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사람이 우주로 가는 시대…우주인 위한 의학도 필요

보령·스페이스린텍, 韓 우주의학 개척자들
우주인 건강·우주 제약 전망 긍정적
조선비즈 ‘스페이스K 포럼’서 우주 의학 청사진 토론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스(Varda Space Industries)가 발사한 의약품 연구 위성 더블유-시리즈 1(W-Series 1) 상상도./Varda Space Industries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반 세기만에 인간을 달로 보내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Artemis)’를 준비하고 있다. 우주비행사가 달 궤도를 돌고 귀환하는 아르테미스 2호 임무는 내년 9월, 달에 직접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3호 임무는 2026년 9월로 잡혔다. 중국도 오는 2030년까지 우주인을 달로 보내기 위해 유인 우주선 멍저우(夢舟)를 개발하고 있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 심우주를 탐사하려면 우주인의 건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유인 우주 탐사의 범위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달을 전진 기지로 삼아 화성 같은 심우주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우주 환경에 탐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주인들의 육체나 정신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우주인의 건강을 챙길 의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은 의약품을 제조하기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중력이 약한 탓에 약품 합성 과정에서 결정체들이 바닥에 가라앉지 않아 균질하고 순도 높은 약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발 제약사인 머크와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릴리,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BMS)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일찍이 우주의학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 우주의학 스타트업인 바르다스페이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 약물을 우주에서 만들어 지난달 지구로 가져왔다고 밝히며 큰 진전을 이뤄냈다. 바야흐로 우주 의학, 우주 핼스케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인 케이트 루빈스(Kate Rubins)와 안드레 더글라스(Andre Douglas)가 달 탐사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NASA

한국은 아직 우주의학이 생소한 나라지만, 몇몇 선구자들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보령이 대표적이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 투자하고 이사에 오르면서 우주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지난 1월에는 액시엄 스페이스와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를 설립해 우주의학 생태계 지원을 강화했다.

보령이 우주의학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HIS(Human In Space)’다. 보령은 올해 HIS 챌린지에서 우주 의학 아이디어를 선정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임동주 브랙스스페이스 대표는 “올해부터는 유망한 기술과 연구과제들을 실질적인 우주 실험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에서 우주 환경을 구현해 미리 의학실험을 해보는 국내 스타트업도 있다. 스페이스린텍은 강원도 정선군에 확보한 수직갱도를 이용해 미세중력 환경의 제약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높은 곳에서 물체를 떨어뜨리면 순간적으로 물체 내부에 무중력 환경이 만들어진다. 정선에서 수직갱도가 물체를 자유낙하시키는 ‘드롭타워’로 변신했다. 물체가 지구 중력가속도로 자유 낙하하면 중량이 사라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스페이스린텍을 창업한 윤학순 미국 노퍽주립대 교수는 나사, 하버드 의대와 우주 의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말에는 국내 발사체 기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시험 발사체에 우주 의학 실험 장비를 실어 준궤도 우주 의학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실제 우주 공간에서 의학 실험을 진행하는 건 스페이스린텍이 처음이다.

스페이스 린텍이 강원도 정선 SM함덕철광산업에 운영 중인 드롭 타워.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협조를 받아 수직 갱도를 드롭 타워로 활용했다. 철탑 아래 수직 공간에 드롭 타워가 있다./스페이스린텍

학계에서는 김규성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우주 의학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를 이끌며 우주 환경과 인체 생리의 관계를 밝히는 우주의생명과학 중개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 노퍽주립대와 하버드대, 이스턴버지니아메디컬스쿨(EVMS) 연구진과 우주 의학 분야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

김규성 교수는 “우주에서 평형 기능과 안구 혈관, 면역 대사 변화를 살피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며 “미국 연구진과는 우주 방사선과 미세중력에서 인지 기능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방사선과 중력 자극을 받은 동물 실험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조선비즈는 오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국내 우주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논의하는 ‘스페이스K: 리부트’ 포럼을 개최한다. 채드 앤더슨 스페이스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인 뉴스페이스 시대의 창업 지형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보령과 액시엄 스페이스의 합작법인인 브랙스 스페이스의 임동주 대표가 직접 참석해 우주 의학의 미래를 조망할 계획이다. 국내 우주 의학 연구와 사업을 이끄는 보령의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에 문을 연 우주항공청에서 존 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참석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산·학·연 전문가들과 한국 뉴스페이스의 미래를 두고 토론한다.

조선비즈가 개최하는 ‘스페이스K: 리부트’ 포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홈페이지(https://e.chosunbiz.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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