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줄 놀림 목걸이, 우리도 ‘아차’ 했죠”[편파적인 디렉터스뷰]
하경헌 기자 2024. 6. 4. 06:02
‘선재 업고 튀어’
윤종호·김태엽 감독
이시은 작가
“아니, 어떤 사랑을 하셨기에…?”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대뜸 나온 질문이었다. 세 번의 죽음과 시간 여행으로도 끊을 수 없었던 인연 그리고 사랑. 그 사이를 촘촘하게 채운 웃음과 긴장감. ‘선재 업고 튀어’는 이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의 에너지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음이 저미는 듯한 사랑을 그려낸 제작진의 수완에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원작 ‘내일의 으뜸’을 쓴 김빵 작가의 필력도 있었지만, 이시은 작가는 이 설정을 훨씬 세분화하고 감정을 정밀화했으며, 멜로는 윤종호 감독, 코미디는 김태엽 감독의 연출로 결을 다르게 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솔(김혜윤)과 선재(변우석)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 쟁점 1. ‘화제의 S자 목걸이’ 그 정체는?
극 중 주인공 임솔은 자신의 최애 아이돌이었던 ‘이클립스’ 류선재가 어느 날 사망하고 좌절하던 중 손목시계의 불가사의한 힘으로 과거로 돌아간다. 그렇게 10대 시절로 돌아갔다가 또 한 번 사고를 목격한 솔은 다시 20대로 돌아갔다. 그렇게 다시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선재는 솔에게 생일선물이라며 목걸이를 준다. 그런데 이 목걸이가 말썽(?)이었다. ‘솔’의 이니셜 ‘S’가 크게 박힌 이 목걸이는 시청자들에게 ‘군번줄이냐’ ‘인식표냐’는 당황스러운 반응을 끌어냈다.
“시안은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둘의 징표였던 우산 모양도 있었고, ‘S자’ 이니셜도 그중 하나였죠. 그런데 우산은 선재에겐 어울리지 않았죠. 둘의 이니셜인 ‘S’로 하자고 하고 참고 이미지도 보여드렸습니다.”(이시은 작가)
“아시다시피 드라마에 PPL(간접광고)가 없어서 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미술팀 보여준 참고 시안은 예뻤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뭐야?’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어요. 알이 작았다면 그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조정하기엔 너무 시간이 늦었죠. 그냥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좋아해 주시는 분은 좋아해 주실 거야’라고 생각하고 말았네요.”(윤종호 감독)
■ 쟁점 2. 시청률을 뚫고 나온 화제성의 이유는?
‘선재 업고 튀어’는 드라마의 흥행 척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이뤄진 작품이었다. 시청률에선 5~7%대에 그쳤지만, 실제 여론은 달랐다. 각종 화제성 수치는 모두 장악했고, OTT 플랫폼 티빙의 유료가입기여지수 역시 유례없었다. 특히 선재 역 변우석의 인기가 높아, 그의 첫 팬미팅에는 9000여 명 정원에 70만명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뤘다.
“사실 초반에는 속상할 정도로 반응이 안 올랐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화요일, 수요일 아침에 시청률 확인을 할 때는 기운 빠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 육아하시는 분들은 월요일이 힘든 날인데 그 시간에 집에서 TV를 못 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퇴근도 어렵고, 밀린 일도 하시고요.”(윤종호 감독)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가 되지 않았나 하니다. 콘텐츠의 소비 방식이 바뀌는 의미 있는 선례로 ‘선재 업고 튀어’를 꼽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김태엽 감독)
■ 쟁점 3. 로맨스와 코미디, 스릴러는 어떻게 합쳐졌나?
‘선재 업고 튀어’의 매력은 복합장르다. 시간을 넘나드는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였지만 청춘물의 껍질을 쓰고 있어 청량하고 상큼했다. 거기에 각종 오마주와 패러디를 대동한 코미디가 있었다. 거기에 김영수(허형규)의 등장 이후 짙어진 스릴러의 코드도 있다. 매번 솔과 선재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드라마 팬덤인 ‘(솔선)수범이’들을 계속 가슴 떨리게 했다.
