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 3으로, 초록색도 흰색"…경찰 전문가한테 듣는 'CCTV 분석법'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닙니다. CCTV(폐쇄회로TV) 영상에는 수많은 왜곡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최근 강남에서 발생한 주요 범죄와 관련 CCTV 수사 기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일선 강남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경감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도시관제센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경감은 2004년부터 CCTV 관제와 영상 분석, 추적 수사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문 경감은 "CCTV 카메라상 왜곡과 영상이 모니터에 표출될 때 왜곡, 낮과 밤 빛의 조도에 따른 왜곡 등 우리 눈에 보이는 CCTV 영상에는 수많은 왜곡 현상이 있다"며 "CCTV 관제 경찰관은 어떤 왜곡이 있는지 알아야 하고 경험도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빨간색', '소형 승용차', '초록색 번호판'이라는 단서를 갖고 CCTV에서 도주 차량을 찾을 때는 이들 정보를 곧이곧대로 보면 차량 특정이 어렵다. 소형 승용차더라도 차량 속도가 빠르면 잔상에 의해 승합차처럼 크고 길게 보일 수 있다. 초록색 번호판도 빛의 양에 따라 흰색으로 보인다.
차량 번호판 숫자에도 왜곡이 생긴다. 도로 노면은 유리처럼 평평하고 매끄럽지 않아 그 위를 달리는 차량에는 늘 크고 작은 흔들림이 있다. 이 때문에 숫자 8이 3으로, 9가 1로 보이는 등 왜곡이 발생한다. 차량 번호를 특정하면 경찰 수배 차량 검색 시스템(WASS)에 번호를 등록,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사건 해결의 열쇠인 셈이다.
문 경감은 "영화배우가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 촬영 감독도 레일을 깔고 같은 속도로 간다. 속도가 같아야 화면에 잔상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며 "CCTV 관제 경찰관은 좌우, 상하로 흔들린 숫자를 프레임별로 잘라 보정해 맞추는 기법으로 차량 번호를 유추한다"고 말했다.
문 경감은 "주차장에 있던 차가 사라져 차량 행방을 찾던 사건이 있었는데 이런 '시점 찾기' 사건의 경우 숙련이 되면 한 달 치 영상 분석을 1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사람 눈으로 변화를 포착하려면 영상 최대 속도는 5배속 정도다. 한 달 치 영상을 모두 다 본다고 하면 며칠이 소요되는 셈이다.
문 경감은 "'시점 찾기' 사건은 CCTV 영상 타임라인을 앞뒤로 조정하며 대상 물체가 사라지는 시점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월, 주, 일, 시, 분, 초 등 순차적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물체가 사라지는 시점을 포착해 월에서 초로, 초보다 짧은 프레임으로 바로 넘어가니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경감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에 영상 분석법을 더해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수차례 해결했다. 국정원 마티즈 사건, 신사동 부녀자 납치 사건, 도봉 토막살인사건, 역삼동 망치 폭행 사건 등이다. 최근에는 지난 4월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5억원대 코인 사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문 경감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법무부, 국정원, 소방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 경감이 소속된 서울 강남경찰서 직원을 대상으로 'CCTV 보조 분석 요원(CCSO) 교육'도 진행 중이다. CCTV 모니터링 기법, 영상 분석 기법, 영상 추적 방법 등을 교육한다.
그는 "현장 초동 조치부터 영상 정보 취득, 분석 능력을 알고 있어야만 사건을 더욱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며 "수사, 형사, 교통, 지역 경찰 등이 CCTV 분석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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