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아픈 손가락’ 차남 불법 총기 재판 시작…바이든 “무한 신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총기불법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이 3일 시작됐다. 앞서 헌터는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불법으로 총기를 구매·소유한 혐의로 작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헌터는 탈세 혐의도 받고 있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고 했다. 질 바이든 여사는 직접 재판을 지켜봤다.
헌터는 이날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연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총기 불법 소지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법원은 이날부터 배심원단 선정 절차에 들어간 뒤 배심원단 구성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심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헌터는 2018년 10월 델라웨어주 한 총기 상점에서 마약 중독 여부에 대해 거짓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권총을 구매해 11일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델라웨어주에서는 마약 중독 이력이 있으면 총기 구매가 금지돼 있다.
당초 헌터를 수사해온 델라웨어주 연방검찰은 작년 6월 헌터 측이 탈세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총기 불법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델라웨어주 웰밍턴 연방법원은 다음달인 작년 7월 재판에서 양측의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형량이 높은 불법 총기 소지 혐의 대신 형량이 낮은 탈세 혐의만 처벌받는 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총기 구매 서류 거짓 작성은 최대 징역 25년 또는 최대 75만 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그러자 검찰 측은 헌터에 대한 추가 수사 및 기소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에 헌터 측이 ‘당초 약속과 다르다’며 합의 불발을 선언했다.
한터 측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의 정치적 압박으로 법무부가 기소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바이든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나는 대통령이지만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들을 사랑하고, 오늘날 아들이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진행 중인 연방법원 재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아버지로서는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신뢰, 존경을 갖고 있다”며 “우리 가족은 많은 일을 겪어왔고, 앞으로도 우리 가족을 위해 사랑과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이날 생일을 맞은 질 바이든 여사와 바이든 대통령 딸인 애슐리 바이든 등이 직접 법정에 참석해 헌터 바이든의 재판을 방청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번 재판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헌터는 과거 술과 마약에 빠졌고 이 때문에 군에서 불명예 전역하는 등 올해 대선 앞둔 아버지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부각되고 있다. 1970년 조 바이든과 그의 전처 닐리아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헌터는 세 살 때 교통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은 목숨을 잃었다. 헌터는 조지타운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술과 마약에 빠져 2014년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군에서 불명예 전역했다. 20년간 이어온 결혼생활도 파경을 맞았다. 현직 대통령 자녀가 기소된 건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헌터는 국내외 기업 로비스트로 활동했지만 공화당 진영으로부터 아버지 조 바이든의 ‘정치적 영향력’을 업고 활동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버지가 부통령 시절(오바마 행정부) 우크라이나와 중국 기업의 이사로 등재돼 거액의 연봉을 받아 이해 충돌 논란을 불렀다. 작년엔 전직 스트리퍼 룬덴 로버츠와 혼외 관계로 태어난 딸이 ‘바이든’이라는 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애초 5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던 배심원 선정은 이날 완료됐다. 배심원으로 남성 7명, 여성 5명 등 모두 12명이 뽑혔으며 예비 배심원으로 4명이 별도로 선정됐다. 배심원단에는 마약 중독으로 친구를 잃은 여성,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의 총기 소유가 허용돼야 한다고 보는 남성 등이 들어가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재판은 총 2주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3주가 걸릴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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