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골전투 승전' 벨기에 참전용사 별세…생전 "韓친구들 그리워"

정빛나 2024. 6. 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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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우들'에 대한 애틋함이 남달랐던 벨기에 참전용사 레이몽 베르 씨가 지난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유족들이 3일 밝혔다.

1933년 10월생인 베르 씨는 16세 때 벨기에 군사학교에 입학한 뒤 병장으로 진급한 만 19세에 한국전쟁 참전을 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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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에 참전 레이몽 베르, 10여년 참전협회 이끌며 "잊힌 전쟁 안돼"
작년 연합뉴스와 마지막 인터뷰…6일 현지서 장례식 엄수
작년 6월 자택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벨기에 참전용사 레이몽 베르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한국인 전우들'에 대한 애틋함이 남달랐던 벨기에 참전용사 레이몽 베르 씨가 지난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유족들이 3일 밝혔다. 향년 90세.

1933년 10월생인 베르 씨는 16세 때 벨기에 군사학교에 입학한 뒤 병장으로 진급한 만 19세에 한국전쟁 참전을 자원했다. 1952년 11월 부산에 도착, 정전협정 이후인 1953년 12월까지 한국에서 복무했다.

그가 속했던 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벨룩스 대대)는 1953년 2월 '철의 삼각지대'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김화 잣골의 주저항선에 배치된 이후 같은 해 4월 21일부터 무려 55일 연속 이어진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전공을 세웠다. 한국전쟁 통틀어 값진 승전 중 하나로 꼽힌다.

베르 씨는 작년 6월 연합뉴스와 만나 하마터면 잣골을 적군에 내줄 뻔했다는 일화를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고인의 생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가 됐다.

잣골 전투에 대한 기억은 70년이 지났어도 생생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미군 대령이 우리 부대를 방문하고는 철수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당시 우리 지휘관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기에군은 한국인들을 도우러 온 것이지 휴식이나 하러 온 게 아니라고 했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버틸 테니 탄약과 철조망만 더 보급해달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벨기에 지휘관의 철수 거부 소식이 대대 전체로 순식간에 퍼졌고 "그런 분위기 덕분에 55일간이나 잣골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했다.

벨기에로 복귀한 뒤에는 한국전쟁이 '잊힌 전쟁'이 돼선 안 된다며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작년 7월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벨기에 참전용사 레이몽 베르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2년부터 최근까지 10년 이상 벨기에 참전협회장을 이끌었고 2019년에는 벨기에 필립 국왕이 방한했을 당시 동행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작년 인터뷰에서 '한국인들과 우정'을 한국전 참전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경험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꼭 다시 가서 한국인 친구들에게 벨기에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은데 주치의가 제 건강 문제로 이번에 갔다간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겁을 준다"면서 "한국에 가면 꼭 내 전우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인의 아들 프랭크 씨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년 10월 만 90세 생신 파티할 때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독감에 걸리신 이후 최근 몇주간 갑자기 안 좋아지셨다"며 "계속 식욕이 없으시다가 팬케이크를 드시고 싶다고 하길래 지난 토요일(1일) 아침 찾아뵀는데 쓰러져 계셨다"고 전했다.

이어 "몇 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평상시 다른 참전용사들이나 협회 관계자들과 계실 땐 괜찮으시다가도 부쩍 더 쓸쓸하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례식은 한국에선 현충일인 오는 6일 고인의 자택이 있던 벨기에 북동부 림뷔르흐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엄수된다. 벨기에군 특수작전연대 산하의 제3공수대대 관계자들도 자리할 예정이라고 유족은 전했다.

1955년 창설된 제3공수대대는 '벨룩스 대대'가 한국전에서 모든 임무를 마치고 본국에 복귀해 해체되면서 참전 부대기를 넘겨받아 매년 참전기념식을 주관하는 등 참전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부대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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