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19 합의 효력 정지 결정… 北, '회색지대 전술' 강화하나
2022년 北 무인기 침투 계기 정지 검토
2023년 北 위성 발사·2024년 포사격 이어져
北 오물풍선에 ‘마지막 동력’도 끊어져
南北 군사긴장 2017년 이전 수준 회귀
MDL 부근 훈련·확성기 방송 가능해져
北 ‘회색지대 전술’로 맞대응 나설수도
“강력한 힘으로 불필요한 행동 막아야”
단체, 추가 살포시 자제 요청 안할 듯
정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검토에
접경지 주민들 “적대행위 중단해야”
정부의 이번 결정은 9·19 합의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 도발에 강도 높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북한에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의 거듭된 위반행위로 9·19 합의가 유명무실해졌지만, 사문화된 것과 정부 차원에서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그 무게감과 의미가 다르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대통령실은 정부 출범 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이 거듭되자 “(9·19) 합의가 계속 유지될 것이냐 파기될 것이냐는 북한 태도에 달렸다”며 도발 중단과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2022년 12월 소형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침투하는 사건을 계기로 효력 정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에 대응해 국제기구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합참 이성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국제적으로도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GPS 교란은 다른 회원국 통신을 방해하는 등 유해한 교신 혼신을 금지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헌장에 어긋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 등에서 보장하는 민간항공기,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다.
◆공은 북한에…회색지대 전술 지속 가능성
정부는 9·19 합의 효력 정지로 MDL 부근에서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는 등 북한 도발에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 우리도 대응수위를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해 정부가 검토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도 가능해졌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 여건을 만들고 그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자 군사적 긴장을 높이겠지만, 수위 조절은 하고 있다”며 “강력한 힘으로 북한이 불필요한 행동을 못하도록 막는 것이 북한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대북전단은 표현의 자유” 재확인
대북전단 살포 단체가 앞으로도 계속 대북전단을 날리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통일부가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과거처럼 단체에 자제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대북 강경기조 전환은 없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추가 살포 시 정부 대응이 무엇인지 질문에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접경지역 안전 우려를 고려해 살포 단체들에 자제 요청을 하거나 의견 조율을 할 것인지 묻자 “그건 현장에서 알아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자 접경지역 주민들이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를 자극하는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이 상황을 해결할 해법은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심리전 확대가 아니라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해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김민혁씨는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대남 풍선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탈북자 단체들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했다. 연평도 주민 박태원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상임대표도 “한창 바쁜 조업 철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수찬·김예진·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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