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첫 국정 브리핑 배경은

尹,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주요 국정 현안 밝히며 언론 및 대국민 소통 접점 확대
매장 추정 규모 최대 140억 배럴…"삼성전자 시총 5배 가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野 '국면 전환용'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 이어 주요 국정 현안을 직접 밝히며 언론 및 대국민 소통 접점을 넓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매장 추정 규모는 최대 140억 배럴로, 개발이 현실화되면 이번 세기 최대 유전 발견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발 성공과 채산성(採算性)이 관건이다. 야당은 성공하면 경제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지율 전환을 위한 '국면 전환용'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尹, 첫 국정 브리핑…"최대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 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며 직접 동해안 물리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사에 물리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최근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140억 배럴 가운데 3분의1 가량은 석유, 3분의2 가량은 가스인데, 석유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가 4년을, 가스의 경우 29년을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심해 광구로선 이번 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 받는 남미 가이아나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자원량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재 가치를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정도"라고 했다.

석유가스전 개발은 물리탐사, 탐사시추, 상업 개발의 3단계로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 단계로 넘어갈 차례"라며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올해 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진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선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 형식을 통해 현안을 대국민 보고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브리핑은 이날 오전 급박하게 공지됐으며,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연두색 넥타이 차림으로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브리핑장에는 안 장관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30분 간격으로 회담을 하는 중간에 브리핑을 열었다. 브리핑 후에는 회담 일정 복귀를 위해 바로 이석했다. 그만큼 해당 사안에 대한 중대성 및 경제성과 관련한 높은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해당 가스전의 성공률은 20%로 추정되는데, 심해 광구 탐사는 성공률이 5%만 넘어도 도전에 나설 만큼 경제성이 좋다"며 "가이아나광구의 경우도 성공률이 15%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당 1천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시추공을 최소 5개 뚫을 예정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비용은 2200조 원(최대 매장 추정치의 경제적 가치)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국정 브리핑 도입은 언론 및 대국민 소통 접점을 넓히겠다는 방침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이후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지난달 9일에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같은 달 24일 출입기자단 만찬에서는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아쉽게 마무리됐는데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보다는 한 달에 한두 번, 특정 이슈에 대한 국정 브리핑을 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나 고민을 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 같은 국정 브리핑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고, 기자회견 이후에도 현안이 있을 때 국정 브리핑 형식으로 출입기자들, 언론인, 국민들에게 중요 사안을 보고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野 '국면 전환용' 지적

다만 석유·가스 확보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생산으로 이어질지, 원유 수급 다변화 등 산업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은 계속해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탐사 시추를 통해 실제 매장 여부 등을 확인한다면 2027~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쯤엔 상업적 개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때까진 실제 매장 여부나, 매장돼 있더라도 이에 투입되는 비용에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국면 전환용' 아니냐며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망대로 충분한 매장량을 확인한다면, 고통에 신음하는 민생과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하락세의 지지율을 전환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좋은 소식을 직접 알려드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 등 방식으로 주요 사안을 직접 설명하기로 한 만큼, 그런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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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div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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