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바다가 아닌, 한강 하구의 독도를 아십니까”
인적 끊긴 초소만 덩그러니 방치된 섬, 김병수 시장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터”
“바다가 아닌, 한강의 독도를 아십니까.”
김포 한강 하구의 외로운 섬 독도가 국토정보맵 등 국가지도에 공식 반영할 수 있게 되면서 동해 바다의 외딴섬 독도가 아닌, ‘한강 하구의 독도’가 주목받고 있다.
3일 김포시 등에 따르면 한강 하구 일산대교 인근에 있는 섬 ‘독도(獨島)’의 명칭이 경기도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지리정보원에 공식 명칭으로 결정됐다.
시가 지난해 7월 독도에 행정지번을 부여하고 독도 내 초소로 활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물 벽면에 ‘김포시 걸포동 423-19’라는 행정지번이 새겨진 표지판 설치를 시작으로 행정명칭을 공식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 여러 문헌에도 기록된 한강의 독도
한강 하구의 독도는 김포에서 고양 방향으로 일산대교를 넘어가다 보면 오른쪽에 자그마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섬으로 위성지도 등에는 ‘형제섬’으로 표기돼 있다.
1872년 조선 후기 지방도인 김포지도에는 ‘독도’ 표기돼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 도서에는 누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행 선생(1478~1534) 등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 중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조선 후기 지리학자인 김정호 선생이 제작한 ‘동여도’(보물 제1358-1호)에도 같은 명칭으로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제작된 ‘전국 팔도 군현지’에도 독도라는 명칭으로 김포군 소속의 섬으로 표기돼 김포팔경의 하나로 ‘독도의 갈대꽃’이 있었을 만큼 문화적 가치가 높았다. 1920년대까지는 과거 고양군을 연결하는 나루터와 민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 같은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토지 경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독도에 행정지번(걸포동423-19번지) 표지판을 설치했다.
시는 표지판 설치를 시작으로 행정 명칭을 독도로 공식화하기 위해 한강하천기본계획 변경 시 행정 명칭이 반영될 수 있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 갈대꽃이 아름답게 피던 한강팔경 보존해야
현재 독도는 유실 지뢰 위험 등으로 출입할 수는 없으나 이 지역을 관할하는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 만조시간대 확인 후 안전한 가운데 섬의 환경을 살폈다.
시는 섬 안에 들어가 초소로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건축물을 확인했다. 이 건축물 벽면에 ‘김포시 걸포동 423-19’ 행정지번이 담긴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독도가 김포시 관할임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을 마쳤다.
김포지역에서 수십년 동안 한강하구 야생조류 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윤순영 (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70)은 “과거부터 이 섬을 가리켜 갈대꽃이 아름답게 피는 섬을 뜻하는 ‘독도노화’라고 해 김포팔경 중 하나로 꼽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섬을 ‘고도(孤島)’라고도 불렀다. 원래 이 섬에는 어로작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40가구 정도의 농가와 걸포동 감암포에서 고양군 이산포로 가는 나룻배가 기착하는 포구가 있었지만 1925년 대홍수로 마을 사람들이 육지로 떠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포시는 이번 지명 결정은 독도의 의미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시는 국방부의 ‘국방개혁 2.0과제’인 군 시설(철책) 철거사업도 진행 중이어서 이와 연계해 독도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오랜 세월 잊혀졌던 독도를 시민의 품에 다시 돌려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가치 회복에 가장 중요한 건 ‘관심’이므로 많은 시민들이 독도를 주의 깊게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윤순영 (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인생에 큰 영감을 준 곳”
“독도는 일제강점기에 파괴되는 수난을 당한 섬입니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초소는 철거하고 자연경관을 복원해야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한강을 바라보며 성장해온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한강 하구의 독도를 수난과 아픔을 간직한 섬으로 기억하고 있다.
독도가 어떤 섬인지 묻는 질문에 윤 이사장은 가장 먼저 ʻ자연 경관 복원ʼ을 꺼내 들었다.
윤 이사장은 “독도는 일제강점기 파괴되는 수난을 당한 섬이다. 그 위에 흉물스러운 초소가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분단의 아픔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초반 군부대가 설치한 초소는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초소를 철거하고 옛 자연 경관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을 벗 삼아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강 하구 지킴이로 살고 있는 게 보람 되며 한강의 생태는 내 인생에 큰 영감을 줬다”며 “그중에서도 독도는 근접할 수 없는 가장 안타까운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예부터 이 섬을 가리켜 갈대꽃이 아름답게 피는 섬이라 하여 홀로 ‘독(獨)’, 섬 ‘도(島)’, 갈대 ‘노(蘆)’, 꽃 ‘화(花)’ 등 외로운 섬에 갈대꽃이 아름답게 피는 뜻의 ‘독도노화’라고 부르며 김포팔경 중 하나로 꼽혔다”고 회고했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큰 섬으로 40가구의 농가와 포구가 있었지만 1925년 대홍수가 일어나 마을 사람들이 육지로 떠나게 됐고 일제강점기에 채석장으로 사용해 파괴된 채 현재에 이른다는 게 윤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강 하구에는 4개의 섬이 있는데 김포시 고촌읍 백마도, 걸포동 독도, 월곶면 보구곶리 유도, 걸포동 홍도 등은 현재 간척사업으로 홍도평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사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독도의 흔적은 지난 2019년 11월 ʻ한강하구 평화의 날갯짓ʼ 사진전을 통해 한강 하구에 독도가 있다는 것을 윤 이사장이 처음 세상에 알렸다.
그는 2021년 10월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에서 ‘한강하구에 독도가 있다’를 주제로 오픈캘러리 기획전을 열면서 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돼 재조명됐다.
윤 이사장은 독도의 환경은 바뀌었지만 지속적으로 다양한 철새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일부 남아 있는 독도의 바위섬은 다양한 새들의 쉼터로 이용되는 최적의 생태보고”라며 “특히 멸종위기종야생생물 재두루미, 저어새, 큰기러기, 개리, 흰죽지수리, 검독수리, 참수리등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부터 독도 주변엔 사구가 형성돼 재첩을 비롯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현재도 2월이면 강갯지렁이의 산란터로 이용돼 독도에는 재갈매기가 북상 시 3만여마리나 몰려들어 장관을 이룬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이에 “채석으로 낮아진 독도는 만조 시 물이 차 올라 새들의 번식지로 사용을 못하지만 복원사업을 통해 새들의 번식 공간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채석을 위해 두 동강 난 독도를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형제섬으로 불리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지금이라도 지명을 찾은 독도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양형찬 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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