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외치더니… ‘틱톡 선거전’ 딜레마 빠진 美·유럽

홍주형 2024. 6. 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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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정치홍보 플랫폼 활용 봇물
트럼프, 계정 만들어 첫 영상 올려
24시간 안 돼 200만명 이상 팔로우
바이든 선거 캠프도 활성화 주력
그동안 안보 이유 규제 추진 中과 갈등
2030 다수 사용 큰 인기… 공략 불가피
영국 노동당은 ‘밈’까지 제작해 유통
서방 지도자들 ‘자기모순’에 고민 커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첫번째 틱톡 선거운동 영상을 올리며 ‘틱토커’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계 동영상 앱 틱톡 사용 금지를 추진하다가 중국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4월 틱톡금지법에 서명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캠프도 틱톡을 사용한다. 영국과 유럽연합(EU) 등 틱톡 관련 규제를 시행하거나 준비 중인 다수 서방 국가들 선거에서도 정치 홍보 플랫폼으로 틱톡이 공공연히 사용되면서 서방의 틱톡 퇴출 노력이 자기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CNN,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일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열린 UFC(미국 이종격투기 대회) 경기를 관람하는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틱톡에 올렸다. 동영상에선 UFC 대표 데이나 화이트가 “대통령이 이제 틱톡을 한다”고 말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광이다”라고 답한다. 영상이 업로드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200만명 이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틱톡 계정을 팔로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20년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지난 4월 의회에서 가결된 틱톡금지법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캠프 역시 지난 2월 틱톡 계정을 만들어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개인 명의의 틱톡 계정을 만들지는 않았다.

미국의 틱톡금지법은 최장 360일간 바이트댄스가 미국 자본에 틱톡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퇴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틱톡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틱톡이 자국민의 정보를 중국에 유출한다는 점을 공공연히 거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틱톡을 활용하는 것은 유권자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틱톡이 가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CNN은 “틱톡은 미국에서 1억7000만명이 사용하는 앱”이라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경쟁자보다 사용자 수는 적지만 틱톡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젊은층의 트렌드를 이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친트럼프, 반바이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층에 지속적으로 다가가려고” 계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뿐만 아니라 틱톡 규제를 시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다른 서방 국가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일 다가오는 7월 총선이 “첫 번째 틱톡 선거전”이라고 짚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달 조기 총선을 선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틱톡 계정을 개설했다. 영국 정부 역시 지난해 안보를 이유로 공공목적 사용 기기에서 틱톡 앱 설치를 금지한 바 있다.
가디언은 메타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이 선거 광고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틱톡은 무료이고, 다른 플랫폼보다 사용 비율은 작지만 16∼24세 젊은층의 84%가 틱톡을 사용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14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리는 영국 노동당은 젊은층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밈 등을 만들어 틱톡에 유통시키고 있다.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전문가가 미국의 틱톡 금지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로뉴스에 따르면 이달 6∼9일까지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유럽 지도자들 역시 선거운동에서 틱톡 사용 여부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은 지난해 틱톡을 보안상 이유로 EU 의회의 공공목적 사용 기기에서 금지시켰지만 지난 2월 틱톡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은 젊은이들이 잘못된 소스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거기(틱톡)에 들어가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자고 했다”고 자신의 결정을 해명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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