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 그놈 목소리'…이젠 스마트폰이 먼저 알고 차단한다

송혜리 기자 2024. 6.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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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종 피싱 데이터 민간에 제공…AI·데이터 기반 필터링 서비스 개발 독려
삼성전자 '온디바이스 악성문자 필터링 서비스'…스팸문자 자동으로 차단
SK텔레콤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통화 문맥 토대로 실시간 판별
[그래픽]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자신을 서울00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소속 김00검사라고 밝힌 '그놈'은 "귀하 명의의 통장이 금융범죄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2차 피해 발생 전에 긴급조치가 가능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겁을 먹은 A씨는 전세금으로 쓰려고 모아뒀던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인출해 그놈이 불러준 계좌로 송금했다.

알뜰살뜰 모은 서민의 쌈짓돈까지 털어가는 피싱범죄가 기능을 부리자, 정부가 삼성전자·SK텔레콤 등 민간과 손잡고 선제 대응 기술을 마련했다.

통화 문맥을 토대로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하는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스팸 신고 분석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폰이 피싱 의심문자를 걸러주는 '온디바이스(On-Device) 악성문자 필터링'서비스 등 AI 기반 대응 서비스를 늦어도 연말부터는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활개 치는 금융피싱범죄…고액 피해자 늘고 연령도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965억원으로 전년 보다 514억원(35.4%) 증가했다.

그간 정부·금융업계 피해예방 노력으로 총 피해자 수는 감소했으나, 1000만원 이상 피해를 입은 고액 피해자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1인당 피해액은 전년 보다 1.5배 늘어난 1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연령도 낮아졌다. 50대와 60대 이상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사회초년생인 20대 이하·30대 피해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팸문자 수신량도 지난해 하반기 갑자기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7.80통, 하반기 7.50통, 지난해 상반기 7.18통으로 점차 감소했지만 하반기에 10.38통으로 갑자기 치솟았다. 스팸 내용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불경기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만한 '도박·주식·투자'등이 주로 활용됐다.

KISA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둔 '해외발 문자 스팸'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해외발 스팸 비중은 지난 2018년 1.6% 규모이던 것이 지난해 13.7%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피싱데이터 적극적으로 개방…실시간·자동 필터링 서비스로 '접근 차단'

이처럼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각종 피싱 범죄가 활개를 치자, 정부는 보유하고 있는 각종 피싱 데이터를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에 제공해 사전 필터링 서비스 개발을 독려키로 했다. 금융·보안당국 등이 보유한 실제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와 악성문자·전화번호 데이터를 토대로 피싱의심 건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형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단말에서 스팸을 자동으로 차단해주는 '온디바이스 악성문자 필터링'기능을 선보인다.

'악성문자 필터링 서비스'는 마치 메일에서의 '스팸'버튼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문자메세지 이용 시 '악성 메시지 차단' 버튼을 활성화 시키면, KISA·경찰청에서 악성으로 분류한 메시지와 전화번호를 메시지 앱에서 자동으로 차단한다. 차단된 메시지는 '차단된 메시지'를 클릭해 확인할 수 있어, 자칫 중요 메시지가 스팸으로 분류되더라도 다시 원상복귀 시킬 수 있다. 이 기능은 올 하반기 출시되는 신규 기종에는 기본적으로 탑재가 되며, 기존 사용자들은 사용자환경(UI)업데이트를 통해 추가 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를 출시한다.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는 통화 문맥을 토대로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해,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림을 주는 기능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주요 키워드나 패턴을 탐지하는 것은 물론, 통화 문맥의 특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금융거래를 이유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위 등 다양한 보이스피싱 상황을 즉각 인지하고 의심통화로 분류한다.

SK텔레콤은 데이터를 제공받아 모델 미세 조정(fine tuning)을 통해 성능을 정교화하고 이를 시제품에 담아 검증한 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되며, 통신사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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