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복지정책 설계자' 안상훈 "정부 정책 입법화가 내 미션"
"한동훈은 고교·대학 후배…진짜 리더, 깨지고 맞고 가는 것"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정부가 해야 하는 사회개혁 관련 의제를 전부 다 어깨에 짊어지고 왔습니다. 특히 여소야대 형국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지금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있어요."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진행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2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지 닷새째인 그는 "당선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사실은 마음도 어깨도 무겁다"고 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사회수석을 지내며 연금개혁·저출생·유보 통합·약자 복지 등 현 정부 사회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안 의원은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 주장 등을 두고 "복지가 가지 말아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현금 복지보다 서비스 복지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런 서비스 복지 분야 입법화를 위해 야당과 소통하고 국민을 설득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양당의 극한 대립 속에 협치가 가능하다면 경제·국방보다는 사회 쪽이 먼저 될 공산이 있다"며 "국민들께도 (사회복지 분야에 대해) 설명을 잘하고, 야당과 대화하고 야당을 설득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안 의원은 연금·복지 전문가로 꼽힌다. 스웨덴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20년 넘게 일했다. 여야를 넘나들며 사회정책을 자문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뒤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안 의원은 정치권 입문 계기에 대해 "역대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많이 했지만, 정책으로 본격적으로 수용한 건 윤 대통령"이라며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려면 결국은 정치로 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복지 정책을) 입법화하는 미션을 갖고 국회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대선 캠프에서부터 호흡을 맞춘 만큼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1박2일간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 만찬에서도 윤 대통령은 안 의원에게 "학교에서, 정부에서 했던 여러 경험이 있으니까 힘내서 소신껏 잘해야 한다. 나랑 했던 것 가서 잘하라"고 사기를 북돋았다고 안 의원은 전했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언급됐다. 안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의 현대고·서울대 4년 선배다.
그는 "한 전 위원장과는 예전부터 알았다"며 "제가 아는 한 전 위원장은 명민한 사람이니까 (본인의 정치적 행보는)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에게 "진짜 리더로 가는 길은 쉽게만 갈 수 없다. 깨지고 두드려 맞고 가는 것"이라며 "거기서 어떻게 하느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리더가 되느냐를 가른다. 그 길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는 게 선배로서 후배에 대한 진심"이라고 했다.
◇"'일자리 저수지' 서비스 복지 중심으로 가야"
안 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사회서비스진흥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와 유관기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서비스 복지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현금 복지는 근로 동기를 침해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약화시킨다"며 "반면 서비스 복지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과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의료·교육·고용·간병·보육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 서비스는 수백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일자리 저수지"라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도 확대되니 '꿩 먹고 알 먹고'"라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사회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로 가려면 사회 서비스를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건 이미 유럽에서 검증이 됐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1·2차 세계 대전 이후 서구 선진국들이 처음에 현금 지원에 집중하다가, 1980~1990년대 모든 복지 국가의 개혁은 현금 복지를 줄이고 서비스 복지를 늘리는 쪽으로 이뤄졌다고 안 의원은 전했다.
◇"文정부 국가 부채 1천조…전국민 25만원 의미 없어"
그는 야당의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안 의원은 "해방 이후에 박근혜 정부까지 나라 빚을 600조 냈는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를 더 늘려서 지금 국가 부채가 1000조가 넘어섰다"며 "현금 복지는 빚을 내서 가는 건데 국채는 결국 미래 세대에 빚을 다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의 25만원 민생지원금 정책에 대해서도 "전 국민에게 똑같이 돈을 푸는 건 물가 상승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모르면 25만원 100만원에 표를 주는데, (국민들도 현금복지의 위험성을) 알면 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좌파(진보) 진영에서 스웨덴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데 1980~1990년대 이후 개혁된 스웨덴 모델이 아니라 현금을 막 퍼주던 1950~1960년대 초기 모델을 주장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尹정부서 첫 발자국 뗀 연금개혁…10~20년 걸리는 과제"
연금 전문가인 그는 21대 국회 막바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 의원은 "연금개혁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금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금 제도 자체가 군사 정부 때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거의 보험료를 내지 않고 엄청 많이 받는 식으로, 도저히 지속불가능하게 만들어졌다"고 개혁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노후 소득 보장이라고 하면 국민연금 외에 기초연금, 퇴직연금, 농지 연금, 주택연금 등이 있고 민간 연금이 있는 다층 구조"라며 "소득대체율을 얘기할 때 국민연금만 갖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구조개혁 논의 없는 연금개혁을 "위에는 패딩을 입고 밑에는 반바지를 입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여권이 야당의 선(先) 모수개혁, 후(後) 구조개혁 안을 수용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에 모수개혁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 구조개혁 동력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 스웨덴 등 연금개혁에 성공한 선진국을 봐도 빨라도 10년, 길면 20년 넘게 걸리는 개혁 과제"라며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금개혁 문제는 시끄럽기만 하고 본인 임기 내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역대 정부 중) 아무도 발자국을 떼지 않았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구조개혁에 대해서 첫 발자국을 뗀 첫 정부"라고 평가했다. 국회 연금특위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역할이 주어지면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정책…당대표 누가 되든 정책 정당으로 당 개혁했으면"
안 의원은 사회수석 때 당정 협의를 거론하며 "당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내서 대안을 갖고 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더라"고 여당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여당은 정책"이라며 누가 되든 차기 당대표가 정책으로 승부를 걸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야당은 정치만 갖고 해도 되지만, 여당은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를 5년 동안 담당한다. 여당은 정치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정책 생산 능력, 정무적 판단, 국민 설득까지 포함해 총체적 의미에서 정책 정당이 될 수 있도록 개혁하고, 의원들도 그 방향으로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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