. 4. 0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휴식을 위한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
몰디브에서 클럽메드 카니의 여행은 '올(All)'로 수렴한다.

특별했으면, 나의 몰디브

지구상에서 맞이한 나의 1만1,165번째 아침.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일이 내 삶에 1만번 넘게 반복됐건만, 오늘의 아침은 유독 낯설다.

간밤에 긴 꿈을 꾼 것 같다. 말레 국제공항에 도착했던 어젯밤. 몰디브의 어둠은 습하고 더웠다. 생각나는 몇 개의 장면들이 있다. 천장에 돌아가던 선풍기의 날개, 깜깜한 밤바다와 배에 실린 캐리어, 꼬리한 엔진 냄새, 카니 섬을 향해 30분간 전력 질주하던 보트.

같은 시간, 공항에 우르르 쏟아진 여행객들은 당구대 위의 공들처럼 뿔뿔이 리조트로 흩어졌다. 거리에 따라 누구는 쾌속정을 타고, 누군가는 수상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 지점부터 몰디브 여행은 수십 갈래로 나뉜다. 몰디브는 1,192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다. 그중 리조트로 개발된 섬은 100여 개. 리조트 하나당 독립적인 섬 하나를 차지한다. 99%의 여행자는 하나의 섬(=리조트)에서 일정의 99%를 보낸다. 완벽히 휴양지향적 여행이다. 그러니 숙소 선택은 몰디브 여행의 전부일 수밖에. 이건 과장이 아닌 팩트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몰디브가 있다. 머무는 곳이 다르다면, 당연히 '나'의 몰디브와 '너'의 몰디브도 달라진다. 그런데 이왕이면, 나의 몰디브는 좀 더 특별했으면 하는 게 여행자의 마음이라서. 그곳이 인천에서 1번의 환승을 거쳐 11시간 30분을 날아온, 일생일대의 휴양지라면 더더욱. 욕심은 물음표를 던진다. 어디가 좋겠어? 이 무거운 난제 앞에 내가 내린 답은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Club Med Kani)'. 그리고 지금, 나는 카니의 스위트 룸인 만타 익스클루시브 스페이스(Manta Exclusive Space, 줄여서 만타)에서 아침을 맞고 있다. 드넓은 인도양은 아직 정적 속에 잠겨 있다. 핑크색 새벽 구름 아래 가오리가 헤엄쳐 가고, 이름 모를 새가 하루를 연다. 아무래도 모범답안을 적은 듯하다.

●MANTA EXCLUSIVE SPACE

몰디브의 특권을 누리려면

카니의 룸 타입은 3가지다. 슈페리어와 딜럭스 그리고 만타. 슈페리어와 딜럭스는 객실 근처에 바다가 있다. 인간이 바다를 바라보는 곳이다. 만타는 오버워터, 바다 위에 있다. 바다가 인간을 바라보는 곳이다. '오션 뷰'가 아니라 그냥 '오션', 그 자체다. 몰디브의 바다가 동서남북으로 파도치는 수상 빌라에서의 하룻밤. 몰디브, 이 세 글자에 담긴 낭만을 구체화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오직 만타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바와 라운지, 프라이빗 해변, 조식 룸 서비스, 초고속 와이파이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좋다. 진짜 특권은 따로 있다. 내킬 땐 언제고 침대에서 바다로 곧장 뛰어들 수 있다는 것. 이건 몰디브의 특권이기도 하다. 객실 테라스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투명한 파도가 발가락을 간질인다. 헤엄치다 지치면 올라와 대충 물기를 닦고 털썩, 이불 위에 눕는다. 물과 뭍, 뭍과 물. 둘의 경계선은 그렇게 흐려진다. 마치 씨솔트 감자칩과 밀크초콜릿을 번갈아 먹는 것처럼, 짭짤한 바닷물과 달큰한 휴식의 연속이다. '단짠'의 조합은 늘 그렇듯 실패가 없다.

