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삼성 이병철 회장이 말년에 관심을 가졌던 두가지
#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사람들이 차분하지 못하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일에 차분하게 몰두하지 못한다. 가령 책을 읽더라도 차분하게 읽지 못한다. 신문도 예전처럼 꼼꼼하게 읽지 못하고 건성으로 본다. 식사도 건성, 가족간의 대화도 건성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중차대한 일이나 생각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아니라고 한다. 그저 늘 마음이 급하고 산만하기 때문에 어느 한군데 지긋이 마음을 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 뿐 아니라 집단도 마찬가지다. 종업원도 리더도 일상적인 업무 중에 무엇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경우가 많다.
이를 비즈니스 세계에선 ‘조직의 주의력 결핍 장애(OADD:organizational attention deficit disorder)’라고 명명하며 노사문제 못지 않게 극복해야 할 중요 문제로 본다.
이유는 뭘까.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 흐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따라 파생되는 욕망, 감정, 감각의 회오리가 현대인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 일요판 하루치 정보량이 중세시대 100년간 이용할 수 있었던 문서 정보를 모두 합한 양보다 많다고 한다. 1960년대 TV도 귀한 시절, 우리는 1년에 한 두번 학교강당에서 틀어준 월트 디즈니 만화 영화를 보고 감동했지만 지금은 수천배, 수만배 동영상이 매일 흘러 넘치고 있다.
# 인간의 감각기관은 어떤 정보를 입수하면 연쇄적으로 감정, 감각, 생각이 파도를 친다. 신경생리학적으로 ‘투쟁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 일어나며 여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우리가 늘 긴장되고 신경이 곤두서며, 별거 아닌데도 흥분하며, 즐거움이 사라지고, 인간관계가 겉돌며, 전에는 들어보지못했던(희귀했던) 우울증, 공황장애, 주의력결핍장애(ADD:attention deficit disorder) 등에 시달리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흔히 우리가 지금 힘든 이유를 각자 처한 상황이나 가족, 자신의 문제 등 개인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공통된 운명이기도 하다. 좁혀 말하면 우리의 신경계가 극도로 피로하고 강박적으로 작용하는 탓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불편한 상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 신체는 일종의 ‘회피 전략’으로 불편한 감정·감각·생각을 의식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거나 ▲의도적으로 둔감(鈍感)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주위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술·약물·금전 등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의도적으로 마음을 둔탁하게 만드는 행위는 단기적으로 훌륭한 전술일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스스로 알아차림이나 자각능력, 명민함이 사라져 자기 내면과의 의사소통은 물론 대인관계에서도 공감대를 잃고 단절되기 쉽다.
만약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외향형(E)이거나 따뜻한 내향형(I) 성격의 사람이라면 이런 의도적 둔감 행위를 통해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인간 관계에서 겉도는 느낌, 즉 상대를 공감할 수 없고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더 자주 받을뿐 아니라 나아가 자신조차 낯선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요즘 세대를 불문하고 관계에서 소외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도, 또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 경험이나 존재감도 낮춰보고 우울해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어쩌면 21세기 우리들은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이방인(異邦人)일 수도 있다.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 까뮈가 쓴 소설 ‘이방인’도 바로 이런 것을 예견하고 썼는지 모르겠지만.
# 매사 철저한 자기관리로 살아온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생애 마지막 즈음 관심을 가졌던 두 가지가 요가와 신앙이었다고 한다.
요가를 통해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고, “신(神)은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세를 준비하려고 했던 것같다.
어쩌면 이 두 가지는 이 회장이 죽음을 앞두고 방황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찾은 자기 마음의 항구가 아닌가 싶다.
항구는 고된 항해에서 벗어나거나 폭풍우를 피해 정박해서 기물을 수리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다. 인생이란 항햇길에 오른 우리도 각자 자기만의 마음의 항구가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이 정보의 폭풍우 속에서 벗어나 고요히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그림 그리기,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기독교 신앙이 각각 자신의 항구였으며,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명상이 그들의 안식처였다. 당신 마음의 항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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