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 뒀네..."나는 '빅이어'의 절친입니다!" 이 남자의 정체는?
[OSEN=정승우 기자] 유럽 축구에서 가장 위대한 트로피 '빅이어'를 자신의 '절친'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6번을 우승한 루카 모드리치도, 감독으로서 5번 우승한 카를로 안첼로티도 아니다. 대체 누굴까.
UEFA 챔피언스리그는 앞서 2일(이하 한국시간) "트로피는 내 친구'라는 제목으로 UEFA 물품 관리인 패트릭 본네즈의 인터뷰를 전했다.
본네즈는 지난 1995년부터 UEFA에서 물류 업무를 해온 직원으로 주 업무는 공급업체와 연락해 재고를 모니터링하거나 배송이 제때 도착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면 그에게는 특별한 한 가지 추가 업무가 주어진다. 바로 '빅이어'라는 애칭을 가진 UEFA 챔피언스리그의 우승 트로피, '쿠프 데 클뤼브 샹피옹 에우로페앙'을 경기장으로 옮겨 UEFA 회장이 우승팀 주장에게 제때 수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UEFA는 "만 53세 스위스 국적의 본네즈는 따지고 보면 세르히오 라모스, 펩 과르디올라, 말디니 가문, 카를로 안첼로티와 같은 우승자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트로피와 함께 보낸 셈"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결승전 경기 전날 밤이면 본네즈는 빅이어와 함께 호텔에 머문다. 본네즈는 "이제 이녀석과 친구가 됐다"라며 농담하기도 했다.
UEFA는 "많은 축구 팬들은 이미 본네즈의 얼굴을 여러번 봤을 수 있다. 만약 아니라면,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주목하자"라며 "본네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시상식 무대 뒤에 자리한다. UEFA의 알렉산더 체페린 회장 뒤에 서서 선수들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는 업무를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네즈는 이번 시즌까지 총 25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에 함께했다. 인상적인 장수 기록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시간이 빨리 지난다는 말은 사실임에 분명하다"라고 전했다.
UEFA는 "본네즈의 첫 결승전 경험은 지난 2000년이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발렌시아를 3-0으로 제압해 우승했다. 당시엔 모든 것이 더 단순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트로피에 우승자의 이름을 새기지도 않았고, 인터뷰 요청도 적었으며 시상대 위치를 안내할 필요도 없었다"라고 과거 우승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본네즈는 "무대가 준비된면 트로피를 가져왔다. 테이블 위에 메달이 담긴 쟁반을 준비했고 옆으로 잠시 비켜 섰다가, 시상식이 끝나면 모든 물건을 다시 챙겨 라커룸으로 돌아갔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게 내 일이었다. 실수하지 않도록 확실히 했다. 가끔 잔디가 젖어 있어 넘어질 위험도 있었고, 생각보다 트로피가 무겁다. 두 손을 모두 사용해 트로피와 양쪽에 각각 40개씩 담긴 메달 쟁반을 들어야 한다. 가끔은 '최우수 선수상'과 같은 개인상도 준비됐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난 회장 뒤에서 메달을 건네는 특권을 가졌다. 이는 정말 독특하고도 멋진 일이다. 물론, 그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메달을 떨어뜨리거나 회장의 손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본네즈는 "요즘은 나 대신 대사가 트로피를 들고 나온다. 작년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결승전 당시에 하미트 알틴톱이 로고를 뒤로 향하게 트로피를 잘못 놨다. 난 회장 뒤에서 이를 목격했고 재빨리 트로피를 올바르게 돌려놨다. 모든 것이 정확해야 한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쉽게 알 수 없었던 비밀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린 늘 두 개의 트로피를 준비한다. 시상식이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대에 트로피를 세우는데 7~8분 정도 소요되며 우승팀 이름을 트로피에 새기는 덴 팀 이름 길이에 따라 10~15분 정도 걸린다"라고 말했다.
본네즈는 "TV 실시간 중계를 위해 2분이 소요되고, 대형 스크린에 트로피에 새겨진 이름이 비춰진다. 선수들이 드는 트로피는 오리지널 트로피이며 조각사가 작업을 마친 뒤엔 경기 종료 후 한 시간 정도 뒤에 라커룸에서 트로피를 교체한다"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나름의 고충도 있었다. 그는 "오리지널 트로피를 되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난 2010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결승전 당시엔 정말 오래 걸렸다. 인터 밀란 선수들이 오리지널 트로피를 계속 들고 있으려 했기 때문이다. 난 복제 트로피를 들고 기다리면서 선수들에게 '우린 트로피가 필요해요. 이걸로 대신 가져가세요'라고 말했지만, 선수들은 기자회견 중인 조세 무리뉴 감독을 기다렸다. 2시간 30분 뒤에야 트로피를 되찾을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역대 최고의 선수'와 만남이었다. 본네즈는 "지난 2015년 FC 바르셀로나와 함께 라커룸에 갔을 때 리오넬 메시와 정말 가까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시를 몇 번 볼 특권이 있었다. 2006년 결승전엔 부상이라 경기장에서 볼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아스날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메시를 볼 수 없어 매우 슬펐다.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 아니, 역대 최고의 선수를 만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그렇지만 메달을 나눠줄 땐 일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본네즈는 "2019년 결승전에선 환하게 웃는 위르겐 클롭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UEFA는 "클롭은 본네즈를 귀빈 중 한 명으로 착각해 악수하려 했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본네즈는 "하지만 악수할 수 없었다. 메달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와 주먹 인사를 나눴다. 당시 그 장면이 찍힌 사진은 UEFA 본사에 있는 내 책상에 걸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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