테라스에서 찍은 왜가리. 어딜 보는 걸까
욕조에누우면 바다 위에 드러눕는 기분이 든다
만타에서 누리는 오후 6시의 휴식

●ALL-INCLUSIVE

망각할 자유

물놀이 후 흠뻑 젖은 머리로 선셋 바(Sunset Bar)에서 모히토를 시켰다. 카니의 모히토는 잔의 절반이 민트잎이다. 상큼하게 취한다. 근데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목요일인가, 금요일인가. 아니, 어제가 일요일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한참을 미간 찌푸리며 떠올리려다 '에이, 됐어' 하고 그만 포기해 버렸다.

새벽녘 구름, 합성 같은 현실

카니에서 여행객들은 끊임없이 잊는다. 날짜, 요일, 뉴스, 다음주 스케줄, 아이의 성적표와 세금 계산서…. 카니 선착장 입구 푯말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여기서부턴 뉴스도 신발도 없습니다(NO NEWS NO SHOES BEYOND THIS POINT)'. 마법에라도 걸린 듯 그때부터 현실 감각은 서서히 사라진다. 망각하는 기쁨의 종착점은 결국 진정한 자유다. 일상의 온갖 의무감으로부터 벗어나 종국에 휴식의 정점에 다다르는 것. 그런데 그 해방을 가능케 해 주는 카니의 강력한 주술이 있었으니, 바로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객실 내부

몰디브의 리조트는 보통 4가지로 나뉜다. 조식만 제공되는 베드 앤 브렉퍼스트, 중식과 석식이 제공되는 하프 보드, 삼시 세끼가 제공되는 풀 보드, 그리고 풀 보드에 음료와 주류까지 더해진 올 인클루시브. 카니는 몰디브의 몇 안 되는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다. 일정 내 모든 식사는 물론 액티비티, 키즈 프로그램, 각종 파티와 엔터테인먼트, 심지어 여행자 보험까지 풀 패키지로 요금에 포함돼 있다.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에 머문다는 건 곧 이런 걸 의미한다. 레스토랑 메뉴판에 가격이 적혀 있지 않다는 것, 조식당 입구에서 방 번호를 묻는 직원이 없다는 것, 바에서 과감히 궁금한 칵테일을 다 주문하는 사치를 부려 보는 것. 삼시 세끼 외에도 늦은 아침, 늦은 점심, 늦은 저녁이 제공되고 3개의 바에서는 간식과 간단한 식사, 음료, 주류가 내내 무제한이다. 일부 유료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수십 가지 액티비티들도 전부 무료다. 클럽메드에 머문다면 배고플 틈도, 심심할 새도 없다. 당연히 신용카드 따윈 캐리어 저 깊숙한 곳에 처박아 둬도 된다.

카니 이용법은 정말 간단하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욕구를 어떠한 저항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현시켜 주면 된다. 그러다 보면 근심도, 일상도, 시간도, 영수증도, 힘을 잃고 기억 속에 사라진다. 그 어떤 자유보다도 짜릿할, 망각할 자유다.

산호초 묶기 체험. 아이들의 질문과 웃음이 끊이질 않는 시간

●KIDS CLUB

클럽메드의 정체성

여행 준비에도 난이도라는 게 있다면, 몰디브는 하버드급이다. 일단 멀고 비싸다. 그리고 리조트 선택이 여행의 전부다. 최선도 아닌, 최고의 선택이 필요한 순간. 수많은 허니무너들은 이마를 짚는다. 전공 공부만큼 어려운 게 몰디브에서 숙소 정하기다. 오죽하면 리조트 예약을 끝내면 '몰디브대학 리조트학과를 졸업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길 정도. 그런데 적어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이라면 그 졸업, 훨씬 수월하게 마칠 수 있다. 카니만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키즈클럽에서 아이들은 금방 서로 친구가 된다