“영수 캐릭터에는 서사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솔선’의 운명 자체라 생각했죠. 사랑이 이뤄질 수 없게 하는 운명이요. 감독님이 로맨스물에 맞게 잔인하지 않게 보완해주셨습니다.”(이시은 작가)
“저는 코미디 연출이 어려워서 멜로 부분을 주로 맡았습니다. 작가님의 대본이 로맨스의 서사도 좋지만, 코미디가 살아있어요. 김태엽 감독님이 코미디를 좋아하시는데 저희의 다른 성향이 잘 어우러졌어요.”(윤종호 감독)
“윤 감독님은 멜로를 너무 잘하세요. 대본에 있는 코미디를 훼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핵심인 서사와 감정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코미디가 기능해야 했죠.”(김태엽 감독)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윤종호·김태엽 감독
이시은 작가
PPL 없어 직접 만든 소품
시안은 예뻤는데 ㅠ.ㅠ
시간 부족해 “일단 쓰자”
이해해주시길 바란건 욕심
로맨스 장인 윤 감독
코미디 담당 김 감독 찰떡궁합
서사 주기 싫었던 영수 캐릭터
연출로 수위 잘 조절돼
“아니, 어떤 사랑을 하셨기에…?”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대뜸 나온 질문이었다. 세 번의 죽음과 시간 여행으로도 끊을 수 없었던 인연 그리고 사랑. 그 사이를 촘촘하게 채운 웃음과 긴장감. ‘선재 업고 튀어’는 이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의 에너지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음이 저미는 듯한 사랑을 그려낸 제작진의 수완에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원작 ‘내일의 으뜸’을 쓴 김빵 작가의 필력도 있었지만, 이시은 작가는 이 설정을 훨씬 세분화하고 감정을 정밀화했으며, 멜로는 윤종호 감독, 코미디는 김태엽 감독의 연출로 결을 다르게 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솔(김혜윤)과 선재(변우석)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 쟁점 1. ‘화제의 S자 목걸이’ 그 정체는?
극 중 주인공 임솔은 자신의 최애 아이돌이었던 ‘이클립스’ 류선재가 어느 날 사망하고 좌절하던 중 손목시계의 불가사의한 힘으로 과거로 돌아간다. 그렇게 10대 시절로 돌아갔다가 또 한 번 사고를 목격한 솔은 다시 20대로 돌아갔다. 그렇게 다시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선재는 솔에게 생일선물이라며 목걸이를 준다. 그런데 이 목걸이가 말썽(?)이었다. ‘솔’의 이니셜 ‘S’가 크게 박힌 이 목걸이는 시청자들에게 ‘군번줄이냐’ ‘인식표냐’는 당황스러운 반응을 끌어냈다.
“시안은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둘의 징표였던 우산 모양도 있었고, ‘S자’ 이니셜도 그중 하나였죠. 그런데 우산은 선재에겐 어울리지 않았죠. 둘의 이니셜인 ‘S’로 하자고 하고 참고 이미지도 보여드렸습니다.”(이시은 작가)
“아시다시피 드라마에 PPL(간접광고)가 없어서 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미술팀 보여준 참고 시안은 예뻤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뭐야?’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어요. 알이 작았다면 그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조정하기엔 너무 시간이 늦었죠. 그냥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좋아해 주시는 분은 좋아해 주실 거야’라고 생각하고 말았네요.”(윤종호 감독)
■ 쟁점 2. 시청률을 뚫고 나온 화제성의 이유는?
‘선재 업고 튀어’는 드라마의 흥행 척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이뤄진 작품이었다. 시청률에선 5~7%대에 그쳤지만, 실제 여론은 달랐다. 각종 화제성 수치는 모두 장악했고, OTT 플랫폼 티빙의 유료가입기여지수 역시 유례없었다. 특히 선재 역 변우석의 인기가 높아, 그의 첫 팬미팅에는 9000여 명 정원에 70만명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뤘다.
“사실 초반에는 속상할 정도로 반응이 안 올랐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화요일, 수요일 아침에 시청률 확인을 할 때는 기운 빠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 육아하시는 분들은 월요일이 힘든 날인데 그 시간에 집에서 TV를 못 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퇴근도 어렵고, 밀린 일도 하시고요.”(윤종호 감독)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가 되지 않았나 하니다. 콘텐츠의 소비 방식이 바뀌는 의미 있는 선례로 ‘선재 업고 튀어’를 꼽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김태엽 감독)
■ 쟁점 3. 로맨스와 코미디, 스릴러는 어떻게 합쳐졌나?
‘선재 업고 튀어’의 매력은 복합장르다. 시간을 넘나드는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였지만 청춘물의 껍질을 쓰고 있어 청량하고 상큼했다. 거기에 각종 오마주와 패러디를 대동한 코미디가 있었다. 거기에 김영수(허형규)의 등장 이후 짙어진 스릴러의 코드도 있다. 매번 솔과 선재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드라마 팬덤인 ‘(솔선)수범이’들을 계속 가슴 떨리게 했다.
“영수 캐릭터에는 서사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솔선’의 운명 자체라 생각했죠. 사랑이 이뤄질 수 없게 하는 운명이요. 감독님이 로맨스물에 맞게 잔인하지 않게 보완해주셨습니다.”(이시은 작가)
“저는 코미디 연출이 어려워서 멜로 부분을 주로 맡았습니다. 작가님의 대본이 로맨스의 서사도 좋지만, 코미디가 살아있어요. 김태엽 감독님이 코미디를 좋아하시는데 저희의 다른 성향이 잘 어우러졌어요.”(윤종호 감독)
“윤 감독님은 멜로를 너무 잘하세요. 대본에 있는 코미디를 훼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핵심인 서사와 감정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코미디가 기능해야 했죠.”(김태엽 감독)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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