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약근 조여도 정관을 풀어도 인구는 늘지 않는다

손지민 기자 2024. 6. 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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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책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재정포럼에 담긴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란 보고서를 보면,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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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성과에 매몰, 검증 안 된 저출생 대책 쏟아내
김용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댄조(댄스+체조)운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회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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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년 조기 입학, 무료 미혼남녀 만남 주선, 케겔 운동….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또 갱신하는 등 저출생 위기가 심화되자, 황당한 정책과 정책 제안 등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철학을 갖고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비전이 실종된 채 단기간에 ‘출산율’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발상이 녹아든 결과라고 비판했다.

3일 국책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재정포럼에 담긴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란 보고서를 보면,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는데다, 유아 발달 특성을 무시하고 성차별적이란 비판이 일자 조세연은 “필자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이어지는 ‘황당 저출생 정책’ 제안은 또 있다.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달 23일 첫 지역 순회간담회로 인천시를 찾아 ‘무료 미혼남녀 만남 마련 지원’을 주문했다. 미혼남녀의 ‘커플 성사’가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이어진단 연결고리가 부족한데도 부처 승격을 앞둔 저고위는 이를 독려했다. 인구경제학자인 이철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결혼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추세를 고려하면 효과적인 정책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에 정관·난관 복원수술 비용 지원을 포함해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정관을 복원하는 분들은 아이를 갖겠다는 의지가 강해 이들을 위한 정책”이라지만, ‘생식기능 지원’ 사업의 기대효과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또 김용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괄약근을 조이는 케겔 운동과 체조 동작을 조합한 ‘국민댄조(댄스+체조) 운동’을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김 의원은 “여성들이 아기 낳을 때 장점이 있다” “출산 장려를 위해 젊은 여성들이 춤을 춰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문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검증되지 않은 ‘궁여지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출산율을 높여야겠단 다급한 목표를 갖게 됐고, 빠른 성과를 보겠다는 조급한 생각에서 적합하지 않은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며 “1960~70년대 국가주의 출산 통제 정책이 아이를 낳으라고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교수도 “저출생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정책들”이라며 “우리나라의 저출생 원인은 낳지 않으려 하거나, 여건상 낳을 수 없는 사람들인데, (지금 제안되는) 정책들은 매우 지엽적”이라고 짚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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