클럽메드의 정체성은 키즈클럽에서 비롯된다. 1967년, 클럽메드는 전 세계 최초로 리조트에 키즈클럽을 도입했다. 전문 G.O(클럽메드 상주 직원) 선생님의 지도하에 수많은 '클럽메드 키즈'들은 다국적 친구들과 함께 스포츠와 게임을 즐기며 유년 시절 한구석에 오래도록 남을 추억을 새겨 왔던 터다. 50년 넘는 세월이 쌓은 클럽메드만의 노하우는 카니에도 적용된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KANI' 문구

연령대별로 미니 클럽+(만 4~10살), 틴즈 클럽(11~13살), 칠 패스(14~17살)로 나뉘어 운영되는데, 특히 미니 클럽+은 웬만한 유치원 수준으로 체계적이다.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갖춘 G.O들이 아이들을 집중 케어하고, 스노클링, 세일링, 공중그네, 산호초 묶기 체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책임지고 안전하게 이끈다. 단순히 귀여운 인테리어와 장난감 몇 가지를 갖춘 놀이방 수준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게다가 2024년 기준, 카니의 한국인 투숙객 비율은 단 1%. 마치 초단기 영어 캠프처럼 아이들에겐 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기회다.

어푸어푸, 스노클링에 열심인 꼬마들
카약 탈 준비를 하는 아이들 뒤로 바다가 푸르게 물결친다
카니의 최고인기 액티비티, 공중그네

이 세상 아무리 위대한 부모라도 아이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순간은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엄마 이건 뭐야?'라는 말 속에서 핼쑥해져 가는 게 부모 아니던가. 미니 클럽+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부모와 아이가 각자 온전한 휴식을 즐기다 서로가 그리워질 때쯤 다시 만나기 딱 좋을, 그런 시간이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니모'들을 봤던 날

●BLUE LAGOON TREASURE

몰디브 바다 이용법

섬에서만 머문다는 건 몰디브의 장점이다. 어딜 가도 바다다. 섬에서만 머문다는 건 몰디브의 단점이다. 어딜 가도 바다(뿐이)다. 섬에 도착한 순간, 중요한 퀘스트가 주어진다. 몰디브의 바다를 어떻게 '잘' 활용해서 놀 것인가. 카니는 답을 알고 있다.

세일링, 스노클링, 스탠드업 패들보드, 카약, 선셋 스트레칭…. 섬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액티비티는 카니에 다 있다. 클럽메드 앱을 설치하면 시간대별 액티비티가 한눈에 보인다. 욕심내기 시작하면 하루 스케줄이 끝도 없이 빡빡해진다. 외부 투숙객이나 다음 비행 전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승무원들도 카니만의 액티비티를 '찍먹'해 보기 위해 일부러들 찾아온다고.

점줄어름돔, 대왕 조개, 파우더블루탱, 두점줄무늬도미. 몰디브에선 흔한 녀석들이다

추가 요금을 내면 즐길 수 있는 외부 관광도 짱짱하다. 추천 투어는 역시 블루라군 트레져 투어(Blue Lagoon Treasure). 샌드뱅크(Sandbank)와 로컬 섬 툴루스두(Thulusdhoo) 방문도 재밌지만, 푸른빛 라군에서의 스노클링이 압도적으로 흥미롭다. 수심이 얕고 산호초가 많은 기막힌 스노클링 포인트로 보트가 정확히 데려다준다.

우연히 마주친 야생 너스샤크.야행성이라 낮엔 주로 바위 틈에서 잠만 잔다

입수한 지 1분도 안 됐을 즈음, 갑자기 투어 가이드가 소리쳤다. '여기에요!' 헤엄쳐 가 보니 매부리바다거북(Hawksbill Sea Turtle)이 양팔을 휘저으며 잠수 중이다. 훌륭한 오프닝이었으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엄청난 양의 산호초와 물고기 떼가 꿈결처럼 눈앞에 일렁인다. 보통의 스노클링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찾는 느낌이라면, 이건 물고기 사이로 바닷물이 있는 수준. 먹이로 인위적으로 유인할 필요도 없다. 운이 좋으면 야생 만타가오리부터 너스샤크까지 흔쾌히 수영 메이트가 돼 준다. 거대한 아쿠아리움 한가운데에 예고도 없이 떨어진 기분. 당황스러운데 경이롭고, 두려우면서 황홀하다.

