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곰과 마주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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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무술을 배운 한 미국인이 1970년대 중반 곰과 일대일로 맞서 싸운 적이 있다.
그런데 사실 주최 측은 사람이 다칠까 봐 걱정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 곰의 발톱과 이빨을 잘랐다고 한다.
공격성이 강한 곰은 먹이가 될 만한 것은 죽었든 살았든 건드린다.
비교적 안전한 지리산 탐방로에서 1㎞가량 벗어난다면 곰과 마주칠 확률이 무려 62.35%로 치솟는다는 통계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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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무술을 배운 한 미국인이 1970년대 중반 곰과 일대일로 맞서 싸운 적이 있다. 자신이 수련한 무술이 절대 무적임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지만 어쨌든 그 대결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과는 무승부. 무술가가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했으나 곰은 귀찮다는 듯 별로 대응하지 않아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주최 측은 사람이 다칠까 봐 걱정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 곰의 발톱과 이빨을 잘랐다고 한다.
곰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는 또 있다. 산에서 곰을 만난 두 사람 이야기다. 이 가운데 한 명은 나무 위로 올라갔고 다른 한 명은 죽은 시늉을 했다. 그랬더니 곰이 그냥 지나가는 바람에 모두 살았다는 것이 줄거리다. 동물 생태를 잘 아는 이들은 그냥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공격성이 강한 곰은 먹이가 될 만한 것은 죽었든 살았든 건드린다. 곰은 나무도 잘 탄다. 곰이 자비(?)를 베풀지 않는 한 무사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인 반달가슴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등산객이나 농가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때 반달가슴곰은 국내에서 존재를 찾기 힘들 만큼 희귀했다. 지금은 정부의 복원 노력에 힘입어 개체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지리산 일대엔 올해 태어난 새끼 4마리를 포함해 89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곰은 사람 움직임에 경계심이 강해 웬만하면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는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등산객들이 깊은 산속으로 이동하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비교적 안전한 지리산 탐방로에서 1㎞가량 벗어난다면 곰과 마주칠 확률이 무려 62.35%로 치솟는다는 통계까지 있다. 주의해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곰에는 대개 위치 파악용 신호 발신기가 달려 있긴 하다. 하지만 배터리 방전 등으로 현재 위치나 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동물보전원은 곰과 마주치면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충고한다. 호기심에 사진을 찍으려 하거나 불쌍하다고 여겨 먹을 것 등을 주다 보면 원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어쩔 수 없이 곰과 만났을 때 전문가들이 권하는 최선의 방책은 등을 보이거나 눈길을 거두지 말고 조용히 뒷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라는 것이다. 위험은 미리미리 피하는 게 상책이다. 괜한 호기심과 동정심 때문에 피해를 볼 필요는 없다.
염창현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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