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을 통해 바라본 北 도발 정치학 [fn기고]
-예상치 못한 기습 방식, 극대화 효과 노리는 비군사적 강압 속 숨은 셈법은
-한반도 정전체제 와해 시도...유엔군사령부 적시적 위반사항 판단·조사 나서
-오물풍선, GPS 서해 NLL 작전 교란...복합도발로 한국에 전방위적 혼란 강압
-치밀한 전쟁 준비 성격...전통적 군사전략+핵능력 및 국제정치 카드까지 활용
-초대형방사포 동시 18발 도발은 국지도발 넘어 전쟁 준비 성격 현시 메시지
-오물풍선 공세, 김정은 정권 심리·전략적 셈법 간파는 오판 방책 마련의 척도
-북 오판 억제...자강 기반 억제력·동맹 기반 억제력 현시, 두 축 완성도 높여야
첫째, 한반도 정전체제 와해 시도 차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 정전협정과 정전체제 유지에 관심이 멀어진 지 오래다. 북한이 군사정전위원회를 철수하고 이를 대신해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한 것이 1994년이므로 벌써 30년이나 되었다. 오물풍선도 이러한 노력을 이어가기 위한 포석과 무관치 않다. 유엔군사령부가 오물풍선이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라고 판단하고 조사에 나선 것은 북한의 이러한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대응책이라 볼 수 있다.
둘째, 민간지역과 접경지역을 모두 상대로 한 복합도발로 한국을 전방위적으로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포석이 있다. 북한은 며칠째 연이어 오물풍선을 한국으로 보내면서 동시에 서해에서는 GPS 교란에 나섰다. GPS 교란은 서해 NLL 해역의 작전을 교란시키는 군사적 강압의 성격이 있고, 오물풍선 도발은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사회적 강압의 성격이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차원의 도발을 동시에 구사한 것은 도발의 기대효과를 끌어올리면서 한국의 대응을 지켜보려는 셈법이 있다.
셋째, 전쟁 준비를 치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격도 있다. 전통적인 북한의 군사전략은 기습전, 배합전, 속전속결전에 기반한다. 북한은 여전히 이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핵무장을 완성한 상태이고 자신을 두둔해 주는 중국, 러시아를 등에 업으면서 신냉전을 역이용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과거의 군사전략에 핵능력 및 국제정치 카드까지 활용함으로써 전쟁 위협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 강하다. 더욱이 북한은 전쟁에 나서게 된다면 6·25전쟁 당시와 달리 반드시 이기는 전쟁이 되도록 치밀하게 준비하려 한다는 의도가 감지된다. 전쟁 승리를 위해서는 전면전 그 자체뿐 아니라 다양한 여건조성도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국면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
오물풍선 도발을 통한 한국 내 사회적 불안감 조성, 한반도 전구 내 한미 군사력을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 발사로 군사적 위기감 조성, 외교력 현시 등을 전방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30일 북한이 초대형방사포를 18발을 발사하면서 김정은이 직접 사격을 지시했다. 18발의 의미는 국지도발을 넘어 전쟁 준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현시하는 것이고 김정은의 사격명령은 자신의 전쟁을 지휘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아가 최근 러시아 당국이 푸틴의 방한을 확인시켜 준 것도 외교력 현시를 통한 한반도 군사대치의 주도권 장악과 무관치 않다.
이처럼 오물풍선은 다양한 셈법을 담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오물풍선은 조급하고 불안한 김정은 정권의 심리상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자의 전략적 셈법을 간파하면서 후자의 심리 측면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측면을 간파해야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는 방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일련의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국 정부는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심리적 요소가 더 크게 가동될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심리적 요소가 오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강 기반 억제력 현시와 동맹 기반 억제력 현시라는 두 가지 축을 모두 가동시키는 데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시점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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