춤추듯 헤엄치던 거두고래들. 멀리서 보면 돌고래를 닮았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리조트로 돌아가던 길. 거두고래(Pilot Whale) 세 마리가 춤추듯 해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이런 장면들은 정말이지, 머릿속 한구석에 낚싯바늘처럼 걸려서 지금까지도 도무지 떼어 낼 수가 없다.

●BEFORE SUNSET

만타 객실로 가던 길
선착장에서 걸어오던 가족들
선베드 위로 야자수가 흔들린다
내 베이컨을 탐내던 왜가리
고요한 바다, 둘만의 시간
물놀이 후 꿀맛 같은 간식 타임
일몰 30분 전. 카니가 가장 빛나는 시간
노을진 하늘 위로 공이 날아오른다

●PARTY NIGHT

천진한 밤, 낯선 밤

머리카락이 마를 날 없던 하루하루였다. 낮엔 바닷물에 절여졌고, 밤이면 땀에 절여졌다. 카니에서는 매일 밤 파티가 열린다. 그렇다고 토요일 저녁 강남역 9번 출구 뒷골목의 지하 클럽 같은 끈적한 분위기는 아니고…, 그보단 훨씬 (많이) 건전하다.

마음껏 춤추는 시간, DJ 파티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히트곡 메들리에 맞춰 단체로 춤을 추기도 하고, G.O들이 테마 쇼를 선보이기도 한다. 노부부는 구석에서 블루스를 추고, 사춘기 여자애들은 또래 남자애들을 흘끔거리며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에 무알콜 칵테일이 담긴 잔을 들고 어른 흉내를 내며 깔깔거리는, 하여튼 뭐 그런 흐뭇하고 훈훈한 풍경을 상상하면 쉽다. 파티는 전체 연령가일지언정 결코 지루하진 않다. 우스꽝스러운 춤도, 바보 같은 농담도, 카니에선 다 괜찮다. 유치할수록, 천진해질수록 더 재밌어지는 시간.

화이트 파티가 열리던 밤. 공연과 음식이 풍요롭게 이어진다

하이라이트는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화이트 파티(White Party)다. 카니의 화이트 파티는 전 세계 클럽메드의 화이트 파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카니만큼 넓은 프라이빗 해변을 갖춘 곳이 많지 않아서다. 해가 지면 새하얀 드레스 코드를 맞춰 입은 투숙객들이 하나둘 해변으로 모인다. 일단 입장했으면 그 뒤론 그냥 흥에 몸을 맡기면 된다. 라이브 음악과 뷔페, 실력 있는 셰프와 칵테일까지. 축제에 필요한 것들은 다 갖춰져 있다. 셰프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미로 참가자들이 머리 위로 흰색 행커치프를 돌리면, 비로소 파티가 마무리된다.

카니에서의 마지막 밤. 적도와 가까운 몰디브에선 별이 낮게 뜬다. 이루 바(The Iru)의 테라스 밑에서 블랙팁샤크가 유영할 동안, 하늘에선 별똥별이 떨어졌다. 얼음 담긴 모히토 잔은 송글송글 땀을 흘린다. 카니의 모히토는 잔의 절반이 민트잎이다. 몽롱하게 취한다. 해가 뜨고 달이 지는 일이 내 삶에 1만번 넘게 반복됐건만, 오늘의 밤은 유독 낯설다. 지구상에서 맞이한 나의 1만1,169번째 밤이, 그렇게 저무는 중이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클럽메드

클럽메드,몰디브리조트,올인클루시브리조트

Copyright © 트래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