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장난 트럭이 혼자 스르륵… 남녀 고교생 둘이 참사 막아

지난 1일 오후 9시 11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주택가의 급경사 골목에 주차돼 있던 1t 화물 트럭이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트럭엔 운전자가 없었지만 브레이크가 풀려버린 탓이었다. 인근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귀가하던 당곡고 2학년 김윤서(17)양과 김연준(17)군의 눈에 운전자 없이 내려오는 이 트럭이 들어왔다.
“저게 뭐지? 왜 트럭이 움직여?” 수십m 아래에서 바로 행인과 차량이 오가는 일촉즉발의 상황. 두 학생은 곧바로 달려가 정면에서 트럭을 떠받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게가 수t에 이르는 트럭을 고교생 두 명 힘으로 막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김양이 “차가 내려오고 있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치자 경사로 아래에서 올라오던 20대 여성 두 명이 재빨리 합세했다. 하지만 이 네 사람조차 중력을 받아 내려오는 트럭을 막아내지 못하고 질질질 밀려 내려왔다.
이어 지나가던 60대 남성 한 명이 “무슨 일이냐”며 달려오더니 트럭을 붙잡았다. “학생, 혹시 차 문이 열려 있는지 확인해봐요.” 남성은 곧바로 운전석으로 들어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갔고 김양은 이 틈을 타 재빨리 119에 신고했다. 60대 남성이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트럭은 계속 움직였다. 수동 기어에 연식이 오래된 차량인 데다가 경사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딸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빨리 와라! 남자 친구랑 같이 빨리 와”라고 외쳤다.
1분도 안 돼서 이 남성의 30대 딸과 남자 친구가 나타나 함께 트럭을 붙잡았다. 7명의 시민은 “트럭이 더 내려오면 큰일이다” “119가 곧 올 테니 조금만 참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20분쯤 뒤 현장에 소방 차량이 도착해 트럭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봉천119안전센터 관계자는 “도로 경사면이 35도가 넘을 정도로 상당히 가파른 곳이라 낡은 트럭이 밀렸던 것 같다”며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대형 참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2005년에도 서울 지하철 7호선 신풍역에서 50대 시민이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 끼인 일이 발생했다. 학생·청년·노인 등 승객 20여 명이 전동차를 밀어 이 시민을 구조할 수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대한민국 사회를 지탱하는 선량한 시민의 힘을 확인했다”고 했다. 김윤서양·김연준군은 이날 소방관들에게 “큰일을 막아야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이만 집에 가보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귀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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