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76> 디즈니 플러스 다큐멘터리 ‘비치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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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탄 2대8 가르마에 줄무늬 셔츠, 백바지를 입고 태양 작렬하는 60년대 캘리포니아 해변의 낭만을 신명나게 노래한 비치보이스는 사실 비틀즈의 유일무이한 라이벌이다.
둘 모두 정말로 사랑하는 밴드지만, 그럼에도 여름이 시작되면 그 아무리 비틀즈라 해도 비치보이스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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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탄 2대8 가르마에 줄무늬 셔츠, 백바지를 입고 태양 작렬하는 60년대 캘리포니아 해변의 낭만을 신명나게 노래한 비치보이스는 사실 비틀즈의 유일무이한 라이벌이다. 빌보드 차트 정상을 놓고 다투던 두 밴드는 경쟁 상대이자 서로의 팬이었으며 서로의 음악에 강렬한 자극을 받아 10대 소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밴드 이미지를 벗고 각자 팝 역사의 전설로 진화했다.
비틀즈의 명반 ‘Rubber Soul’에 자극받은 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은 끝없이 반복된 투어 활동을 접고 스튜디오에 박혀 마냥 흥겹고 달콤한 비치보이스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목가적인 느낌의 명반 ‘Pet Sounds’를 완성했고 거기 자극받은 폴 매카트니 역시 투어를 접고 비틀즈 최고 명반이라 꼽히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완성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서로 자극하고 경쟁해 결국 함께 진화하고 발전해 간 참으로 이상적인 라이벌이다.
둘 모두 정말로 사랑하는 밴드지만, 그럼에도 여름이 시작되면 그 아무리 비틀즈라 해도 비치보이스를 이길 수 없다. 빠짐없이 돌아오는, 게다가 점점 뜨거워지는 여름마다 비치보이스의 청량하고 아련한 화음 없이 어찌 버틸 수 있었을까. 가본 적도 갈 일도 없는 캘리포니아 해변의 추억, 사만다 바바라 앤 같은 이국 소녀들과 즐겁게 파도를 타던 진짜보다 생생한 가짜 추억을 선사한 비치보이스의 다큐멘터리를 디즈니플러스에서 발견했다. 때마침 여름 냄새가 짙어지던 중이었다.
명반 ‘Pet Sounds’를 완성한 뒤 비치보이스는 그리 밝고 아름답지 못했다.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도 앨범 판매는 저조했고, 회사는 예전의 그저 밝고 명랑한 비치보이스로 돌아오길 요청했고, 밴드 매니저이자 윌슨 삼형제의 아버지는 비치보이스 저작권을 헐값에 팔아버렸다. 브라이언 윌슨은 신경쇠약에 걸린다. 이 시절 이야기는 브라이언 윌슨 전기영화 ‘Love & Mercy’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큐 ‘비치보이스’를 본 뒤 비치보이스 음악에 푹 빠져 있다. 특히 ‘Pet Sounds’ 이후 내가 알지 못했던 실험적이고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여름도 두렵지 않다. 당신의 여름도 비치보이스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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