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사람 이었던 엄마, 스스로를 챙기며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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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꺼내놓기 힘든 이야기가 있다.
특히 내밀한 사정이 담긴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전 감독은 "가족들과 가부장적 분위기의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저는 카메라를 들어야 했다. 그것이 동생들 눈에는 많이 불편하게 느껴진 것 같다"며 가족의 어두운 모습을 담아야 하는 감독이 됐을 때가 가장 힘들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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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대 출신 탄탄필름 설립 영화인
- 시댁살이 30년차 ‘독립선언’ 담아
- 가족 내밀한 모습 촬영에 어려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꺼내놓기 힘든 이야기가 있다. 특히 내밀한 사정이 담긴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어느 집안이나 하나쯤 말 못 할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들어보면 누구나 비슷한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밖으로 내뱉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과감하게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들이 민 딸이 있다.
바로 시댁살이 30년 차, 생애 첫 독립을 선언한 어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섯 번째 방’(5일 개봉)을 연출한 전찬영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대구 출신인 전 감독은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탄탄필름을 설립한 부산 영화인이기도 하다.
‘다섯 번째 방’은 지난해 EBS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시청자 관객상, 서울여성독립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 부산독립영화제 대상·관객심사단상 등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 감독은 “평소 엄마가 ‘날 돌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고 항상 하시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 보면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에 ‘다섯 번째 방’을 떠올리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그렇게 3대가 사는 집에서 시댁살이 30년 차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한 어머니와 이와 반대로 같은 세월 ‘마이웨이’로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부모님과 가족을 촬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구에서 상담 연구소를 운영하는 상담사이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가정폭력 예방 강사인 어머니의 경우 가부장제의 폐해 속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전 감독은 “처음에는 엄마가 영화 자체를 별로 반기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제가 하는 작업에 대해서 인정 해주셨다. 개봉을 앞둔 지금도 염려는 여전히 있으신데 공개되고 나오는 반응에 대해서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고 영화 개봉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걱정되긴 마찬가지. 가부장적인 일상의 모습이나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보여주는 모습 등에서 부정적인 면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한 영화제에 아버지가 오셔서 영화를 보셨다. 관객과의 대화 때 나오셔서 인사도 하셨는데,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고 하시더라. 좀 가볍게 받아들이시려고 하시는 것 같다”며 촬영을 허락해 준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촬영 도중에는 가족의 일원이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두 가지의 역할이 충돌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어 가족 간 불화가 있을 때 카메라를 들어야 했던 경우다. 전 감독은 “가족들과 가부장적 분위기의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저는 카메라를 들어야 했다. 그것이 동생들 눈에는 많이 불편하게 느껴진 것 같다”며 가족의 어두운 모습을 담아야 하는 감독이 됐을 때가 가장 힘들었음을 전했다.
‘다섯 번째 방’은 어머니가 자신만의 공간을 구해 독립하면서 끝을 맺는다. 전 감독은 “엄마는 항상 다른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독립하면서 자신을 돌봐야 하는 상황을 낯설어하셨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그리고 “남녀를 떠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이 삶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를 촬영하면서 깨달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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