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 사기분양에 속았다”… 수분양자 집단소송 이어진다

오은선 기자 2024. 6.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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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생숙 수분양자, 분양계약 취소 손배소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등 수분양자 1000여명 소송 중
적극적 기망행위에 자진리콜 요구… 시공사는 “확인서 받았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의 수분양자들이 ‘사기분양’을 이유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지난 4월 수분양자들이 건설사와 시행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처음 제기한 이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사업자들의 자진 리콜을 주장하는 중이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생활형 숙박시설의 홍보영상 중 일부. 수분양자들은 '아파트'라는 표현으로 주거가 가능한 것 처럼 홍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레지던스연합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시 시화 MTV에 지어진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 200명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하나자산신탁, 엠티브이반달섬씨원개발피에프브이, 현대건설 주식회사, 분양대행사 주식회사 미래인 등을 상대로 분양계약의 취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생숙은 취사와 세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숙박시설이다. 청약 통장이 필요없고 전매 제한이나 종부세 및 양도세 중과도 없어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단타를 노린 투기수요가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의 주거 사용을 금지했다. 다만 주거형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시 이행강제금(매년 공시가격의 10%)을 부과하지 않는 유예기간을 뒀다. 이 유예기간은 올해 말 만료된다.

문제는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어렵다는 점이다. 건축법상 주차장, 통신실, 지구단위계획 등 오피스텔 조건에 맞게 생숙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미 설계가 완료되고 건물이 완공된 경우, 현실적으로 변경이 어렵다. 변경 조건도 까다로워 실제 용도 변경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오피스텔로 전환을 하지 못하고 이행강제금을 내야할 처지에 놓인 곳들이 많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수분양자들은 2021년 6월 분양을 받을 당시 사업자들이 ‘실거주가 가능한 주거상품처럼 홍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홍보영상 중 일부. /한국레지던스연합

이들은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는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대단지 아파트와 같은 최고급 주거시설”이라며 “미국 동부의 우수학교로 선정된 명문국제학교인 FPD 크리스챤 스쿨이 입교 예정으로, 단지내 입주자들의 자녀가 우선 입학할 예정”이라는 사업자들의 홍보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수분양자 소송대리인인 최진환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주거시설이 대거 들어서면 안 되는 상업지구 등에서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단 한 번도 포함된 적이 없는 생활형숙박시설을 사실상 준주택으로 불법 분양한 사업자들에게 책임”이라며 “생숙사태를 정당하게 푸는 해결책은 사업자들의 자진리콜”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생숙 수분양자들의 집단소송은 지난 4월에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시작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분양자들은 시행사 마곡마이스PFV, 시공사 롯데건설, 분양대행사 태원씨아이앤디를 상대로 ‘사기분양 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외에도 ‘부산송도유림스카이오션더퍼스트’, ‘해운대에비뉴’, ‘한화포레나천안아산역’ 등 전국에서 생숙 수분양자들이 소송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분양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사기분양에 대한 책임을 부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분양자들과 시행사·시공사들의 입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건설은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 당시 생숙을 주택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 및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서에 병기했다고 주장한다.

생활형숙박시설 업계 관계자는 “홍보요원들에게 ‘주거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상담을 받고 기습적으로 확인서를 받은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며 “소송을 검토 중인 다른 지역의 수분양자들도 아직 남아있어 다른 곳에서도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 당시 수분양자들에게 받은 확인서. /롯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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