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 군사 압박 노골화… 주변국 美와 손잡고 견제 분주 [심층기획-中 vs 동남아·호주 갈등 격화]
해상구조 훈련 등 실시하며 갈등 키워
동시에 우방 캄보디아와 합동군사훈련
타이만 등 인접 해상 영향력 확대 노려
필리핀·대만, 美·日 ‘하드파워’에 기대
방위협정 체결·합동군사훈련 등 실시
말레이·印尼 꾸준히 군사력 증강 시도
무기구입 등 中 맞설 방어체계 구축 전력
중국은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힘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필리핀 현지 매체 마닐라타임스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남중국해 해양활동 감시 프로젝트인 시라이트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달 9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중국 해상민병대 선박 82척이 스프래틀리 군도의 윗슨 암초에 있는 것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되어 있는 윗슨 암초는 필리핀 팔라완섬 서쪽 320㎞ 지점에 있으며, 중국 본토와는 약 1060㎞ 떨어져 있다. 2021년 4월에도 중국 선박 약 220척이 이곳에 몰려와 머무르자 필리핀이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필리핀 해경과 군이 윗슨 암초에서 중국 선박 125척을 관측했다. 시라이트 국장인 레이 파월 전 미 공군 대령은 마닐라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주변국 EEZ 안에 있는 암초를 차지하고자 전초기지를 지을 필요도 없다”며 “중국 해상민병대의 규모만으로 필리핀의 대응 능력을 압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최근 스카버러 암초 일대에서 해상구조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스카버러 암초를 포함한 남중국해 섬들을 놓고 필리핀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선에 물대포 공격을 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조훈련을 실시한 것은 중국이 자국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남해 구단선’을 설정, 남중국해 곳곳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기지로 활용하면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동남아에서 밀어내고 남중국해 접근을 저지하며, 대만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남중국해와 인접한 동남아 국가들과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중국의 ‘하드파워’에 주목하는 이유다.
남중국해와 인접한 국가들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의 팽창을 경계하는 미국, 일본 등 서방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거나 독자적인 군사력 증강을 통해 억제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필리핀은 미국, 일본 등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행보를 견제하려 하고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를 서방과의 안보협력으로 메워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지난 4월 열린 미국·일본·필리핀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적 행동에 우려를 표하며 방위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합의했다.
필리핀은 한국 HD현대중공업에는 기존의 호위함 2척 외에 초계함 2척과 원해경비함 6척을 발주했고, 일본에선 대형 순찰선 5척을 2027∼2028년에 들여올 예정이다. 디젤잠수함 도입도 거론되는데, 한화오션이 수주를 노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군사력 증강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러시아 무기 의존도를 낮추면서 새로운 무기공급국을 찾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무기 운용이 어려워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선 ATR 72 해상초계기 2대를 2026년부터 들여오기로 했고, 튀르키예로부터는 2400t급 신형 아다급 초계함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방공망 강화를 위해 서방에서 신형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구매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 사업엔 LIG넥스원이 생산해 한국군과 사우디군 등에서 운용하는 천궁-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국방부는 지난 1월 제1차 국방정책협의회를 개최해 사이버 안보, 연합훈련, 방위산업 등 분야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중국해와 인접한 국가들이 중국의 압박에 맞설 군사력을 확충하고자 무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현대전을 치를 수 있는 첨단 무기를 확보하면, 필리핀처럼 미국과 호주 등의 서방 군대를 불러들여 합동훈련을 실시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용이하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조금씩 무기를 사들이는 동남아 특유의 비동맹주의식 군사력 건설은 ‘규모의 경제’를 약화해서 후속군수지원을 어렵게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싱가포르와 호주를 제외하면 동남아 국가의 무기구매 효과가 단편적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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