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출마’ 원조… 트럼프 유죄 평결에 주목받는 이 박물관
뎁스, 사회당 후보로 1920년 옥중 출마
언론 취재 쇄도하고 기부금 후원도 활발
비고 카운티는 美대선 바로미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의 형사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가운데, 인디애나주의 작은 도시에 있는 한 박물관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가 다음달 11일 있을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을 받을 경우 범죄자 신분으로 ‘옥중 출마’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박물관이 그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노조 운동가 유진 뎁스(1855~1926)를 기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취재가 쇄도하고 소액 기부금도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3일 인구 10만 6000명의 비고 카운티에 있는 뎁스 생가(生家) 겸 박물관을 조명하며 “최근 며칠 간 뎁스의 이름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뎁스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라고 했다. 뎁스는 세계산업노동자연맹 발기인 출신의 노동 운동가이자 사회주의자로, 1900년부터 1920년 사이에 총 다섯 차례나 사회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특히 1917년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애틀란타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에 지명돼 2020년 선거에서 약 91만표를 얻었다. 전체 유권자의 약 3.4%가 감옥에 있는 뎁스를 지지한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 출마 자격을 ‘35세 이상이고 최소 14년을 거주한 자연 출생 시민권자’(수정헌법 14조)로 규정하고 있을 뿐,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이런 이유로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의 뎁스와 그의 삶의 궤적이 오롯이 담겨 있는 박물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옥중 출마’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뎁스는 1920년 대선 당시 1주일에 한 번 500단어 짜리 보도자료를 낼 수 있었고, 사회당은 그의 수감자 번호 ‘9653′을 활용해 캠페인을 펼쳤다고 한다.
박물관은 이번 재판을 계기로 쏟아진 관심을 뎁스의 업적을 대중에 알리고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NBC에 “뎁스는 하루 8시간 근무와 근로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 최저 임금, 아동법 등을 주창했던 사람”이라며 “최소한 미국인이라면 그의 활동에 빚을 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의 유산은 너무나 크다”고 했다. 팔로어가 1만명이 넘는 이 박물관의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는 ‘정말로 트럼프가 출마 가능하냐’는 네티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이 위치한 비고 카운티 자체도 인구 10만 안팎의 소도시지만 미국 대선의 승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1908년, 1952년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정도로 지난 132년 동안 완벽한 ‘적중률’을 자랑했다. 다만 2020년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을 앞섰다. 한 은퇴한 보험 중개인 출신 거주자는 폴리티코에 “예수 그리스도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는 한 절대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트럼프를 상대로 출마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그러면 예수가 트럼프를 부통령으로 뽑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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